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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 이주헌-서양미술의 이해
미술평론가 이주헌-서양미술의 이해
  • 송혜란
  • 승인 2015.10.30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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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토레토의 '은하수의 기원'으로 보는 서양미술의 특징
틴토레토의 <은하수의 기원>(사진=아트북스 제공)

지난 호에 다룬 서양미술의 세 가지 특징을 기억하는가? 서양미술의 핵심을 잡은 후 조금씩 살점을 붙여 나가면 서양미술에 대한 이해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이번 달에 감상할 그림은 틴토레토의 <은하수의 기원>이다. 미술평론가 이주헌 작가의 감상법을 따라가 보자.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 자료 사진 아트북스

서양미술의 세 가지 특징은 서양미술이 동양미술보다 인간 중심적이고 사실적이며 감각적이라는 것이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틴토레토의 <은하수의 기원>은 이 세 가지 특징을 모두 품고 있다.
“<은하수의 기원>은 서양미술이 지닌 특징을 아주 잘 보여 주는 작품입니다. 인간 중심적, 사실적, 감각적인 면을 두루 살펴볼 수 있지요.”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그림은 은하수가 최초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이야기하는 그리스 신화를 다루고 있다. 그림 속 제우스는 아내 헤라를 제쳐 놓고 알크메네와 바람피워 헤라클레스를 낳았다. 그러던 어느 날 헤라클레스가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자, 제우스는 잠시 잠이 든 헤라 몰래 그녀의 젖을 헤라클레스에게 먹였다. 이상한 기운을 느낀 헤라가 잠에서 깨자 놀란 제우스가 헤라클레스를 안고 도망치는데…. 장차 천하장사가 될 헤라클레스의 힘이 얼마나 강했을까. 헤라의 가슴에서 나온 젖이 하늘로 올라가 그것이 곧 은하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그림에서 신들은 철저히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습니다. 다루는 내용 또한 치정이 얽힌, 지극히 인간적인 내용이지요. 그림의 장르인 역사화 역시 인간들이 펼치는 희로애락과 흥망성쇠의 드라마를 다루고 있어요. 인간 중심적인 특징이 매우 두드러지지요.”
물리적인 빛과 그림자를 생생히 표현했다는 점에서 사실적인 특징도 돋보인다. 확실한 입체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감각적인 특징도 빼놓을 수 없다. 틴토레토는 화려한 색채 표현에 능했던 화가로 알려져 있다. <은하수의 기원>에서도 그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헤라 여신의 고운 살결, 제우스의 단단한 근육, 따뜻한 온기가 전해질 듯한 아기들(헤라클레스와 큐피드)의 포동포동한 살집 등이 손에 잡힐 듯하다. 시각이 촉각을 환기하는 공감각적 표현이 고도로 발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서양미술의 세 가지 특징이 잘 드러나는 그림은 <은하수의 기원> 외에도 수없이 많습니다. 서양화를 토대로 뽑아낸 특징이니까 당연하지요. 우리의 시각이 아닌 그들의 시각으로 서양미술을 바라보며 우리의 미술과 비교해 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 보세요. 자신만의 미술 감상법이 저절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이주헌(미술평론가)
홍익대학교 서양학과 졸업
전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전 한겨례신문 미술 담당 기자
전 서울미술관 관장
전 학고재 아트 스페이스 서울 관장
현 양현재단 이사
저서 <이주헌의 서양미술특강>(아트북스 출판)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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