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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좋아하새우~?”
“새우 좋아하새우~?”
  • 권지혜
  • 승인 2015.10.30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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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별미, 대하가 건네는 한마디
 

클 대(大), 새우 하(蝦). 대하는 가을이 제철인 수산물들을 대표하는 대장이다. 대하 소금구이는 그야말로 가을 별미 중의 별미다. 특히 대하 산지에서 갓 잡아 올린 생 대하를 회로 먹으면 쫀득한 식감에 황홀감마저 든다. 특별히 새우 알레르기가 없다면 올가을엔 대하구이를! 
 

10월이 되면 수산시장이 시끌벅적해진다. 특히 대하의 최대 산지인 충남 홍성의 남당항이나 태안의 안면도 백사장항이 그렇다. 1년 동안 잘 자란 대하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시기여서 각 지역에서는 대하 축제가 벌어진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대하를 맛보기 위해 축제 현장을 찾은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굳이 축제에 가지 않더라도 소래포구나 연안부두 등의 수산시장에서 맛 좋은 대하를 만날 수 있다.

새우 중에서도 ‘큰’ 새우, 대하에 대하여 
풍성한 가을 제철 수산물 중에 지금 이 시기를 대표하는 것은 아무래도 대하가 아닐까? 새하얀 천일염 위에서 가을 단풍처럼 붉게 익어 가는 대하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놈을 먹으려고 올가을을 맞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게나 새우를 익히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것은 껍데기에 아스타산틴이라는 붉은 색소가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단백질과 결합하고 있어 청·녹·자색 등 다양한 색상을 띠지만, 아스타산틴과 단백질은 그리 끈끈한 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온도가 70℃ 정도만 돼도 이 둘 사이는 쉽게 끊어진다. 아스타산틴이 단백질과 헤어지면 본래 자신의 색인 붉은색을 나타내는 것이다. 하지만 수산시장에 가 보면 익히지 않았음에도 붉은색을 띠는 홍새우가 있다. 혹시라도 ‘익힌 것을 파나?’하는 오해는 하지 말자. 
대하는 우리 바다에서 나는 보리새웃과의 비교적 몸집이 큰 축에 드는 새우다. 이름도 한자로 클 대(大), 새우 하(蝦)자를 쓴다. 수명은 1년 남짓.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대하는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봄이 오면 서남해의 우리 연안으로 다가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이때가 대략 4~6월 무렵. 이 무렵의 대하는 완전한 성체로서 큰 것은 20㎝가 훌쩍 넘지만, 산란성기인 오뉴월에는 대하를 잡아선 안 된다. 
짝짓기와 알 낳기를 끝낸 대하는 1년 남짓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 대하들이 여름 바다에서 열심히 먹고 자란다. 8월이면 벌써 7~8㎝다. 9월이면 10㎝ 정도로 자란다. 우리가 가을에 먹는 대하는 바로 이때의 대하다. 대하는 바닷물이 차가워지는 11월경에 다시 먼바다로 떠나는데, 그전까지 계속 자란다. 크기로만 따지면 먼바다로 떠나기 전의 대하가 으뜸이지만,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 사이에 잡히는 대하가 살이 부드럽고 가장 맛있다.

대하도 짝퉁이?! 짝퉁 대하 논란 
대하 철이 오면 짝퉁 대하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냥 얼핏 보기에 너무나도 똑같이 생겨서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상인들이 진짜 대하가 아닌 양식 흰다리새우에 대하라는 이름을 붙여 팔면서 생긴 혼란이다. 아마도 ‘흰다리새우’라는 이름보다는 ‘대하’가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사람들이 주로 찾는 것이 대하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흰다리새우는 중남미가 원산이며, 국내에서 양식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새우를 양식했던 것은 아니다. 30여 년 전에는 진짜 대하를 양식해서 팔았다고 한다. 가을이면 예나 지금이나 대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나 수요와 비교하면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하의 주산지인 서남해안 일대에서 대하의 양식이 시도됐던 것. 그래서 한때는 양식 대하와 자연산 대하가 공존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양식 대하를 팔기도 했다고. 
하지만 90년대 중반 어느 해. 흰점바이러스라는 질병에 아주 취약한 우리의 양식 대하들은 전국 새우 양식장에 돈 이 질병으로 거의 다 폐사해 버리고 만다. 그로 인해서 대하 대신 양식을 시작하게 된 것이 중남미 원산의 흰다리새우다. 맛도 생김새도 비슷해 선택되었다고. 현재 대하라고 말하는 양식 새우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흰다리새우라고 한다. 
하지만 흰다리새우 양식 초기에는 대하라고 속여 비싼 값에 팔았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그런 곳이 없다. 양식 흰다리새우는 자연산 대하의 거의 절반 값이다. 그러므로 가격으로라도 대하와 흰다리새우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하와 흰다리새우, 헷갈리지 말자 
기본적으로 가격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혹시 모르니 구별하는 법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구별하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 수족관에서 ‘시원타~’하고 헤엄치는 것들은 전부 흰다리새우다. 어른 손바닥만 한 새우가 죽어서 얼음 위에 올려 있으면 진짜 대하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연에서 자란 대하는 성질이 급해 그물에 잡히면 얼마 못 가 죽는다. 살려서 오기가 어려운 해산물이기 때문에 대하 잡이 어부나 현지인이 아니면 구경하기 힘들다. 
그래도 왠지 이 두 새우의 생김새를 구별하고 싶어진다. 대하와 흰다리새우의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이마에 난 뿔의 길이다. 흰다리새우는 뿔이 짧은 데 비해, 대하는 그 길이가 상당히 길어 입 주변의 앞다리까지 쭉 뻗어 있다. 그리고 눈의 모양을 보고도 구분할 수 있다. 흰다리새우는 눈이 완전히 볼록 튀어나와 있다. 눈이 마치 몸 밖으로 나와 달린 듯한 형상이다. 반면 대하는 약간 볼록하게 올라온 정도다. 
이 둘은 크기에서도 차이가 크게 난다. 8월에 잡힌 어린 대하가 흰다리새우만 하거나 약간 큰 정도다. 대하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9월 이후에는 바로 눈에 띌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10월 하순 이후에는 대하가 정말 많이 커져서 어른 손바닥만 하다. 이 대하는 성인들도 서너 마리만 먹으면 배가 찬다고 할 정도다.

자연산 대하를 맛보고 싶다면 
아쉽게도 이런 진짜 자연산 대하는 어획량이 많지 않아 대도시까지 올라올 물량이 없다. 대부분 산지에서 소비된다. 그렇기에 도시민들이 먹음직스러운 대하를 맛보고 싶으면 산지 직거래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 방법이 아니면 날도 선선하고 가을 단풍도 들어가고 하니 여행 삼아 대하 산지에 다녀오는 것도 좋다. 가족이나 친구, 애인과 함께 맛있는 대하를 찾아 떠나는 가을 여행!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렌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새우의 머리 떼어 내고 껍질 벗겨 깨끗한 접시에 초장과 함께 올려 회로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팬에 알루미늄 호일을 깔고 소금에 살짝 구워 먹는 방법도 있다. 이때 떼어 낸 머리는 버리지 말고 다시 팬에 바싹 구워 내면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어른들 맥주 안주로 그만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이 대하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인천 소래포구와 연안부두 정도다. 몇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시간 여유가 조금 있다면 대하의 최대 산지인 충남 홍성의 남당항이나 태안의 안면도 백사장항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제철 대하도 맛보고, 태안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솔향기길이나 해변길, 노을길 등의 트래킹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도서 <삼시세끼 아빠의 제철집밥>(송영섭 저,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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