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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꿈을 품다-프리랜서 된 김경화 아나운서
교육에 꿈을 품다-프리랜서 된 김경화 아나운서
  • 송혜란
  • 승인 2015.10.30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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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생
 

MBC 간판 아나운서 김경화. 그녀가 15년간 몸담았던 MBC를 떠나 프리랜서 방송인의 길에 들어섰다. 주위의 걱정스러운 시선에도 꽤 오래 삭혀 둔 문제를 푼 듯 홀가분해 보이는 그녀. 무엇이 그녀를 이곳까지 이끈 것일까. 젊음의 기가 충만한 홍대 거리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헤어&메이크업 협찬 정샘물인스피레이션(헤어 황순영 원장, 메이크업 김희선 팀장)

어디선가 들려오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김경화 아나운서는 오목조목한 작은 얼굴에 아담하면서도 균형 잡힌 몸매로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MBC 간판 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변신했지만, 굉장히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이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더 편안해 보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15년 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섹션TV 연예통신>, <뽀뽀뽀>, <와우 동물천하>, <고향이 좋다> 등 시사·교양과 예능, 어린이 프로그램을 능수능란하게 진행하며 뭇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그녀. 바쁜 아나운서 생활 중에도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 카메오로 출연하는가 하면 교육 서적 <우리아이 언어성장 프로젝트>를 출간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끼를 발휘해 왔다. 최근 몇 년간은 LPGA 선수 인터뷰를 진행하며 ‘영어 잘하는 아나운서’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돌연 15년 동안이나 다니던 MBC를 나온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 못 먹어도 고!”
해맑기만 했던 그녀가 드디어 진지한 모드로 변신, 그간 있었던 심적 변화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저는 회사 DNA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이 느낀 게 그거예요. 행복하지 않은 느낌이 있었죠. 어느 날 문득 ‘지금 내가 정말 원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3년간은 쭉 고민했던 것 같아요.”
고심 끝에 그녀가 한 결정에 큰 영향력을 미친 것은 그녀의 여동생이었다.
“제 동생은 항상 별난 아이였어요. 노는 거 굉장히 좋아하고(…) 한국에서 대학원까지 나왔는데 계속 일을 안하더니 회계학을 공부하겠다고 유학까지 갔어요. 결국은 미국의 세무공무원이 되었는데, 또 그 일을 갑자기 그만두더라고요.”
미국의 세무공무원은 굉장히 좋은 직업이다. 퇴근이 빠르고 안정적이며 연금도 잘 나와 아이를 키우는 워킹 맘에게는 최고의 일자리다. 그런데 그 좋은 직장을 박차고 나오다니…. 뒤를 이은 동생의 말 한마디에 그녀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왜 일을 그만뒀느냐고 물었더니 경찰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경찰이 세무공무원보다 사회에서 더 알아줄까요? 아니죠. 월급은 더 많을까요? 휴가는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을까요? 다 나쁜 조건이에요. 그런데 올해 자기가 경찰 시험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설사 떨어지더라도 평생 후회하느니 꼭 도전해 봐야겠다고 하더라고요.”
더 나은 곳을 향해 가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누가 봐도 더 거칠고 힘든 일임에도 자기가 그 일을 하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믿음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동생의 그런 모습에 자극을 받았어요. ‘그래, 나는 너무 안락한 것만 좇았구나’ 싶었던 거죠. 나 또한 안 가본 길을 가보는 것이 내 인생에 대한 예의란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던 순간이었어요.”
최근 잇따라 프리 선언을 한 동료 아나운서들의 조언은 그녀가 최종적으로 퇴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정확한 나침판이 되었다.
“저보다 먼저 회사를 그만둔 후배들에게도 물어 봤어요. ‘지금 어때?’ 다른 것보다 마음이 너무 편하고 좋다는 거예요. 그게 사실 저를 더 든든하게 지원해 줬던 거 같아요. 그래, 못 먹어도 고다!(웃음)”
그녀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뜻밖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부모님은 물론, 남편도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었다.
“남편은 바로 찬성했어요. 제가 어떨 때 가장 행복해하고, 어떨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지 저보다 저를 더 잘 아는 사람이니까요. 감사하게도 반대할 줄 알았던 부모님도 ‘네가 하늘 부끄럽지 않으면 우리는 네가 무슨 일을 하든 응원할게’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겠다고 한 선택이니 앞으로 더 잘해야겠죠?”

“방송, 연기, 교육 다 욕심나요!”
소중한 사람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프리 선언을 한 그녀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기존에 했던 방송뿐 아니라 교육, 연기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연기는 그냥 희망 사항이고요. 시작은 올해 1학기부터 진행한 연세대 대학원에서의 강의가 아닌가 싶어요. 공부할 때만큼은 마음이 편하고 행복했기에 회사 다니면서도 대학원을 졸업했는데, 어떻게 교수님과 잘 연결이 돼서 대학 강단에 서게 됐어요. 2학기 강의는 숭실대학교에서 진행하고 있고요.”
우연히 얻은 기회를 발판 삼으려는 걸까. 그녀는 교육 쪽에 더 큰 비전을 두고 향후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금은 대학생, 대학원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사실 저는 교육 쪽에 더 큰 비전을 가지고 있어요. 학교를 설립해서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연계될 수 있는 재단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죽기 전에 학교의 기초 터가 닦이는 것만 보고 눈을 감더라도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자신이 앞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의 끝에 늘 ‘행복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뒤늦게나마 진정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듯하다.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까지 얻은 그녀는, 원래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데 항상 머뭇거리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창피해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아무에게도 못했어요. ‘남들이 비웃으면 어떻게 하지?’, ‘흠, 꿈만 크군’, ‘쟤 또 저러다 말 거야’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게 분명했으니까요. 그런데 꿈은 널리 알려야 하더라고요.”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고 싶다고 했을 때 열이면 열 다 미쳤다고 했다. ‘그래, 너 날 수 있어’라고 토닥토닥 해 준 사람은 없었다. 그에 비하면 그녀의 꿈은 소박한 편이다.
“연기도 하고 싶고 방송도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하고 싶어요. 그런 다음에는 여러 가지 트랙으로 책도 계속 쓸 거고, 교육 쪽으로 계속 비전도 품고 갈 거예요! 이러한 제 꿈을 널리 알려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고 봐요.”
그녀의 롤 모델은 최은경 아나운서. 방송을 꾸준히 하면서 연기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개인적인 일에 투자하는 그녀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라고. 그녀가 그토록 원하는 꿈을 이뤄 행복한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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