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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를 담는다, 신승환 떼레노 총괄셰프
있는 그대로를 담는다, 신승환 떼레노 총괄셰프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5.11.25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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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셰프

자연에서 채취한 식재료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신승환 셰프는 재료의 향취와 맛을 고려해 ‘있는 그대로’를 요리에 담고 있다. 얼마 전, 코릿(KOREAT)이 선정한 TOP 50 레스토랑 중 유일한 스페니시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올린 떼레노의 신승환 셰프를 만나 보자.

진행 김이연 기자|사진 맹석호

쿡방 열풍과 함께 도시농부가 성행하면서 유기농 식재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셰프들은 직접 키운 작물로 화학조미료를 최대한 배제한 건강한 식문화를 지향하는 추세다. 종로 북촌의 한적한 거리 한편에 위치한 스페니시 레스토랑 떼레노의 신승환 셰프는 재료를 ‘있는 그대로’ 담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이 직접 키워 자연 속에서 막 채취한 재료, 그 재료로 만드는 소스와 플레이팅, 그야말로 재료의 특색을 고스란히 담아 낸 있는 그대로의 요리다. 스페인 요리의 매력 또한 마늘과 올리브 오일을 베이스로 하며 자연스럽고 재료의 특색이 잘 살아나는 점을 꼽는다.

식당을 운영한 외가 덕분에 주방에 익숙,
다양한 나라의 레스토랑에서 실무 경험 쌓아

신승환 셰프는 요리에 따로 관심이 생겨 배우는 과정을 거쳤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요리를 접하면서 친숙해지게 됐다. 그의 외할머니는 6·25 이후 요정, 갈비 전문점, 일식당 등을 운영하셨고, 어머니와 이모도 식당을 했다. 외가 가족들이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그에겐 주방이 낯익은 공간이었다. 아침마다 만두 빚는 일을 돕거나 외식을 자주 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등 요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됐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유아기부터 청년기까지 일본과 미국, 한국을 오가며 자란 덕에 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역시 자연스럽게 각 나라의 음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고, 미국에서 중학교에 다닐 때는 직업 체험의 일환으로 요리 클래스를 들어 배우기도 했다. 스페인 요리는 10여 년 전, 두바이에서 일본인 셰프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눈뜨게 됐다. 두바이의 레스토랑은 스페인 및 유럽 지중해 요리를 하는 곳이었는데, 동양인이 단 둘뿐이라 마음이 잘 맞기도 했고, 일본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덕분에 언어가 가능했기 때문에 친분을 두텁게 가질 수 있었다.
그 외에도 한국을 비롯해 호주, 스페인, 태국, 네팔 등 여러 나라의 레스토랑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여러 나라의 음식과 문화, 사람들을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바이에서는 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수상하기도 하고, 호주 시드니에서는 호주의 미슐랭 격인 <모닝헤럴드 푸드가이드>가 선정한 시드니 베스트 레스토랑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세계 각지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지금의 그에게 무엇보다 큰 경험과 재산이 됐다.

직원들에게 레시피 북 공유
“다른 곳에서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떼레노는 사회적 기업 ‘오요리 아시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베트남 이주 여성들을 채용해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이들의 요리와 교육을 담당하는 신승환 셰프는 요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다양한 음식을 많이 접해 보고 자신만의 스탠다드를 확립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한다. 맛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직접 적은 레시피 북을 공유하기도 한다. 비밀스러운 것일 법도 한데, 오히려 세상에 비밀은 없다며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곳에서의 경험이 다른 곳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옥상 텃밭에서 직접 가꾼 식재료 활용

신승환 셰프에게서는 그만의 자유분방함과 히피적인 감성이 느껴진다. 일찍이 다양한 문화와 음식, 사람들을 접하면서 어느 하나에 얽매이지 않는 감성을 체득한 탓도 있겠지만, 산이나 바다 등 자연에서 식재료를 많이 접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스페인 북부 지역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산에 버섯을 따러 다니는 것을 즐겼고, 10분 거리에 바다가 있어 식재료를 구해 뚝딱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농장에서 갓 짠 우유는 지금 생각해도 가장 맛있는 우유였다고. 재료가 좋으니까 무엇을 만들어도 만족스러웠고, 자연을 더욱 가깝게 여기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경험들이 자연에서 직접 텃밭을 가꾸며 요리하는 데 일조했다.
신승환 셰프는 옥상에서 쳐빌, 로즈마리, 타임, 레몬 바베나, 레디쉬, 세이지, 라디치오, 루꼴라, 셀러리 등 여러 가지 허브와 채소를 기르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손으로 잡초를 제거하고 벌레를 내쫓아 가며 청정 자연에서 재배한다. 주로 올리브 오일에 향을 첨가하는 용도로 사용해 치즈를 절이기도 하고, 플리이팅에 장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 고기나 채소를 구울 때 함께 넣으면 풍미를 높이는 데 그만이다.
앞으로는 좀 더 특이한 재료들을 가꿔서 식자재에서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하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 외국에는 많은데 한국에는 많지 않은 특이한 재료들로 획일화되어 가는 한국 식자재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 좀 더 다채로운 식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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