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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들이 직접 꾸리는 유기농·친환경 장터 ‘마르쉐@’
도시농부들이 직접 꾸리는 유기농·친환경 장터 ‘마르쉐@’
  • 권지혜
  • 승인 2015.11.26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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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념 장터
 

단호박, 풋콩, 여주, 사과, 유정란 등 싱싱한 친환경·유기농 재료부터 그런 재료로 만든 잼이며 주스, 반찬까지. 매달 두 번째 일요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도시농부들이 직접 꾸리는 신개념 장터 ‘마르쉐@’가 열린다. 비가 갠 뒤 깨끗한 공기가 마르쉐의 도시농부들을 응원하는 것 같던 일요일 아침, 마르쉐@를 찾았다.

마르쉐@는 2012년 10월 12일, 공사 중인 마로니에 공원 아르코 갤러리 앞마당에서 작은 시장으로 시작했다. 여성환경연대가 기획한 도시형 장터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교류하는 새로운 개념의 정기 시장이다. 이렇게 공원 한쪽에 37팀의 도시농부가 오순도순 작은 시장으로 열었던 마르쉐@가 벌써 3주년이 되었다. 이제 마르쉐@는 ‘대학로’ 하면 떠오르는 명소가 되었고, 매월 둘째 주 마로니에 공원의 잔치와 같은 행사가 되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마르쉐@에 오는 손님들은 이제 장바구니와 그릇을 손수 챙겨 온다. 장터 한쪽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과 그릇을 씻을 수 있는 개수대까지 마련되어 있다. 
마르쉐@에 출점하는 도시농부들은 세 분야로 나뉜다. 농부 팀, 요리 팀, 수공예 팀이다. 거의 모든 농부가 친환경·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싱그러운 식재료를 진열한, 출점 농부 팀

최혜인, 최현우 씨의 ‘뜰과 숲 농원’은 충남 당진시에 있는 농원이다. 붉은 황토와 서해안 청정 지역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함께 어우러진 곳이다. 이들은 2006년부터 유기농으로 블루베리 및 다양한 베리류를 재배하며, 올리브도 기르고 있다. 힘들지만 정직하고 좋은 먹거리를 위하여 유기농 재배를 고집하며, 블루베리를 이용하여 만든 음식에도 유기농 재료만을 첨가하여 만들고 있다. 이날 장터에는 직접 만든 블루베리 잼을 시식할 수 있도록 마련했는데, 그 맛이 무척 달콤하고 신선했다. 
‘이숙자 hand market’은 김포에서 작은 텃밭을 일구고 있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딸과 며느리가 함께 준비하여 출전한 팀이다. 대표 상품으로는 제철 농작물과 제철 농작물로 직접 만든 장아찌, 고추장, 간단한 음식 등이 있다. 이들은 따로 매장이 없기에 많은 양을 준비할 수 없다. 최소한의 양만 준비하기 때문에 마르쉐@가 아니면 개인적으로 구매가 어렵다. 늙은 호박전, 늙은 호박 수프, 장아찌 등을 팔았는데, 늙은 호박전과 늙은 호박 수프는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그 앞에 줄지었다. 
사람이 많아 줄을 지어 걷다 보니 예쁜 와인 잔에 담긴 끈적한 액체가 눈에 띈다. 원강효 씨의 ‘꿀.건.달’이다. 와인 잔에 예쁘게 담긴 것들의 정체는 꿀이었다. ‘꿀.건.달’에서는 봄이 오고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는 시기에 그 꽃향기를 따라 성북구 삼각산, 철원 명성산,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서 가족들과 함께 양봉을 하고 있다. 자연을 위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좋은 꿀과 건강한 마음을 담아 가고 있다. 산벚나무 꿀, 산벚나무 크림 꿀, 아카시아 꿀, 감로 꿀, 밤 꿀 등 여러 가지 종류의 꿀을 맛보고 구매할 수 있다. 
마르쉐@에 출전하는 도시농부는 한국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날 마르쉐@에서는 외국인 도시농부도 발견할 수 있었다. Greg 가족이 꾸리는 ‘Greg’s Homegrown’이다. 이들은 도시농부, 외국인 농부, 유기 농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신선한 채소, 그린빈즈 피클, 비트 피클, 육포, 오디 잼, BBQ 샌드위치 등 유럽의 장터에서 볼 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심는 대로 잘 자라는 텃밭>의 저자도 출전 팀에 합류했다. 김명희, 황서영 씨의 ‘동화의 뜰’이다. 느리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땅 살리기에 중점을 두는 농사법으로 하나하나 일구어 가는 텃밭이다. 처음에는 아이의 아토피를 고치기 위해서 일군 텃밭이지만, 그때의 마음을 지금껏 이어가는 중이다. 땅 살리기를 위해서 테두리 텃밭을 지향하며, 농약·비료·제초제·비닐멀칭 없이 텃밭에서 나온 것은 다 텃밭으로 다시 되돌리는 유기물 멀칭 농법을 사용하고 있다. 바질 페스토, 허브 페스토, 순수 클렌징 오일, 상처 치유 허브 연고, 자연 수세미 등을 판매했다. 
경상북도 봉화 산골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닭을 키우는 <내일학교> 소속의 <내일학교 농장>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는 마음으로 좋은 환경에서 키운 닭의 유정란을 판매한다. 상업적으로 사육되는 대부분의 닭은 A4 용지 한 장보다 더 좁은 공간에서 평생을 움직이지 않은 채 알을 낳다가 죽는다고 한다. 이러한 닭들은 스트레스가 높고 질병 감염을 피할 수 없어 항생제를 먹이는 실정이다. 닭들이 받은 스트레스와 항생제는 고스란히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내일학교 농장>에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청정 봉화의 산골짜기에서 닭들을 ‘풀어’ 키운다. 사료 역시 다양한 산야초, 부엽토, 우리 곡물과 왕겨, 굴 껍데기, 깻묵이 고루 섞인 자가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

맛있는 향기로 공원을 가득 채운, 출점 요리 팀

유은아, 박정은, 신새미 씨의 ‘아라리오’의 음식은 특이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부 과자 그릇에 담은 찰강냉이범벅이다. 강원도의 주식이었던 찰옥수수범벅을 두부로 만든 과자에 담아 함께 먹는 방식으로 마르쉐@에서만 맛볼 수 있다.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아라리오’가 개발하고 디자인한 대표 음식. 이 외에도 매콤하고 상큼한 메밀전병도 판매했다. 이들은 강원도 정선에서 나는 재료를 주로 하여 한국의 토속음식을 재해석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던 곳, 박말이, 마잌 씨의 ‘mmham(말마햄)’이다. 지리산 웰빙 농장의 흑돼지로 만든 등심햄, 안심햄, 뒷다리살햄, 앞다리살햄, 목살햄을 판매했다. 이 수제햄은 프랑스 시어머니 레시피로, 마르쉐@ 도시농부인 우이농장의 네 가지 허브와 천일염에 절이고 말리고 스모킹과 쿠킹을 거쳐 탄생한다.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캐나다 인 신랑이 어머니 음식을 너무 그리워해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고. 부위별로 색다른 맛의 햄. 많은 손님으로 북적이는 가운데 기자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사버렸다. 모두 100g에 5천 원에 판매하며 인심이 후하다. 
요리 팀은 이 밖에도 제빵, 쿠키, 수제 잼 등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든 맛좋은 요리를 선보였다. 대부분 시식을 할 수 있게 마련해 놓았는데, 절대 시식만 하고 돌아설 수 없다는 점…. 한 번 맛보면 그 맛에 반해 살 수밖에 없었다. 마르쉐@ 장터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어느새 두 손 가득이다. 
장터 한쪽에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어 옹기종기 모여 구매한 요리를 맛보았다. 요리를 담을 그릇을 직접 챙겨 가면 덤도 많이 준다. 실제로 빈 용기를 들고 요리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걸 다 직접 만들었나요, 출점 수공예 팀

백경현 씨의 ‘전통공예 마미체’는 말총으로 만든 체로 100% 수공예품이다.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망을 토대로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드립커피용 커피 필터와 차 거름망을 제작하고 있다. 
최서홍, 최주현 씨의 ‘All day swimming’. 건강한 비누와 초를 천연 재료로 만든다. 세안용으로 좋은 천연비누는 식물성 오일과 허브, 천연 에센셜 오일로 정성껏 만든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샤워용으로도 권하고 있다. 또한 모든 화학제를 최소화하여 만든 천연샴푸도 있다. 민감한 두피에도 순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소이 왁스 캔들, 멀티밤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에서는 나는달 대안 생리대 키트를 판매했다. 나는달 캠페인은 네팔과 한국 여성들이 만드는 월경 문화 캠페인으로, 대안 생리대 키트 안에 담긴 면 생리대를 하나는 본인이 갖고, 하나는 만들어서 네팔에 보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트에서 구매하여 사용하는 생리대는 화학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성의 몸에 매우 좋지 않아 생리통을 유발한다. 면 생리대는 생리통을 줄이고, 일회용이 아니므로 환경도 생각하는 고마운 제품이다.
이 밖에도 나무 도마, 와인, 앞치마 등의 페브릭 제품을 판매했다. 나무 도마 같은 경우에는 질이 매우 좋은데다가 가격도 착해서 수공예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현재 마르쉐@는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에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넷째 주 일요일에는 명동성당 내 1898 대성당에서 열린다. 이미 입소문을 타 많은 사람이 몰리지만, 여전히 이 장터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11월 둘째 주에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마로니에 공원으로 산책 겸 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 상쾌한 마로니에 공원의 바람과 건강한 도시농부들의 맛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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