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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우유, 꿀맛 같은 굴
바다의 우유, 꿀맛 같은 굴
  • 권지혜
  • 승인 2015.11.27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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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
 

뽀얗고 매끈한 자태…, 싱그러운 향기…. 상큼한 초고추장을 곁들여 호로록~! 못 먹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석화에 소주! 마니아들은 날이 쌀쌀해지면 가장 먼저 찾는 궁합이다. 슬슬 찬바람이 부는 시기에 그 향과 맛이 배가 되는 굴. 아, 굴에서 꿀맛이 나요….

쌀쌀해지는 날씨엔 따끈한 우동? 물론 좋지만 좀 식상하다. 겨울에 가장 맛있는 굴은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 전도 부쳐 먹고 김치에도 넣는다. 젓갈로도 먹고 국밥으로도 먹는다.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 만큼 단백질을 비롯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특히 보양과 미용에 아주 좋다.

찬바람 불 때만 맛볼 수 있는 굴 
찬바람이 물러가고 날이 따뜻해지면 될 수 있으면 굴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겨울철 굴이 더욱 맛이 좋기도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다.
굴은 보통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오뉴월에 산란과 방정을 한다. 이 산란 시기가 되면 굴은 밀리톡신이라는 독성을 가지게 된다. 치명적인 맹독은 아니지만, 많이 먹을 경우 복통과 설사를 동반할 수 있다. 게다가 산란을 마치고 나면 맛과 영양도 뚝 떨어지니, 굳이 이때 굴을 먹을 이유가 없다. 또한, 이때부터 가을까지는 따뜻해진 바닷물에 비브리오를 비롯해 살모넬라, 유해 대장균 등이 많아지므로 생굴은 될 수 있으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서양에서는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굴을 먹는다고 한다. 5월부터 8월까지는 굴을 먹지 않는 것이다. 기후 조건이 조금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바닷물이 조금씩 차가워지는 10월부터 굴을 먹기 시작한다. 국내 최대의 양식 굴 산지인 통영에서도 10월 중순 이후 굴의 첫 경매가 시작된다. 그래서 이듬해 3월까지 통영의 양식 굴이 출하된다. 산란기 이후 다시 맛과 영양이 풍부해지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우리나라 굴의 제철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별로 기온 차가 있기 때문에, 통영보다 조금 북쪽에 있는 충남 서산과 태안반도 일대에서는 굴이 제일 맛있어지는 시기가 4월이라고 한다. 산란 직전의 굴이 가장 맛있는데, 아무래도 통영보다 바닷물이 차가워 산란 시기가 조금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맛도 좋은데 영양까지 탑재한 굴 
겨울이 제철인 굴은 맛도 좋지만, 영양도 풍부한 식재료다. 굴을 흔히 바다의 우유라 일컫는다. 이는 굴의 뽀얀 속살과 풍부한 영양이 우유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굴에는 질 좋은 단백질을 비롯해 비타민 A와 B1, B2, B12는 물론 철분, 칼슘, 아연 등의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타우린과 글리코겐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각종 성인병에 도움이 되는 데다 칼로리까지 낮으니 높은 열량의 음식을 먹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참 좋은 식품이 아닐 수 없다. 굴에 풍부한 아연 성분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생성 및 활동을 촉진한다 하여 최고의 보양식품으로 치기도 한다.

자연산과 크게 차이 없는 맛 좋은 양식 굴 
풍부한 영양과 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굴. 시중에 판매되는 것은 대부분 양식으로 보면 된다. 국내에서도 자연산 굴이 일부 나오기는 하지만 그 양이 많지 않다. 
조개류는 양식이라고 해도 양식 어류와 달리 자연산에 가깝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사료를 주지 않고 감염과 질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다. 그저 새끼 굴인 ‘종패’를 뿌리거나 종패가 붙을 수 있는 조가비 등을 바다에 놓아둔다. 그러면 바다와 펄이 알아서 굴이나 조개 등의 조개류를 키운다고 한다. 
미각이 특별히 예민한 사람이거나 꼭 자연산만 찾는 게 아니라면 굳이 비싸고 귀한 자연산 굴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양식 굴도 자연산에 가깝고 맛있기 때문이다.

바다환경에 따라 맛이 다른 양식 굴 
양식 굴은 양식방법과 그 지역의 바다환경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도되고 있는 양식방법은 수하식(垂下式). 튼튼하고 기다란 줄에 굴의 종패가 붙을 수 있도록 가리비나 굴 껍데기를 매달아 바다에 고정해놓는 양식법이다. 수하식 굴 양식방법은 국내 최대의 굴 산지인 통영 등 남해안부터 충남 서산 등 서해안지방까지 두루 시도되고 있다. 
보통 굴의 산란기 이전인 봄에 굴 양식용 줄을 설치하고 충분히 성장한 이듬해 가을부터 채취를 시작한다. 
양식 굴은 대부분 수하식으로 길러져 출하되는데, 같은 양식방법을 이용해도 바다환경에 따라 굴의 모양과 맛이 다르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지 않은 남해의 굴은 1년 내내 물속에 잠겨서 자란다. 
반면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의 굴은 하루의 절반을 물 밖에서 지내게 된다. 그러니 자연 남해에서 자란 것은 퉁퉁하게 크고, 서해에서 하루에 반만 자란 것은 작고 단단할 수밖에 없다. 서해 것이 맛과 향이 진한 이유다. 
남·서해의 굴은 크기나 맛에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몸통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물 날개도 서해 것이 더 발달해 있다. 아마도 하루의 절반을 햇볕에 노출된 채로 살아야 하는 극한환경 탓이 아닐까 추측한다. 
굴은 몸통이 미끈해서 양념이 잘 묻지 않는데 물 날개가 잘 발달해 있으면 양념이 고루 배게 된다. 굴에 천일염을 뿌려 발효 숙성시킨 뒤 갖은 양념에 무치는 어리굴젓이 서산을 중심으로 발달하게 된 것도 서해 굴의 이런 특성 때문에 가능했던 것. 
서해안지방에서는 한때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조간지대에 넓적한 돌멩이를 적당한 간격으로 놓아 굴이 붙어 자라도록 한 투석식(投石式) 양식방법을 사용한 때가 있었다. 자연산 굴이 조간지대의 바위에 붙어 자라는 것을 보고 착안하게 된 옛 방식이다. 자연산에 가장 가까운 굴 양식인 셈이다. 
하지만 이제 투석식으로 양식한 굴은 많지 않다. 다른 양식방법에 비해 산출량이 적고 굴의 제철인 겨울에 바다에 직접 나가 굴을 따야 하는 고된 노동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새롭게 굴 양식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입망식(入網式)이다. 그물 보자기 속에 종패를 넣고 일정한 깊이로 걸어놓아 키우는 방식이다. 깊은 물 속에 완전히 잠기게 하는 수하식보다 높게 그물망을 고정해 놓음으로써 하루 두 번씩 공기 중에 노출된다. 상대적으로 조수간만의 차가 작은 남해에서 서해처럼 하루 두 번 외기에 노출하며 굴을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키우는 굴들은 아무래도 늘 깊은 물 속에 잠겨 있는 수하식 양식 굴보다 자라는 속도가 느리다. 공기에 노출된 시간에는 굴이 뚜껑을 꼭 닫은 채 먹이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장 속도가 더딘 대신 맛과 향은 수하식 굴보다 더 깊고 진한 편이다. 또한, 육지로부터 더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양식을 하기 때문에 육지의 오염에 영향을 덜 받고 배설물 분해도 빨라 친환경적이라고 한다.

요리에 맞게 굴을 고르는 방법 
굴을 키우는 방식에 따라 굴의 맛과 향이 아주 큰 차이를 내는 것은 아니다. 양식방법보다는 양식 지역이 굴의 맛과 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바다환경에 따라 먹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을 만들 것인가에 따라 굴의 양식방법이 무엇인지 따지게 된다. 찜이나 구이 등 통굴이나 각굴이 필요할 땐 수하식보다는 입망식 굴을 고르는 것이 좋다. 일단 같은 바다라도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양식할 뿐만 아니라 맛과 향이 더 풍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입망식 굴은 수하식 굴과는 달리 서로 붙어 자라지 않고 낱개로 키운 개체 굴이어서 모양이나 크기가 균일하고 깨끗하다. 그러니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식재료가 필요할 때는 입망식 양식 굴을 고르면 좋다. 
껍질을 까지 않은 각굴은 굽거나 쪄서 먹는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구이보다 찜을 하는 것이 좋다. 가정에 불을 피울 만한 공간이 있더라도 불 위에서 굴이 익는 동안 껍질이 튀어 화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 
또한, 굴구이는 굴 내부의 수분이 날아가 짠맛이 높아지기 때문에 굴 특유의 단맛이 가려진다. 반면 높은 온도의 수증기로 찌는 방식은 불을 피우는 번거로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맛과 향이 잘 보존돼 맛있게 굴을 먹을 수 있다. 
굴국이나 무침, 물회, 전 등의 음식에는 각굴보다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은 생굴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익히지 않은 굴은 껍질을 열기 너무 어렵다. 괜히 까보겠다고 칼을 들고 나섰다가는 자칫 손을 다칠 수 있다. 
매생이굴국이나 물회, 혹은 생굴로 먹을 때는 서남해안의 갯벌에서 자란 것이 좋고, 굴전은 조금 크기가 있는 굴로 만들어야 하므로 통영에서 키운 양식 굴이 좋다.

*참고도서 <삼시세끼 아빠의 제철집밥>(송영섭 저,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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