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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생생한 분당 구미구 전원주택
사계절이 생생한 분당 구미구 전원주택
  • 권지혜
  • 승인 2015.11.27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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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좋은 집
 

어제까지만 해도 흐렸던 하늘이 활짝 개어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쬔다. 햇살이 비출 때면 한층 더 화사한 느낌이 드는 분당 구미구의 전원주택을 찾았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층으로 되어 있는 이 주택의 정원은 주인이 직접 가꾸는 텃밭과 잘 다듬은 잔디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분당으로 달려갔다. 분당 구미구의 아파트 단지를 지나 들어가면 발견할 수 있는 전원주택 단지. 그 중 현관에 사자상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한 주택을 찾았다. 정원의 담장 쪽으로 난 단풍나무가 차고 앞에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는 집이다. 가을을 알리는 단풍나무가 화사하게 물든 이 집안으로 들어가 보자.

벽돌 주택과 정원의 조화

주택은 전체적으로 은은한 색의 벽돌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고풍스러운 소품이 더해져 정원과 집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 곡선이 가미된 철제 대문과 그 앞에 놓인 두 마리의 사자상, 돌로 된 화분은 외국 주택의 초입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더불어 대문에서 현관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옆에 놓인 큰 돌과 초록의 식물, 소나무는 우리 한옥에서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러움이 가미되어 이국적인 주택에 한국의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초록색의 식물 사이에 붉은색 식물이 심겨 있는 화분을 곳곳에 배치해 포인트를 주었다. 
이 계단을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어떤 정원이 펼쳐질까 기대하게 된다. 밤이 되면 식물들 사이로 조명이 켜지는 이 정원의  멋진 밤이 떠올랐다.
대문을 지나 현관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현관 앞 나무에 걸려있는 풍경(風磬)을 마주하게 된다. 잔잔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풍경은 상쾌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 노래하듯 맑은소리를 낸다.

풍경 옆에 서서 대문 쪽을 내려다보면 그 장면이 또한 꽤 인상적이다. 굽이진 계단과 구불구불 내키는 대로 자란 소나무 가지가 계단 위로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한다.

18년의 세월을 담은 정원

잘 정돈된 정원은 마치 새집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집주인이 이 주택에 산 지가 18년 째.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원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낡기는커녕 오히려 세월의 흔적이 곳곳이 묻어 있었다. 처음 정원에 심었던 나무들은 18년 동안 잘 자라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어디 하나 지저분한 곳 없이 정돈되어 있는 것은 집주인의 성격도 한몫을 했다. 유쾌하고 인상 좋은 집 주인은 자신이 보기에도 나무들이 이제 자리를 잘 잡아서 정원이 더욱 예뻐졌다고 했다. 
전문 정원사가 관리해주기 때문에 정원이 이렇게나 깨끗하고 예쁜 것일까.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아무래도 혼자서 관리하기에는 정원의 규모가 있기 때문에 1년에 한 번씩 정원사가 와서 잔디를 정리하고, 큰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큰 나무를 관리하고 가지치기하는 것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딱 그 부분만 전문 정원사의 도움을 받는다. 그 외의 나머지 식물은 모두 집 주인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심어놓은 것들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집주인은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직업여성이다. 일하면서도 이렇게 정원을 예쁘고 군더더기 없이 관리하고 꾸며 놓았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정원을 가꾸고 식물을 기른다는 것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실과 정원을 잇는 테라스

집에 정원이 있다는 것은 자연을 느끼고 즐기는 것이다. 집 안에 앉아 정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운치가 있다. 거실과 정원 사이에 작은 나무 데크를 놓고, 데크 주변을 작은 화분들로 꾸며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다. 햇살 좋은 날, 테이블에 앉아 정원을 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 불어오는 바람과 따스한 햇볕을 느끼며 읽는 책 한 권은 정원이 주는 낭만이다.

테라스 위로 천막 지붕을 만들었기 때문에 비나 눈이 와도 밖에 나와 정원을 즐길 수 있다.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후의 테라스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굳이 테라스로 나오지 않더라도 유리로 전면 창을 내놓았기 때문에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도 정원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2층 역시 야외 테라스를 만들어 놓았다. 2층에서 보면 정원은 1층 테라스와는 색다른 분위기가 있다. 현재 2층은 집 주인의 자녀들이 사용하고 있다. 
1층 방에도 큰 창을 내어서 정원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이 방은 집주인 부부의 침실이다. 큰 창 덕분에 정원을 그림처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햇볕도 따스하게 들어와 집을 포근하게 만들어준다.
정원의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인상적이다. 정원 끝자락에 있는 소나무 밑에는 귀여운 사슴 조형물 두 마리가 서 있다. 소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이 사슴들은 마치 나무의 열매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 같아 퍽 재미있다.

직접 기르는 정원 한켠의 텃밭

정원 한쪽에는 초록색의 식물이 옹기종기 심겨 있다. 딱 봐도 집주인이 직접 기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의 텃밭이다. 이 텃밭에는 현재 고추가 자라고 있다. 주인이 모종을 심어 기른 것이다. 올해만 해도 여러 번 고추를 수확해 밥상에 올렸다고 한다. 
지금은 나무를 심어 놓았지만, 테라스 옆에서는 토마토를 잔뜩 키웠다고 한다. 토마토를 모두 수확한 뒤 가족과 함께 먹고, 토마토의 가지 일부를 잘라내어 테라스 위에 있는 화병에 꽂아놓았다. 집주인은 별 생각 없이 화병에 꽂아 놓은 것인데, 세상에… 토마토가 수경재배로 자라고 있던 것이다. 집주인 역시 그냥 꽂아둔 토마토가 화병에서 열매를 맺으니 신기할 따름이라고 했다. 화병에는 토마토가 조그맣게 주렁주렁 열려 매끈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연히 꽂아둔 토마토의 생명력에 감탄할 뿐이다. 
고추를 심은 텃밭 뒤로는 철로 된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울타리를 따라 가시가 박힌 식물이 있었다.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5월이 되면 장미가 예쁘게 핀다고 한다. 5월에서 6월, 초여름에 장미가 빨갛게 만발하면 그제야 ‘아, 이제 장미가 피는 계절이구나’하고 계절의 변화를 알게 된다고. 
실제로 정원에는 계절별로 꽃이 핀다고 한다. 마치 식물이 계절을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은 계절에 맞게 정원 안의 단풍나무가 울긋불긋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예쁘게 물들어 있다. 그야말로 사계절이 담긴 정원이다.

햇살을 품은 지하 정원

이 집에는 다른 집과는 다른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정원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발견할 수 있다. 현관문 바로 옆에 작은 울타리가 있는데 그 밑이 뚫려 있다. 그 아래를 내려다보면 또 하나의 작은 정원이 조성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구역은 원래 일반적인 정원으로 잔디가 깔려 있었다고 한다. 집주인의 아이디어로 지하실의 천장을 들어내어 정원을 개조했다. 작년에 리모델링한 것이다. 지하실은 집주인의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지하실 자체가 빛이 들지 않는 컴컴한 공간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빛을 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생각해낸 것이 지하실 천장을 뚫어서 또 다른 공간을 만든 것이다. 정원에 내리쬐는 햇볕이 지하로 들어갈 수 있도록 리모델링 한 것. 지하실에 햇빛이 들어오게 되니 한결 지하실 내부가 쾌적해졌고, 또 하나의 정원이 탄생했다. 정원에서 지하를 내려다보면 운치 있는 공간을 볼 수 있다. 그냥 햇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단순히 개조한 것이 아니라, 대나무와 작은 연못을 놓아 지하실에도 작은 정원을 만든 것이다. 정원 위에서 내려다보다가 그 공간이 너무 궁금해서 직접 내려가 보았다.

집안에서 지하실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가면 집주인의 작업실이 나오고, 더 안으로 들어가면 지하실의 작은 정원으로 향하는 아치형의 문이 보인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니, 돌로 디자인한 연못과 작은 테이블이 눈에 띈다. 한쪽에는 꽃과 대나무도 심어놓았다. 어두컴컴한 이미지의 지하실이 불을 켜지 않아도 직접 내리쬐는 햇살 덕분에 조명을 켜놓은 듯 환하게 빛났다. 
집주인은 인생 2막 설계 뉴스레터 '시니어 통' 발행인으로, 시니어플래너로서 여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집주인의 작업이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운치 있고 햇살이 비치는 작업실에서라면 어떤 일이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잠에서 깨는 것이 상쾌한 것처럼 말이다. 
정원에 갖가지 소품을 놓고 화려하게 꾸미는 것보다는 이 집의 정원처럼 곳곳에 포인트를 주어서 깔끔하게 조성하는 것도 매력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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