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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의 오해와 진실
ADHD의 오해와 진실
  • 권지혜
  • 승인 2015.12.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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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쓰는 정신과 건강 이야기1
▲ 사진은 이미지로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이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16세기 초 교황 레오 10세가 혹평한 ‘이 사람’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이다. 화가이자 건축가, 과학자이자 발명가, 수학자이자 의학자. 그를 설명하는 다양한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다빈치는 광대한 호기심과 탐구의 화신이었다. 그를 둘러싼 살아 있는 모든 사물이 그의 탐구와 연구의 대상이었으며 그는 매일 생각했던 것들을 자신의 노트에 메모하였다. 그가 노트에 그린 갖가지 도형은 13,000여 점에 달하는데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담으려는 듯 방대했다. 
그러나 많은 스케치와 설계도 등은 미완의 그림이었으며 실제로 화가로서의 그는 67년간 단 17편의 그림만을 완성시켰을 정도로 끝맺음을 못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모나리자의 눈썹을 실수로 깜빡하고 그리지 못한 것이라는 우스운 일설이 있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다빈치는 주위의 사소한 것들에 늘 주의를 뺏기고 하나의 과제를 끝내지 못한 채 다른 과제를 시작하면서도 이미 또 다른 것을 구상했었다고 한다. 
만일 현대 의학이 다빈치와 조우했었다면 어쩌면 그가 ADHD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ADHD는 단순히 부산스럽고 산만하다는 것만으로 진단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하게 움직이고 부산스러운 과잉행동(hyperactivity)과 집중력이 짧고 끈기가 없어 쉽게 싫증을 내는 주의력 부족(inattention), 참을성이 적고 감정변화가 심한 충동적 행동(impulsivity)의 세 가지 주된 특징이 학교나 가정생활, 또래관계 등에 분명한 어려움을 초래할 때 진단이 이루어진다. 
이런 ADHD에 대해 매년 2000편 이상의 관련 연구가 보고될 정도로 다양한 유전신경학적 요인이 관여된 대뇌 질환이라는 사실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음에도 실제로 ‘주의집중을 못하고 산만하다’는 문제는 일반 아이들에게서도 흔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산만함 혹은 과잉행동과 ADHD와의 경계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또 기질이나 성격, 훈육, 교육 환경 등이 ADHD와 관련이 있다는 오해가 초래되기도 한다.

ADHD,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

의학은 기본적으로 맹목과 열광보다는 검증과 성찰을 필요로 한다. 대중에게, 그것도 치료적 도움을 절실하게 바라는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라고 권유하기 위해선 엄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입증된 방법이어야 한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질병에 대한 지식이 왜곡되어 불필요한 두려움이나 불안이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질병으로 인해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들에게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목적에서 본지에서는 ADHD와 관련된 세간의 오해들과 그와 관련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1. ADHD는 과연 실재하는 병인가 
ADHD와 관련한 많은 질문 중 첫 번째는 우선 진짜 질병이냐 하는 것이다. 일부에선 ADHD가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환이라거나, 부모의 양육태도가 ADHD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ADHD는 근거가 없는 허구의 질병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한편으론 ADHD는 문제라기보다는 창의성과 개방성 같은 아이의 특별한 재능이라는 낙관주의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산만하고 버릇없는 아이들을 체벌하는 대신 함께 놀아주고 대화법을 수정하도록 부모교육을 시키는 TV 프로그램의 전문가 처방 등은 그 의도와 전체적인 맥락과는 상관없이 부모의 양육태도가 ADHD를 유발 및 악화시킨다는 오해를 더욱더 강화시킨다. 이에 더해 정신과에 대한 우리사회의 여전한 정서적 반감과 거부감이 이런 오해를 사실처럼 믿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ADHD는 여러 측면에서 아이에게 어려움을 초래시키는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주의산만함의 문제이며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의 비교연구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1966년 이후 50여년 동안 축척된 20,000여편 이상의 ADHD 관련 연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뇌의 기저핵(basal ganglia)와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의 구조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 영상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유전요인을 분석하는 쌍생아 연구에서도 일란성 쌍생아가 이란성 쌍생아에 비해 30:80으로 유전 일치율이 높았으며 이는 환경적인 요인보다 유전적 요인이 더욱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부적절한 양육, 생애 초기 경험, 사회경제적 여건 등이 중요할 수 있겠으나 흔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그 원인으로서의 영향은 비교적 적은 것이다.

2. ADHD를 진단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이 있는가
또 다른 오해 중 하나는 과연 ADHD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신과적 진단은 신체질환의 진단과는 달리 비정상과 정상의 구분이 어려우며 MRI나 혈액검사 같은 객관적 검사로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원인도 복합적이고 단지 증상이 있는 것만으로 진단할 수도 없다. 아이의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 사이의 일치도가 높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환자나 보호자, 교사가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으며 상담사, 심리사, 비정신과 의사의 의견이 정신과 의사의 소견과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한계가 ADHD의 진단이 불가능하거나 자의적이고 부정확하다는 주장의 이유가 될 순 없다. 정신과 의사는 단일한 검사로 ADHD를 진단하는 대신 면담, 평가도구 및 설문지, 신경심리 검사 등을 통해 다면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히 ADHD에 대한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뿐만 아니라 ADHD와 공존하여 아동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우울, 불안 혹은 반항행동 등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살피게 되며 아이가 갖고 있는 고유한 강점과 가족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에 대해서도 평가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신과 의사들이 몇 가지 행동관찰이나 부모로부터의 단편적인 의견만 듣고 ADHD를 진단하는 일은 드물며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전문가의 평가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3. 우리 아이는 집중도 잘하고 공부도 잘해요. 그런데 어떻게 ADHD가 될 수 있죠?
많은 사람들이 ADHD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 중에는 우리 아이가 집중도 잘하고 머리도 좋다는데 어떻게 ADHD가 될 수 있느냐는 것도 있다. 주의가 산만하다고 하여 모든 상황에서 집중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DHD 아이들은 활동에 있어 호불호가 지나치게 확실하여 게임이나 만화영화같이 본인이 재미있어 하거나 즉각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는 활동에서는 수시간씩 집중하기도 한다. 단순한 집중력 부족이라기보다는 ‘주의력’ 과 ‘집중력’이 상충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주의력’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하는 힘을 의미하는 ‘집중력’보다는 좀 더 광의의 개념으로 여러 가지 자극 중에 선택하여 정신적 에너지를 할당하고 유지하며 통제하는 능력이다. 좀 더 쉽게 말해, 하기 싫지만 해야 한다면 주변의 유혹과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ADHD 아동에서 집중력에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ADHD 아동이라고 해서 즐거움을 못 느끼는 게 아니라면 본인이 즐거워하는 일에 지루함을 느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목표를 위해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지속하여 끝마치지 못하고 쉽게 주의가 흐트러져 이것저것 사소한 것에 관심을 보이며 제한된 시간에 과제를 마치지 못하는 문제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더불어 부모나 교사의 지시를 금세 잊어버리거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기도 한다. 결국 주의력의 문제는 자기 통제 및 자율성의 부족, 과제에 대한 동기 결여, 계획능력의 결핍 등을 초래하게 된다.                 

4. 적절한 훈련을 통해서 주의력이 향상될 수는 없나요? 꼭 약을 먹어야 하나요?
ADHD와 관련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이자 가장 큰 오해는 바로 약물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아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뒤따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의 두려움은 ADHD 아이에게 약을 복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오해를 더욱더 굳은 신념으로 만들고 있다. 약물치료는 ADHD 아동의 70-80%에서 매우 효과가 있다. ADHD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더불어 1990년대 초 미국국립정신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NIMH)을 중심으로 ADHD의 치료에서의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비약물치료 중 하나)의 효과성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 이것은 미국 전역의 6개 연구기관에서 약 600여명의 ADHD 아동과 부모가 참여하는 미국 역사상 상당히 큰 대규모 연구로 이어졌다. 
연구진들은 약물치료를 시행한 집단이 행동치료에 비해 우수한 결과를 보였으며 행동치료를 약물치료와 함께 시행할 경우 ADHD 이외의 증상 및 기능적 예후에 장점이 있다는 결론을 발표하였다. 물론 이 결과가 약물치료 이외의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이나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처럼 추가적인 검증연구가 진행 중인 치료들도 있다. 적어도 충분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기 전까진 효과가 약물에 비해 부족하거나 개별적인 성공 사례 수준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된 치료법이라고 할 순 없다는 것이다.

ADHD, 약물치료와 함께 사회심리적 치료도 병행되어야

이와 함께 치료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점은 약물치료의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약물 효과의 제한과 ADHD에 따른 2차적인 정서 및 행동 문제들로 인해 사회 심리적 치료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ADHD 치료는 약물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약물 처방에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실제로 약물 효과만으로는 증상개선에 부족하거나 약물의 부작용 혹은 거부감으로 인해 투약이 어려운 경우, 학습결손이나 반항행동, 낮은 자존감 등의 사회 심리적 문제가 동반될 경우에는 대인관계기술 훈련, 학습동기증진 프로그램, 불안 및 우울 장애 치료 등이 함께 이루어지거나 선행될 수도 있다.
ADHD는 분명 존재하는 질환이고 수많은 소아 청소년, 더 나아가 성인 중에도 치료를 받아야 일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ADHD와 관련한 오해들은 무수히 다양하다. 정신의학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이 매우 난해하고 정신과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ADHD의 진단과 치료가 충분히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ADHD 유병률에 비해 치료를 받는 아동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전 세계 유병률 5.29%에 비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유병률 대비 치료율은 2013년 기준으로 10% 정도이다. 
ADHD로 진단된다고 해서, 약물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의 장점에 눈감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ADHD 증상으로 인해 발휘되지 못하는 아이의 잠재력과 강점이 아닐까.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무려 18개, 총 22개의 메달을 딴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어릴 때 심한 주의력 부족과 산만함으로 9살에 ADHD 진단을 받고 수년간 약(리탈린)을 복용했다. 약 없이는 책장 한 장도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산만했다고 한다. 그러나 타고난 신체조건과 넘치는 에너지, 성취에 대한 남다른 집중력 등은 펠프스의 어머니가 그를 수영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찾아낸 그만의 고유한 장점이었다. 
산만한 정도가 아이의 생활에 지장을 주는 수준이라면 정확한 것을 전문가와 상의해 본다는 생각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전문가와 함께 아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해서 아이가 집중하여 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면 ADHD를 극복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연재)

기사 : 정신의학신문(www.psychiatricnews.net) 제공

글쓴이 닥터 조성진은...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병원에서 소아청소년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하고 있다. 처음부터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한 전공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에게 더 잘하고 싶고 부모를 기쁘게 하고 싶어하는 맘'뿐이다. 그에겐 서툰 아이들의 마음을 살피며 귀를 내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즐거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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