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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아나운서의 특별한 재능기부
김지연 아나운서의 특별한 재능기부
  • 권지혜
  • 승인 2015.12.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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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문화전’ 도슨트로 나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되고 있는 <간송 문화전 5부:화훼영모_자연을 품다>에 특별한 도슨트가 등장했다. 바로 SBS <좋은 아침>의 안방마님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아나운서 김지연이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아나운서의 특별한 행보. 그가 도슨트가 된 까닭은?

아나운서가 전시의 도슨트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도슨트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일반 관람객을 상대로 전시 작품에 대해 해설을 하는 안내인을 칭하는데, 전시에 대한 상당히 지식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김지연 아나운서가 <간송 문화전>의 특별 도슨트로 나선 것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슨트, 새로운 도전

김지연 아나운서가 몸담은 SBS는 간송 문화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가 간송 문화전 도슨트를 하게 된 바탕에는 SBS와 간송 문화전과의 관계도 있지만,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녀가 미술사를 공부한다는 것을 SBS 문화사업팀에서 알게 되었고, “전시를 기획해서 진행하게 되면 도슨트를 한 번 도전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흘리듯이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저 지나가는 말이겠거니 해서 하겠다고 답했는데 그로 인해 실제로 간송 문화전의 도슨트를 맡게 된 것. 
그녀에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렇게 어려운 전시를 맡게 되다니’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 한 구석에는 언제나 ‘방송 말고 내가 공부했던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일, 특히 그림을 나누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전시 중에서도 간송 문화전은 옛날 작품이기에 더 어려웠고, 그만큼 공부를 많이 해야 했다. 더군다나 김 아나운서는 대학원에서 현대 미술사를 공부했다. 
“그림이란 게 어느 정도 접점이 있어서 보다 보면 통하는 게 있긴 하지만, 이 전시는 공부할 게 정말 많았어요. 현대미술은 사실 그림을 보면 그 그림이 평면인지, 입체인지 그림 가지고 할 얘기가 많은데 간송 문화전은 역사에 대해서 할 얘기가 많더라고요. 이 작가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같은 이야기들이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재미있었어요. 공부할 거는 정말 산처럼 많았는데, 그림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알게 되고 그 속에서 재미를 굉장히 많이 찾아서 좋았어요.” 
재미있게 공부했기 때문일까. 그의 해설을 들은 실관람객들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색다르고 지루하지 않은 해설이라는 평이 이어졌다. 이런 사람들의 후기에 그는 “지어낸 말이라도 기분이 좋네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로 벌써 15년 차 아나운서인 그도 도슨트를 할 때 무척이나 떨었다고 했다. 여전히 생방송이나 뉴스 진행을 할 때 떨리긴 하지만 도슨트는 그것과는 조금 다른 떨림이었다고. 전시를 보고 싶어서 온 적극적인 관람객들의 눈과 귀가 그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고 떨렸을까. 첫 번째 도슨트를 끝낸 소감이 궁금했다. 
“관람객들의 눈이 저한테 집중된 상태에서 이야기하니까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방송할 때 관객들이 와 있을 때도 있지만 주로 카메라와 많이 소통을 하기 때문에 면대 면으로 말을 하는 경우가 드물죠. 그런데 바로 앞에서 제 얘기에 집중하고, 좋다면서 들어주시니까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옛 선조들의 낭만을 이야기하다

그녀는 지금 4년째 SBS <컬처클럽>의 진행자로 있다. 그 방송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아무래도 우리 문화는 다른 나라의 작품만큼 화려하게 환대받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우리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녀는 방송하면 할수록 ‘이렇게 훌륭한 작품과 사람들이 있는데 참 무심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간송 문화전에 오면 굉장히 뿌듯해진다. 간송의 전시들은 너무 어렵다거나 잘 몰랐던 작품들이 아니라, 김홍도·신윤복·장승업 등 우리가 흔히 들어본 우리나라의 화가들이지만, 실질적으로 진짜 작품을 본 사람은 몇 없는 그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귀로 들어왔던 것, 교과서에서 보던 것을 직접 보는 것은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다. 
더욱이 그녀가 해설하는 간송 문화전의 다섯 번째 전시인 ‘화훼영모전’은 간송 전형필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꽃이나 동물, 식물의 그림을 전시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조금 접근하기 편하다.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나 식물들이 나오기 때문에 누구나 와서 볼 수가 있다. 
그녀는 어려운 미술 작품이 아닌 동·식물을 본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보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과 다르게 꽃과 식물을 그린 걸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그 안에 다 상징이 있어요. 우리나라 선조들이 굉장히 낭만이 많았던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합격하십시오, 이번에 급제하십시오”라고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잉어나 폭포를 그려서 선물로 주면 그런 합격의 의미가 있었던 거예요. 지금 우리는 말을 많이 하고, 또 말로 하는 것이 편한데 옛날 사람들은 말을 그림 속에 상징적으로 숨겨놓았던 거죠. 그리고 다른 것을 응용한 것이 아니라 동물이나 식물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온 것이고요.“ 
간송 문화전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그의 얼굴에는 낭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아직 간송 문화전을 보지 않은 이들에게 해설을 들으며 그림을 보면 그냥 볼 때와는 다르게 그림이 보이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 옛사람들이 잠시 쉬어 갔던 곳에서 우리도 그림을 보면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한국 미술은, 그 중에서도 특히 간송전은 해설과 함께 들으면 진짜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요.” 
그녀가 도슨트 하면서 느꼈던 것은 해설을 듣는 관람객들에게 “그런 것 있잖아요?” 하면 사람들이 다 알아듣는 것이었다. 굳이 정확한 단어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 그림을 보면 그런 것 있잖아요”라는 말만으로 그가 느낀 것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외국 그림들은 그 속에 이야기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그 이야기를 완벽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데, 우리나라의 그림들은 우리에게 와 닿는 에너지나 이야기들이 외국 그림보다 훨씬 크다는 것. 
“겨울이 참 춥고 그럴 텐데, 여기에 와서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우리 그림을 보면 참 이상해요. 다른 그림보다도 에너지를 많이 얻게 되는 것 같아요.”

아나운서와 미술의 만남

아나운서와 도슨트. 아나운서와 미술의 만남은 어찌 보면 참 특이한 조합이다. 그녀와 미술사의 만남은 대학교 3학년 때 아나운서라는 직업보다 먼저, 이루어졌다. 그녀는 이화여대에서 신문방송학을전공했다. 그런데 3학년 때 들은 미술사 수업이 그렇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복수전공으로 미술사학을 선택했다. 나중에 이쪽 분야로 나가서 큐레이터와 같은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복수전공으로 큐레이터의 꿈을 키우던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아나운서 수업을 듣게 된다. 듣다 보니 아나운서 수업도 재미있었다. 그는 ‘어차피 떨어질 테지만….’하는 생각으로 아나운서 시험을 봤다. 그러다 덜컥 붙어버린 것. 물론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힘들었고, 요행으로 붙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붙어서 너무나 감사했다고 한다. 아나운서 시험에 붙고 나서는 미술사에 대해 잊고 기쁘게 방송국에 출근했다고. 
그러다 미술사에 대한 열의가 다시 그녀의 안에서 꿈틀댔다. 그녀 역시 다른 회사원들과 같이 3년 주기로 오는 허무함에 빠졌다. 주목받는 직업이지만 허무함이 들었고,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길로 그녀는 오랜 시간이 흘러 잊었던 전공지식을 일깨우기 위해 학과 수업을 청강했고, 대학원에 입학해 미술사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당시 일을 하면서 대학원을 다닐 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잘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일을 하면서 다른 친구들만큼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둘 다 열심히 하려니 힘이 들긴 하더라고요. 그때 그래도 공부를 했던 게 있어서 그런지 <컬처클럽>과 같은 문화 프로그램을 맡으면 그래도 공부해서 아는 것들이니까 자신감까지는 아니어도 거부감이나 거리감은 없는 것 같아요.”

밀도 있는 엄마, 김지연

“아주 밀~도 있는 엄마인 것 같아요. 하루에 밀~도 있게 집중적으로 아이들을 봐야 하니까. 사실 일을 하다 보니 온종일 붙어있을 수 없고, 집에 가면 6~7시 되고 아이들은 9~10시에 자니까 두세 시간을 정말 밀도 있게 아이들을 봐야 하거든요.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긴 한데 그래도 그 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밀도 있는 엄마인 그녀는 시간이 날 때면 아이들과 미술관을 가끔 들른다. 미술관은 사실 아이가 즐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가 도슨트로 참여한 간송 문화전은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니라 호랑이도 나오고 고양이도 나오고 꽃도 나오니까 애들이 친근하게 느끼더라고요. 왜 호랑이는 이렇게 생겼을까? 이 꽃은 뭘까? 하면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설명해주는 그녀에게서 풍기는 느낌은 마치 동화처럼 예쁘고 순수할 것 같다. 간송 문화전에서 제일 유명한 그림, 김홍도의 ‘황묘농접’을 설명해줄 때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어 좋다. 고양이와 나비가 나오는 그림이다. 
“고양이는 70세, 나비는 80세를 의미하는데,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런 숨어 있는 의미들을 아이들에게 숨은그림찾기처럼 이야기해주면 좋아요. “사실 이건 할아버지, 할머니가 건강하시라는 뜻이 담긴 그림이야. 너희도 할아버지, 할머니께 고양이와 나비를 그려드리렴.” 하고 얘기해주면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전시를 보더라고요.“
김지연 아나운서는 요즘 만족하고 행복하다. 특히 도슨트를 마으면서 더 그런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림을 즐기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누리지 못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림에 대해 자신과는 멀다며 벽을 쌓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녀는 도슨트를 하면서 “그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특별히 이런 그림, 저런 그림 소개해주는 것보다 함께 좋아하는 것에 관해 얘기를 나눈다는 것은 굉장히 뿌듯한 일이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이런 일들을 자주 했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지금 더 소망하는 것은 없다. 아이들이 무탈하게, 잘 커가고 도슨트처럼 재능기부도 할 수 있는 요즘이 마냥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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