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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까델루뽀 오너 셰프 '요리란 나 자신을 담는 것'
이재훈 까델루뽀 오너 셰프 '요리란 나 자신을 담는 것'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5.12.29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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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셰프
 

서촌에는 맛집이 많다. 그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가 ‘까델루뽀’다. 한옥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맛보는 이색 분위기로 인기가 있다. 서촌에만 6개의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서촌의 매력에 폭 빠진 이재훈 셰프를 만나 그의 지나온 길과 서촌의 매력을 짚어봤다.

진행 김이연 기자|사진 맹석호

음식은 음식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함께 한 사람과 그 자리의 분위기, 주고받은 대화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이 될 수도 있다. 서촌의 인적 드문 골목길에 위치한 ‘까델루뽀’는 한옥을 개조한 레스토랑으로, 한옥의 고즈넉한 정취와 이탈리아 요리가 어우러져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까델루뽀’(Ca'del Lupo)는 ‘늑대의 집’이라는 의미다. 흔히 늑대를 음흉한 동물로 여기곤 하지만, 실은 포유류 중 유일하게 일부일처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가족과 무리에 대한 의리와 희생정신이 강한 동물이다. 이재훈 셰프는 이러한 늑대의 습성에 착안해 “이 가게에 오는 손님들도 늑대의 무리처럼 깊고 짙은 사이가 되었으면”하는 바람으로 이 상호 명을 지었다. 그의 작명센스가 한 몫 했을까. 요즘 데이트 코스 또는 고백 장소로 인기가 높다.

한옥에서 선보이는 이탈리아 요리

이탈리아 요리는 기교가 없고 정직하다. 신선한 재료를 있는 그대로 사용한다. 좋은 재료를 알맞은 조리법으로 요리하면 맛이 없을 수 없다. 신선한 활 전복이 주어졌다고 하자. 내장을 제거하고 상태가 좋은 마늘을 살짝 으깨서 노릇노릇 시간을 두고 익혀 속까지 전체적으로 익힌다. 그 마늘기름으로 전복을 익히면 음식에 풍부한 갈릭 향이 배이고 식재료 본연의 맛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탈리아 요리다. 이재훈 셰프는 여기에 한국적인 맛과 멋을 첨가해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 가장 구하기 쉬운 제철 식재료로 코스 요리를 만들고, 가을에 많이 나는 밤이나 똬리고추로 한국식 정서를 가미해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인다. 메뉴는 두 달에 한 번씩, 혹은 계절별로 리뉴얼된다.

서촌에만 6개의 매장, 안락한 분위기가 매력

이재훈 셰프는 ‘까델루뽀’를 비롯해 서촌에만 6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인구 유동이 많은 압구정이나 이태원이 아니라 서촌의 소박하고 아담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유 말이다. 이야기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로 돌아간다. 그는 제노바를 여행하다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어느 한적만 골목에서 불빛을 발견해 들어가게 됐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이끌렸다. 맥주 한 잔을 다 마시고 매니저와 대화할 기회가 생겨 한국에서 요리 공부를 하러 왔다고 했더니 서비스 음식과 와인까지 내 주었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보니 옆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더란다. 길을 잃었다고 하니 찾아가는 길도 상세히 적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런 가게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 까델루뽀는 작고 안락하며 테이블 간격이 넓지 않다. 옹기종기 모여 잔을 부딪치면서 와인과 식사를 곁들일 수 있는 작은 공간, 그게 서촌의 매력이다. 그렇게 가게를 하나 둘 오픈하다보니 6개가 됐다. 한옥은 눈이 오거나 비가 올 때, 날씨가 맑고 궂을 때의 느낌과 분위기가 굉장히 달라 다양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 덕분

처음에는 요리를 잘 하고 리더십이 있어서 가게를 여러 개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매출도 잘 나왔고, 자신감이 생기다보니 점점 아집이 되고 독선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게 아니었다. 자신을 믿어준 가족이나 직원들이 없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했음을 어느 순간 느끼고, 직원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와 도움을 주기 위해 가게 수를 확장했다. 믿고 따라와 준 직원들의 공이 가장 컸다.

이탈리아 유학 후 개업한 첫 레스토랑 ‘까델루뽀’

그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다. 요리가 주제인 만화책을 즐겨 보기도 했고, 부모님 두 분이 요리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것은 20살 이후였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는데 회의감을 느꼈다. 당장 휴학을 하고 동네 양식 전문점에서 서빙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주방에서도 일하게 됐다. 요리도 좋았지만 손님들의 피드백을 듣는 일도 즐거웠다. 그것이 도움이 되어 입대해서는 취사병으로 근무했고 제대 후에도 식당에서 근무했다. 27살 무렵에는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풍족한 편은 아닌 터라 지독하게 돈을 모았다. 그는 숙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에서 무급으로 일하면서 미슐랭 음식은커녕 1불짜리 치즈버거로 끼니를 때우며 생활했다. 목표의식이 확고했기에 견딜 수 있었다. 어떤 꿈을 이루고자 열망을 가질 때가 가장 심장 뛰는 순간이라고, 지금은 말한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형 레스토랑의 총괄 셰프를 맡았지만 곧 자신의 것을 차렸다. 레스토랑 관리보다는 꿈꾸던 요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까델루뽀’가 그 시작이었다.

요리에 담기는 진심, 그리고 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에 진심을 담는 것이다. 기본적인 조리법을 배우고 고급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데 맛없는 요리가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요리에 진심을 담으면 자신이 담기고, 자신만의 요리가 만들어진다. 이재훈 셰프는 자신을 접시에 모두 녹여 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물론 단단한 요리 실력은 필수라고 말한다. 그는 해마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올해 계획은 ‘만취하지 말자’다. 만취하면 다음 날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일 하는 데 무리가 생기고, 실언을 할 수도 있다. 직원과 손님에게 예의가 아닐뿐더러 오너로서 실격이라고 생각한다. 어제와 오늘, 내일도 그는 똑같이 요리할 것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을 것이다. 즐거움과 긍정적인 마인드는 주변에도 전파되는 것이라, 자신이 즐거우면 주변 사람들도 조금이나마 즐겁게 일 할 것이라 믿는다. 혹시 내년 계획도 있느냐고 물으니, 내년엔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다. 일도 중요하지만 연애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평생의 동반자와 이제는 함께 하고 싶다고. 서촌에서의 색다른 레스토랑 구상 아이디어도 샘솟는 그다.

까델루뽀

주 소 서울시 종로구 효자동 39-1
영업시간 12:00~22:00 (Break Time: 15:00~18:00)
문의번호 02-734-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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