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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은이 만난 퀸-폴란드 작가 Agata tuszynska
김다은이 만난 퀸-폴란드 작가 Agata tuszynska
  • 송혜란
  • 승인 2016.01.05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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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아가타 투진스카 작가, 김다은 교수(사진=신서원)

상실할 때 사랑하는 훈련을 하라

아가타 투진스카는 폴란드 작가로 <Une histoire familiale de la peur(두려움의 가족사)>, <Wiera Gran, l'accusee(여피고인 위에라 그란)> 등을 발표한 세계적인 소설가이다. 우리나라에는 그의 소설  <상실연습>(출판사 다른 세상)이 번역되어 소개되어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폴란드를 방문한 필자(소설가 김다은)가 지난 11월 21일 바르샤바의 한 식당에서 아가타 투진스카 씨와 대담을 가졌다. 우리가 상실해 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문학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다은 | 사진 신서원

소설 <상실연습>의 첫 부분
사랑하는 남자가, 함께 늙고 싶었던 남자가 죽을병에 걸렸다. 가차 없는 선고였다. 전조는 없었다. 우리를 지키려면 사랑을 말해야 했다. 우리는 싸우기로 했다. 같이 있기로 했다.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
이국적으로 들리는, 예쁜 병명이었다. 글라이오블래스토머 멀티폼, 다형성 신경교아종, 뇌종양 중에서도 제일 흉포한 놈, 악성도 4도의 강력한 상대였다. 운에 매달려 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단 몇 달 만에 사람을 죽인다는 병이었다. 전조는 없었다. 경고도 없었다.(p.7)

김다은(이하 김): 소설 <상실연습(Exercices de la perte)>은 당신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알고 있다.
아가타 투진스카(이하 아가타): 헨릭이 아프기 시작한 것은 내 나이 45살 때였고, 소설 <상실연습>은 그가 죽고 나서 쓰기 시작했다.
김: 병마와 싸우는 헨릭과 결혼을 두 번이나 했다고 적고 있는데, 한국적인 정서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 달라.
아가타: 나는 할 일도 많고 외국 여행도 잦아서 결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뇌종양에 걸린 후 더 같이 있고 싶어졌고, 그래서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휠체어를 탄 그와 병원에서 먼저 법적인 결혼을 했다. 우리는 둘 다 유대인이어서 그 다음에 종교적인 예식을 치른 것이다. 
김: 상실에 왜 ‘연습’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가?
아가타: 연습은 훈련해야 하는 것이다. 훈련이라는 것은 계속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단련해야 한다. 매일 뭔가를 끌고 가야 한다. 전쟁이었다. 병과 싸우는 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인종이나 민족을 가리지 않는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싸우는 연습을 했지만, 죽음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사랑에 대한 연습이었다.
김: 병과 투쟁했던 기간 동안 모든 순간이 힘들었겠지만,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은 언제였나?
아가타: 이전에 그는 항상 건강했고, 아프거나 죽을 것 같은 사람은 도리어 나였다. 그래서 그가 그런 병에 걸렸다는 것을 처음에는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뇌종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도 매우 강했다. 그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겠다고 나에게 약속했다. 약속대로, 그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다했고, 싸웠다. 하지만 그는 병을 이길 수 없었다. 그는 매우 강했지만, 병이 그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김: 당신의 경우처럼 우리 주변에 갑작스런 병마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경우가 많다.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가타: 항상 희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해야 한다. 할 수 있는 한 싸워야 한다. 이길 수 없다 해도 싸워야 한다. 의사는 헨릭이 3개월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1년 반이나 살았다. 왜냐하면 그는 싸웠기 때문이다. 세 번이나 머리를 열고 수술을 했지만 그는 싸웠다. 그는 나를 사랑했고 나도 그를 사랑했기에, 그는 정말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사랑해야 한다. 
김: 사랑하는 사람의 병마와 싸우면서 당신은 기록을 남기거나 소설을 쓴 것 같다. 소설을 쓰는 것이 고통을 견디는 데 도움을 주었나? 아니면 고통이 소설에 도움을 주었나?
아가타: 내가 글을 쓰면 그가 항상 첫 독자였다. 그런데 이 책을 썼을 때는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쓸 때, 나는 그와 함께 계속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의 삶을 내가 연장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소설책 속에서 한국 독자에게 전한 작가의 말

“2006년 9월 16일 16시 32분, 우리는 죽었다.”라고, 저는 마지막 장에 썼습니다. 죽음은 우리 두 사람에게 공동으로 할당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남은 것은 그 사람이 존재했음을 증언하는 책, 묻어 둘 수 없는 ‘러브 레터’. 그리고 하나 더,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어느 폴란드 시인이 썼듯이, 사람들은 너무 빨리 떠나버리니까 서둘러 사랑하라는 한마디.(p.365) 
 
김: 당신은 작가의 말에서 ‘우리는 죽었다’고 적었다. 그렇게 당신은 한 번 죽었다. 어떻게 다시 그 죽음에서 벗어나서 계속 살아갈 수 있었나?
아가타: 그가 없으면 ‘우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죽은 것이다. 사실 그가 죽고 나서 나는 자살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를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살기 위해 매우 극렬하게 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스스로 내 삶을 끊을 수가 없었다. 그도 내가 계속 살아가기를 원했을 것이다.
김: 당신은 작가니까 글을 쓰면서 그와의 삶을 연장할 수 있다. 다른 여자들은 그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하나?
아가타: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에 묶여서는 안 된다. 직업, 가정, 아이를 위해서 일하고, 여성들은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평소에도 여자들이 사랑과 남자에만 매여 있으면 안 된다. 그러다가 남자를 상실하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묶여 있지 않고 자신을 위해 그리고 사람들을 위해 일해야 한다.
김: 당신은 뇌종양과 싸우는 고통스런 기록인 <상실연습>을 러브레터라고 명했다. 이유를 말해 달라.
아가타: 책이 막 출간되었을 때 무서운 병에 대한 책이니 보지 않겠다고 하는 이들이 있었다. 무섭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병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사랑에 대한 책이라고 나는 말했다. 이 책은 상실할 때 사랑하는 훈련을 하는 러브레터다. 나는 그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 그가 죽은 지 9년이나 되었지만 매일 그를 생각하고 있다. 
김: 사람들에게 사랑을 훈련하는 방법을 말해 줄 수 있는가?
아가타: 사랑하지 않으면 삶에 다른 무엇이 있나? 우리의 재능, 우리의 생각, 우리의 기쁨을 다른 이에게 나눠 주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에게 흥미를 가져야 한다. 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삶을 더 이해하고 그의 생각을 더 알기 위해서는, 이쪽에서 자신을 먼저 열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을 판단하기에 앞서 그가 왜 그런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아가타 투진스카 작가의 모습(사진=신서원)

소설 <여피고인 위에라 그란>에 대해

김: 당신의 소설 <여피고인 위에라 그란>은 폴란드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문학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나는 여기 와서 (폴란드어를 몰라) 급하게 불어판을 구해서 읽어 보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폴란드의 유대인을 수용했던 게토에서 살아남은 한 여가수 이야기였다. 이 소설이 문제작이 된 이유를 한국 독자에게 설명해 달라.
아가타: 폴란드의 유명한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만든 영화 ‘피아노’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있었던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피아니스트 스필만의 이야기를 찍은 것인데, 전쟁 중의 예술의 역할을 다룬 것으로 세계적인 작품이 되었다. 그런데 내가 프랑스가 갔다가 스필만이 일했던  카페에서 함께 파트너로 노래했던 여가수가 파리에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문제는 그녀가 게토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인들에게 ‘협조’했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사게 된 것이다. 전쟁 직후에 조사를 받고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녀는 지속적인 사람들의 의심의 눈길 속에 파리에서 숨어 지내고 있었다. 
김: 당신의 소설은 영화 속의 스필만과 전혀 다른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가타: 게토에서 파트너로 같이 일했던 스필만은 영웅이 되었고, 그녀는 독일인의 ‘협조자’가 되어 평생 세상의 질시를 받게 되었다. 파트너로 일한 여가수 그리고 그녀를 위해 작곡까지 한 작곡가는 그녀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스필만이 진실을 말했다면 그 여가수는 당연히 그의 삶 속에 등장해야 했고 영화에도 나왔어야만 했다.  
김: 게토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그녀 외에도 수없이 많이 있다. 그런데 왜 그 여가수만 독일에 협조했다는 오명을 쓰게 되었는가?
아가타: 내가 소설로 쓰고 싶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고 게토의 카페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가수였다. 그랬기 때문에 그녀가 게토에서 살아남았을 때 사람들은 많은 상상을 하게 된 것이다. 남자 가수였다면 달랐을 것이다. 그녀는 조사를 받고 무혐으로 풀려났지만, 평생 여피고인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그녀가 죽기 전에 그녀가 믿는 진실을 말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여러 번에 걸친 시도 끝에 그녀는 입을 열었다. 
김: 이런 소재로 소설을 쓰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아가타: 내 어머니가 아이였을 때 할머니와 함께 게토에서 살았고, 그리고 말 그대로 살아남았다. 그래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했다.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래서 여가수와 이야기를 시도했다. 그녀는 다른 살아남은 사람들과 결코 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 스필만이 살아남기 위해 한 일을 그녀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에게만 돌을 던졌다. 최소한 그녀의 진실에 대해 들으려고 시도해야 하지 않는가.
김: 당신은 역사가가 아니고 소설가이다. 진짜 인물을 소재로 했을 때 역사가와 차이가 무엇인가?    
아가타: 나는 살아있는 혹은 진짜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우선 당사자와 이야기를 하고, 그러고 나서 탐정처럼 현장에서 자료를 조사한다. 사람들과 인터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을 모은다. 그 다음 나는 책 속에서 그것들을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역사가와 달리, 소설가인 나는 그 자료나 정보를 모아 죽은 채로 남겨 두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서 다시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         
김: 당신의 소설들이 빨리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도 삶과 역사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 독자에게 당신의 책을 소개한다면 가장 먼저 어떤 책을 소개하고 싶은가?
아가타: 작가인 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두려움의 가족사>를 먼저 읽게 하고 싶다. 나는 내가 유대인인줄 모르고 자랐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18살 때였다. 그러므로 내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 독자들에게 먼저 소개하고, 그 다음에 <여피고인>이면 좋을 것 같다.
김: 당신은 퀸으로서의 인터뷰를 기꺼이 수락했다. 당신 속에 퀸의 어떤 자질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가타: 나는 사랑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랑할 줄 안다.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사랑하고 싶다는 것과 같다. 이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나만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너무 이상한 삶이 아닌가. 삶이 즐거우려면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많은 친구가 있다. 바르샤바에도 파리에도 있고 토론토에도 있다. 사랑할 줄 알고 사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나는 퀸일 것이다.  
김 : 한국 독자들에게 2016년 새해에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아가타: 나는 항상 새로운 노트를 펼치기를 좋아한다. 새로운 페이지를 좋아한다. 새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모든 것을 새로 계획할 수 있고, 새해에는 계획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 않은가. 매우 아름다운 순간이 아닌가. 한국 독자들이 새해에 이전보다 조금 더 나아가지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원하는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도 있다. 나도 아마 새로운 책을 쓰고,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어쩌면 새해에 내가 한국어를 배워 보려고 할지 누가 알겠는가!Q

@김다은 교수는...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이화여대 불어교육과와 동 대학원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파리 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1억 고료 제3회 국민 문학상에 장편소설 ‘당신을 닮은 나라’가 당선되어 소설가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및 창작집 ‘금지된 정원’ ‘쥐식인 블루스’ ‘모반의 연애편지’ ‘훈민정음의 비밀’ ‘이상한 연애편지’ ‘러브버그’ ‘위험한 상상’과 문화 수필집 ‘너는 무엇을 하면 행복하니?’, 그리고 문화 칼럼집 ‘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이 있다. 서간집 ‘작가들의 연애편지’ ‘작가들의 우정편지’ ‘작가들의 여행편지’를 엮어냈다. 프랑스어 소설 ‘Imagination dangereuse' 'Madame'을 발표했으며, 번역서 ‘다른 곶’ ‘에쁘롱’ ‘모데르니테 모데르니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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