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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사제들' 속 퇴마 행위, 법적으로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영화 '검은 사제들' 속 퇴마 행위, 법적으로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 송혜란
  • 승인 2016.01.26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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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법률

한국 영화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 신선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검은 사제들>. 이 영화는 한국판 ‘엑소시즘’라는 별칭으로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도 꽤 성공한 듯싶다. 영화의 배경은 2015년 서울. 그곳에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가 있다. 김 신부는 그 소녀에게 악마가 씌었음을 확신한다. 소녀에 씐 악마를 쫓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 신부. 그는 신학대학교 학생인 최부제를 조력자로 선택한다. 이들은 환상의 호흡을 이루며 소녀에 씐 악마를 끄집어내 새끼돼지 속에 가두어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던 차 갑자기 경찰이 등장, 이들을 연행해 가는데…. 이들에게는 어떤 죄가 적용될까? 아마도 악마를 쫓아내는 과정에서 소녀에게 얼핏 가혹 행위로 보이는 행위들을 했기 때문에 형법상 폭행죄와 상해죄, 학대죄, 감금죄 등의 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행위는 소녀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행위는 법적으로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형법상 정당행위의 기준
 
김 신부와 최부제가 악마와의 사투 중 소녀의 신체에 물리력을 가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 행위, 지속해서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 행동들은 모두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다만 형법 제20조에서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정당행위라고 한다. 정당행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당방위와 같은 위법성조각사유(범죄의 구성요건에는 해당하지만 위법하지 않은 사유)이지만 그보다는 더욱 넓은 개념이다. 판례는 좀 더 구체적으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인정받으려면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과 방법의 적정성’ 등의 요건들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퇴마 행위의 정당행위 해당 여부
 
김 신부와 최부제는 소녀에 씐 악마를 쫓아내기 위해 사투를 벌인 것이다.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그러므로 ‘목적의 정당성’은 충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엑소시즘에 대해 전혀 알지도, 믿지도 않는 수사기관과 법원이 그들의 선량한 목적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목적부터 불온했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퇴마 행위는 과학을 초월한 초자연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에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퇴마 의식이라는 자체가 ‘수단 및 방법의 적정성’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기에도 어려워 보인다. 결국 그들의 퇴마 행위는 정당행위로 인정받지 못하고 폭행죄와 상해죄, 학대죄, 감금죄 등 여러 죄명으로 처벌받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 만약 퇴마 의식 후 소녀의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된 사정이 수사기관 및 법원에 알려진다면 어떻게 될까? 소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분명 그들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탄원서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표시가 기재된 합의서를 제출할 것이다. 전국의 신학자와 신부들까지 이에 가담해 엑소시즘의 실존을 주장하고 나선다면 법원도 쉽사리 이들을 중형으로 다스리진 못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여러 죄명으로 처벌받게 되더라도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정도로 선처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 강신범 변호사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 2005년 2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북부지방법원 소속 국선전담변호사 등을 거치면서 1천500건 이상의 소송을 수행하였고, 현재는 법무법인 청람에서 구성원변호사로 재직 중.
문의 02-596-9002  이메일 volkisad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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