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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니예 요리'라는 창작물, 이준 스와니예 오너셰프
'스와니예 요리'라는 창작물, 이준 스와니예 오너셰프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6.01.27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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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셰프

목적어가 무엇이든 천편일률적인 것보다 개성이 주목받는 시대다. 이준 셰프는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있는 요리보다는 스와니예만의 개성 있는 ‘스와니예 요리’를 지향한다. 더 격하더라도, 똑같은 것보다 낫다.

진행 김이연 기자|사진 맹석호

서래마을 한적한 주택가 지하 1층에 위치한 ‘스와니예’는 묵직한 조명과 무대 같은 오픈키친, 관객석을 연상시키는 ㄷ자의 바(Bar)를 연출해 소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듯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셰프와 손님이 전 조리과정을 함께하며 즉각적인 소통과 피드백을 나눈다. 상호명은 프랑스어로 정성을 다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준 셰프의 유학시절 닉네임이자 모토이기도 하다. 그는 프렌치와 이탈리안, 한식의 요소를 결합해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서울 퀴진’식 요리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에서의 경험이 지금의 바탕이 되다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이준 셰프는 중학생이 되었을 쯤 진로를 요리사로 결정했다. 이후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했고, 세계 3대 요리학교 중 하나인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했다. 꼭 요리를 공부하고 싶어서 미국행을 선택했다기보다는 미국, 특히 뉴욕을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당시의 감정에 숨김없이, “굳이 요리를 배우기 위해 미국에 가겠다는 일념보다는 미국을 경험하기 위한 수단으로 요리를 택했다”고 말한다. 재학 중에는 미슐랭 3스타 등급인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 ‘퍼세’에서 실력을 갖춘 뒤, 졸업 후 그 곳의 헤드셰프가 독립해 오픈한 ‘링컨’에서 근무했다. 유학생활이 가끔은 고되었을 법도 한데, “원했던 것이고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어떠한 고난도 지나고 나면 모두 경험이 된다지만, 그에게는 그 또한 설렘이었을까. 그가 현지에서 일한 레스토랑은 각 프렌치 아메리칸, 이탈리안 아메리칸 요리 전문으로 지금의 스와니예 요리를 하는데 있어 베이스가 됐다.

팝업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알리다

이준 셰프는 국내 최초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이며 유명세를 탔다. 팝업 레스토랑이란, 짧은 기간 동안 레스토랑을 빌려 특별한 주제를 가진 요리를 선보이는 것을 말한다. 원래 홈 파티가 취미였던 그는 미국에서 돌아온 후에 그 동안의 배움과 경험을 망라해 좀 더 큰 규모의 홈 파티를 계획했다. 그 시작이 ‘준 더 파티’였다. 당시 팝업 레스토랑의 개념이 생소했던 한국은 이것을 획기적인 시도로 평가했다.
두 번째 ‘준 더 파스타’는 그의 가장 자신 있는 메뉴인 파스타 레스토랑이었다. ‘준 더 파티’, ‘준 더 파스타’는 모두 그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만든 팝업의 장이었다. 인터넷 팝업창처럼 불쑥 나타나 사라지는 레스토랑의 특성 덕분에 셰프와 손님 모두 부담 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보니 금방 호응해 주는 사람들이 늘었고,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스와니예’ 역시 일정한 메뉴를 두지 않고 2~3개월을 주기로 테마를 정해 요리를 선보인다. 장소만 바뀌지 않을 뿐, 테마가 계속 바뀌는 팝업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매번 테마를 바꾸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그는 “충분한 배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컨셉을 정립했다면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창작자라면 끊임없이 창작물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창작자는 자신이 가진 생각을 표현 수단을 통해 전달한다. 요리사에게는 요리가 되는 것이다. 손님이 좋아하는 메뉴를 꾸준히 잘 만들면 매출이 오르겠지만, 셰프의 혼은 허기질 터다.

소통과 공유의 매개, 테마별 요리와 오픈키친

‘스와니예’의 컨셉은 테마별 요리다. 테마를 만드는 이유는 추억과 기억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시네마천국’을 테마로 ‘대부’, ‘물랑루즈’ 등의 메뉴를 만들거나 ‘특별한 한 끼’로 ‘김장날 겉절이’, ‘비오는날 녹두전’, ‘아빠 월급날 통닭’과 같은 메뉴를 구성해 소소한 추억을 복기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테마를 누구나 반기는 것은 아니다. 지난 테마인 ‘와일드’의 경우 생소한 식재료를 많이 사용해 싫어하는 이도 있었다. 어떤 재료에 대해 알러지 반응이 있다면 감안해서 제할 수 있지만, 무턱대고 싫은 반응을 보인다면 모두가 김빠지는 일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재료로만 요리를 한다면, 새로운 식재료 발굴이나 창작의 발전이 있을까.
그는 누구나의 미각을 자극하는 ‘맛 좋은’ 음식보다 호불호가 좀 갈릴지라도 스와니예 팀만이 만들 수 있는 창의적인 ‘스와니예 요리’를 지향한다. 이번 테마는 ‘2015 올스타전’으로 올 한해 사랑받았던 메뉴들 중 아쉬웠던 점을 개선해 새롭게 선보이는 것들로 구성됐다.
‘스와니예’는 ㄷ자인 바(Bar) 형태의 오픈 키친을 갖추고 있다. 보통은 주방과 홀이 나눠져 있고 그 사이로 서버가 음식을 가져다주지만, 스와니예는 조리공간이 오픈된 형태로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다. 소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것처럼 배우와 무대 장치, 관객 등 모든 구성 요소가 하나 되어 온전히 음식을 즐기자는 취지다. 손님은 전 조리과정을 바라보며 요리에 집중할 수 있고, 동시에 요리사라는 사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뱃머리에서 방향을 지시하는 이부터 노를 젓는 구성원 하나하나까지 이들이 스와니예 팀이고 팀원들의 협업으로 이 배가 나아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서울 퀴진’을 꿈꾸다

스와니예는 프렌치와 이탈리안, 한식을 조합해 트렌디하게 풀어나가는 곳이다. 이준 셰프는 이것을 ‘서울 퀴진’이라고 표현한다. 뉴욕퀴진, 도쿄퀴진이라는 말과 비슷하다. 서울은 한국적이라기보다 한국적 요소를 가진 도시로, 다양한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소비하는 문화가 있다. 이준 셰프는 미국에서 프렌치 아메리칸, 이탈리안 아메리칸을 공부하고 중식을 5년, 한식을 죽 배워왔다. 이들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것이 ‘서울 퀴진’이었다. 서울에서만 30년 이상을 살다보니 한국을 표현할 수는 없어도 이 도시는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뉴욕에서 뉴욕 스타일을 경험했으니, 한국인의 마인드로 이 경험들을 녹여낸다면 그것은 서울 스타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더라”고 말한다.

‘스와니예 요리’라는 창작물

창작자는 창작물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결과물을 못 만드는 것이 잘못됐다기보다 이후의 리스크가 두려워서 못 한다면 그건 창작자라기보다 장사꾼에 더 가깝다. 창작의 표현이 요리라면, 자기 스타일의 요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요리를 받아들일 때, 단순히 맛있다기보다 ‘스와니예 요리’로 전달하는 것이 이준 셰프가 추구하는 요리 철학 중 하나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훗날 팀원들이 독립을 하더라도 지금의 경험과 마인드를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다. 팀원에 대한 존중과 협업으로 이뤄내는 큰 결과물, 그리고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요리를 말이다.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존재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통해 이름을 조금씩 알린 것처럼, 팀원들에게도 같거나 혹은 좀 더 큰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은 것은 팀원들에 대한 애정이자 작은 욕심이다.

<스와니예>

위    치 서울 서초구 반포동 549-17 B1
영업시간 12:0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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