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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의 흔적 ‘연세대 핀슨홀’
윤동주 시인의 흔적 ‘연세대 핀슨홀’
  • 권지혜
  • 승인 2016.01.28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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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간을 품다 34
▲ 사진=핀슨홀 외관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의 중심 언더우드관과 스팀슨관, 그리고 아펜젤러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이 세 개의 건물 뒤로 비슷한 시기에 들어선 영국 주택양식의 기숙사 한 동이 있다. 1917년 이곳에 캠퍼스를 마련할 당시, 기부금 조성에 공이 컸던 미국 남감리교 총무 핀슨박사를 기념해 명명된 핀슨홀. 핀슨홀이 준공된 것은 1922년.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시인 윤동주가 주옥 같은 작품들을 남겼던 곳이기도 하다.

캠퍼스 중앙의 서쪽 언덕, 아름다운 숲 사이로

3층의 석조 기숙사가 들어섰다.

서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엔 관리인과 사감 뿐

아니라 50명 이상의 학생들이 지낼 수 있다

/ The Chosen Christian College 1940년

연세대학교 내 언더우드관, 스팀슨관, 아펜젤러관은 공부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학문의 위엄성을 나타내기 위해 좀 더 위계 있는 구성을 하고 있다. 그래서 중앙에 탑부가 들어가거나, 베이윈도우(돌출창)가 양옆에 위치하고, 중앙 현관 부분에 튜더아치를 사용하고 있지만, 핀슨홀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기숙사로 지어진 건물이었기 때문에 주거 건축의 형식을 많이 띠고 있다. 그래서 튜더 아치나 베이 윈도(돌출창)가 생략된 대신 도머창(지붕에 튀어나온 창) 역시 다락을 거주 공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필요했던 창이라고 볼 수 있다.

시인 윤동주가 머물렀던 3층 다락방 아래엔 기념관이 조성돼 있다. 작품과 함께 당시를 재연한 책상과 원고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어렵게 태어난 시인의 유고집엔 기숙사 핀슨홀에서의 시간도 담겨 있다.

창(窓)역의 침대에 드러누우니 이때까지 박은 휘황한

달밤이었던 것을 감각치 못하였댔다.

나의 누추한 방이 달빛에 잠겨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는 것보담도 오히려 슬픈 선창이 되는 것이다.

아이처럼 황황해지는 가슴에 눈을 치떠서 박글 내다보니

가을하늘은 역시 맑고 우거진 송림은 한 폭의 묵화다.

달빛은 솔가지에 솔가지에 쏟아져 바람인 양

솨―소리가 날 듯하다.

들리는 것은 시계소리와 숨소리와 귀또리 울음뿐

벅쩍고던 기숙사도 절깐보다 더 한층 고요한 것이 아니냐?

- 산문 <달을 쏘다> / 1938년 10월 作

학문에 대한 열의로 떠났던 일본 유학. 그러나 유학 첫해 방학, 고향 북간도 용정을 찾은 것이 시인의 마지막 고향 방문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시인이 3년 가까이 머물며 고뇌하고 사색하며 시를 썼을 기숙사 핀슨홀.

학교는 2017년 윤동주 시인 탄생 100년을 준비하며 핀슨홀 전체를 기념공간으로 만들어 더 많은 이들과 시인의 시간을 나눌 계획이다.

글․사진 백남우(tbs TV 영상콘텐츠부장)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고화질 HD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tbs 홈페이지 tbs.seoul.kr나 네이버 TV캐스트(http://tvcast.naver.com/seoultime)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수상 약력 :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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