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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족, 희망을 말하다 '내 딸, 금사월'
위기의 가족, 희망을 말하다 '내 딸, 금사월'
  • 송혜란
  • 승인 2016.01.29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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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드라마
 

삶의 보금자리인 집이 무너지고 있다. 복수와 증오심으로 완전히 해체된 가정. 그 위에 새로운 집을 짓는 금사월이 있다. 그녀가 짓는 집은 단순히 평수가 넓고 화려한 집이 아니다. 작고 초라한 집에서도 엄마, 아빠와 형제들이 다 함께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화목한 가정. 그녀가 꿈꾸는 집의 이상형은 바로 이러한 가정과 더욱 닮아 있다. 가정의 위기 속에서 끝없이 희망을 말하는 드라마 <내 딸, 금사월>.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MBC 제공

<내 딸, 금사월>의 이야기는 크게 두 여주인공이 중심축을 이룬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건축가의 외동딸로 평탄하게 살았지만 시댁의 음모로 모든 것을 잃은 신득예가 첫 번째 인물. 두 번째는 득예가 생애 단 한 번의 외도로 낳은 혼외자식 사월이다. 사월은 부모의 복수와 증오심 때문에 버려져 태어날 때부터 보육원에서 온갖 수모를 겪고 자란다. 그러나 그녀는 늘 긍정적이고 밝기만 하다.

드라마 초반부에서부터 득예는 시댁의 계략으로 친정부모까지 죽자 25년에 걸쳐 치밀하게 남편과 그의 가족들에게 복수의 칼을 갈아 간다. 평생을 현모양처인 척 조용히 지내다 기회가 찾아오면 때를 놓치지 않고 친정식구들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철저히 복수하고 마는 무서운 여자가 바로 득예다.

그러던 어느 날,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쉽게 제자를 두지 않는 것으로 자명한 그녀에게 사월이 찾아온다. 사월은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건축사. 보육원 붕괴 사고로 인해 운명이 뒤바뀌어 일정 시간까지 아무도 그녀가 진짜 득예의 딸인지 알지 못한다. 천성이 밝고 유쾌해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초 긍정적 성격의 소유자인 그녀는 득예가 작정하고 다그쳐도 절대 흥분하는 법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이상하다 싶을 만큼 많은 이들이 중독되어 간다. 보육원에서 사월과 함께 큰 혜상을 득예의 딸인 줄 알고 키우는 민호와 지혜 부부는 물론, 그녀 곁을 맴도는 찬빈과 세훈, 심지어 득예까지도 모두 사월의 매력에 이끌린다. 득예는 곧 사월이 자신의 친딸임을 감지하는데….

멀리서 이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지켜보는 득예의 남편 만후로 인해 긴장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혜상과 사월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보육원 붕괴 사고 역시 만후의 계략으로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득예가 혜상을 끌어들여 당시 보육원 붕괴 사고가 만후의 짓임을 만천하에 알리며 득예의 복수는 이미 시동이 걸린 지 오래다. 사월도 만후의 악행을 알아차리고 충격에 빠지며 사랑과 복수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찬빈과의 이별을 택해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물론 최근 회차에서는 찬빈의 프로포즈로 둘의 사랑이 무르익어가지만 말이다.

욕망과 복수가 회복, 용서로

이 드라마는 득예의 복수심으로 인해 파국적 결말을 예견하며 숨 가쁘게 달려가지만, 놓치지 않는 메시지가 있다. 드라마의 기획 의도이기도 한 인간 원죄에 대한 벌과 가족의 소중함이 그것이다. 욕망과 복수로 인해 일어난 숱한 인물들의 죄는 반드시 제 손으로 씻어야 한다는 숙명으로 끝을 향해 간다.

회복과 용서의 과정에서는 ‘집짓기’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드라마가 먼저 화두를 던진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청자들은 한 회 한 회 거듭해 가는 드라마를 물 흐르듯 따라가며 그 답을 스스로 찾고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싶은 집은 가정에 대한 그리움, 그리운 가족들이 한데 모이는 회복의 공간이다.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 낳는 것 자체를 포기하며 사는 요즘 같은 시대에 드라마가 말하는 집은 어쩌면 판타지 그 이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 번쯤 꿈꾸어볼 만하지 않을까.

좁디좁은 원룸이나 꽉 막혀 있는 아파트가 아니라 드넓은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엄마, 아빠가 텃밭을 가꾸고 아이들이 깔깔깔 웃으며 뛰어다니는 행복한 집. 대문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곳에 감나무를 두 그루 심고, 그 사이에 징검다리처럼 그네를 만들어 온 가족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상상해 보자. 동화책에 나오는 삽화보다 더 동심을 자극하는, 누구나의 마음속에 서려 있을 옛 정취 물씬 나는 그런 집 말이다. 이 정도의 희망도 가질 수 없다면 현재의 삶은 무척이나 불행하게 다가올 것이다.

물론 집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상을 띠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떠한 모습인지에 대해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향후 사월이 지어나갈 집의 이상형은 현대 사회에 어떠한 의미를 심어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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