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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소외된 이웃을 향해 헌신하는 성공회 대학교 총장 김성수 주교
장애인과 소외된 이웃을 향해 헌신하는 성공회 대학교 총장 김성수 주교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7.03.1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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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울림이 큰 사람이 있다. 김성수(78)총장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언제나 만면에 웃음을 띠고 다가가 손을 내미는 사람, 소외된 이웃인 장애인들의 대부이자 우리 시대의 큰 스승, 총장직에서 은퇴하면 장애인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고 싶다면서 자신의 욕심마저 덜어낸 김성수 총장의 삶은 언제나 싱싱하기만 하다.

글_ 최병일 기자 사진_ 조준원 기자

제대로 심술 한번 내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겨울을 딛고 어느새 봄의 기운이 대지를 뒤덮던 2월 중순. 작지만 아늑한 교정에 김성수 총장이 서 있다. 언제나 그의 미소는 싱그럽다. 벌써 고희(古稀)를 넘어 산수(傘壽, 80세)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지만 세월의 흔적은 하얗게 새어버린 머리카락에만 머물다 사라진 듯 보였다. 봄이 성큼 다가온 성공회대 교정을 천천히 산책하는 김 총장은 얼핏 숨이 차는 듯하다.
“혈관이 막혀서 혈관 속에 피가 잘 통하는 수술을 한 지가 몇 달 정도 되었는데도 기운이 없고 다리가 후들후들해요. 아무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봐”

학생들에게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총장
단발머리를 한 귀여운 여학생이 멀리서 그를 보더니 “할아버지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어, 그래 공부하러 왔구나.” 진짜 손녀인가 싶지만 그럴 리는 없고 아는 사람이냐고 하자 학교 학생이란다. “총장님 하면 거리가 느껴지고 내가 싫으니까 그냥 할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어요. 거리감도 없고 좋잖아.” 그러고 보니 살짝 장난기까지 느껴지는 미소. 종합대학치고는 작은 학교라는 미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교정을 도는 동안 청소하는 아줌마도, 교직원도, 학생도 인사를 안 하는 이가 없다. 그럴 때마다 김 총장의 얼굴도 환하게 밝아진다.
집무실은 1층의 후미진 곳에 위치해 있다. 총장과 부총장실이 맞붙어 있고 두 분의 업무를 돕는 비서가 한 사람 있다. 총장실의 문은 아주 특별한 업무를 보는 것이 아닌 이상 언제나 열려 있다.
“이렇게 총장실 문을 열어놓고 학생들을 기다리는데 잘 오지 않아요. 그래서 교정이나 식당에서 내가 먼저 인사를 하지요. ‘재미있었니?’, ‘밥 맛있었니?’ 묻지요. 우리 기성세대가 모범을 보여야지요. 끼리끼리의 사랑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사랑, 공유할 수 있는 정의를 먼저 실천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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