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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적학자 구본진 변호사의 ‘좋은 글씨, 나쁜 글씨'
필적학자 구본진 변호사의 ‘좋은 글씨, 나쁜 글씨'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6.02.28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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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진화한 인종이다. 근대 항일운동가와 프로이트까지 한민족의 원형 DNA를 추적한 국내 최초 글씨의 고고학적 연구 결과다. 이 연구를 주도한 이는 검사 출신 필적학자 구본진 변호사. 국내 최고의 글씨 전문 컬렉터이자 필적학자로 손꼽힌다. 그가 알아낸 한국인의 구체적인 DNA는 어떤 모습일까.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

검사 출신의 구본진 변호사는 오랜 검사 생활로 표정이 경직되어 있을 뿐 딱딱할 것만 같았던 이미지와는 다소 멀어 보였다. 지난 21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해온 구변호사. 그는 숨 막히는 심리적 추격전이 벌어지는 검찰청 조사실에서 본 피의자의 자필 진술서를 통해 ‘글씨가 곧 그 사람’임을 깨달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15년 이상 글씨를 수집하고 30년 가깝게 고미술품을 수집했다는 그는 검찰청 조사실에서 수많은 인간 군상들을 조사하며 사람의 내면과 글씨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평검사 시절에는 살인과 조직폭력, 마약 등 강력범 수사를 주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의자에게 자필 진술서를 쓰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일부 피의자들의 글씨에서 일반인의 글씨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특징들이 보였습니다.”
구 변호사가 말하는 그들의 특징은 예로 들면 지나치게 행의 간격이 좁다든지, 글씨가 헝클어져 있다든지, 삐침이 매우 특이한 모양으로 나타난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이를 보고 그는 도대체 왜 강력범들은 저런 글씨를 쓸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글씨와 사람의 성격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궁금증이 앞섰다.
마침 취미로 항일운동가와 친일파의 친필을 모으고 있었던 그는 두 부류의 지식인들 글씨에서도 확연하게 다른 특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차이를 알기 위해 외국의 필적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살인, 사기꾼, 자살자 글씨의 특징

구 변호사가 포착한 흉악범의 글씨는 속도가 느리고 각이 많이 지며 마지막 부분이 흐려져 있었다. 많이 눌러 쓴 모습도 보였으며 특히 행 간격이 좁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는 잔인하고 사고가 명료하지 않으며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는 분석했다. 또한 미국 연쇄 살인범들의 글씨도 똑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지 사기단과 같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의 글씨는 주로 무질서하고 읽기 어려우며 필압이 약합니다. 기초선이나 기울기, 크기, 간격, 속도 등의 변화도 심하고요. 느리고 억지로 꾸민 듯한 형태를 가진 것도 많지요. 이는 변덕이 심하고 신뢰하기 어려우며 겉치레를 좋아한다는 의미입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글씨에도 남다른 특징이 있었다. 이들의 글씨는 주로 갈수록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띠었으며 글씨의 속도가 빠른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는 우울증에 걸려 있거나 성격이 급하다는 것을 내포한다고 구 변호사는 설명했다.

글씨로 한민족의 DNA 찾는다 - 국내 최초 글씨의 고고학

거기에서 힌트를 얻어 글씨를 통한 고고학적 연구로 한민족의 DNA까지 찾아 나서게 된 걸까? ‘한국인은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그의 호기심은, 글씨에 관심을 가지기 이전부터 늘 마음속에 품었던 질문이었다. 독일의 철학자 사비니의 말대로 법률가는 ‘민족혼의 대변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할 당시 만족할 만한 답을 찾지 못해 거의 포기 상태에 놓인 어느 날, 그는 신석기 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 부호와 글씨가 새겨져 있는 천전리 각성을 보고 그 답을 글씨에서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회상했다.
“어떻게 하면 글씨를 통해 한국인의 실체, 문화 원형, 의식을 밝힐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한민족의 시작인 고조선 사람들이 어떤 사람일까를 먼저 밝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고조선 등 고대를 연구하려다 보니 고고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그 외에도 문자학, 인류학, 역사학, 진화 생물학 등 여러 분야의 공부는 부가적으로 따라오게 됐지요.”

글씨로 본 한국인은 ‘어린아이’, 네오테닉한 특성 강해

구 변호사가 실제로 필적을 통해 연구해 본 한국인들의 DNA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가 최근 출간한 책 제목 <어린아이 한국인>의 숨은 뜻이 궁금했던 터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고대 한국인은 온화하면서도 동정심이 많고 관대하며 감정적이었다. 또한, 느긋한 삶을 즐기고 분쟁을 좋아하지 않으며 일이 원만하게 처리되는 것을 원했다. 유연성과 외향적인 것도 특징이다. 때문에 변덕스러우며 즉흥적, 충동적이고 기분파이며 외부 환경이나 감정에 쉽게 종속돼 버려 일관성이 없고 집중하지 못하는 엄격함이 결여돼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민족은 대체로 글씨를 쓰는 속도가 빠릅니다. 빠른 것 안에 담겨 있는 특성으로는 행동이 신속하고 민첩하며 활력이 충만하고 신체가 건강하지요. 또한 자기표현 능력이 강하고 적극적이며 진취적이면서도 열정이 있습니다. 반대로 성미가 급하며 자기가 관심 없는 일에는 대충 끝내고 경솔하며 계획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제어하는 힘이 약하고 피상적이며 제멋대로 하고 차분하지 못해 눈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고 나중 일은 생각하지 않는 특징도 있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한민족의 특징을 한마디로 ‘네오테니(neoteny)’라고 표현했다. 그가 말하는 네오테니란 어른이 되어서도 젊은 태도와 행동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사랑, 낙천성, 웃음, 노래와 춤, 호기심, 장난기 등이 그 특징이다. 신기하게도 구 변호사뿐 아니라 미국의 리처드 퓨얼이라는 인류학자 또한 한민족의 머리, 얼굴, 팔, 다리 등의 신체 특성 분석을 통해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른 바 있다. 이 네오테닉한 특성을 ‘어린아이’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구 결과가 꽤나 구체적이다 보니 연구 방법론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감에 의존하지는 않았다.
구 변호사의 연구는 고조선 선조들의 글씨를 찾는 데서 출발했다. 그런데 고조선 선조들의 글씨라고 확인된 것이 없어 고민이었다. 있어도 신빙성이 약하거나 글씨 분석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에 고조선 선조들의 특징을 가장 순수하게 보존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한 그는 법흥왕 재위 이전의 고신라(통일 이전의 신라) 사람들이 그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결국 그들의 글씨를 찾아낸 구 변호사는 자와 분도기를 이용해 글씨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주로 독일, 미국, 프랑스 등의 유명한 필적학자들의 이론을 이용했는데 그것은 분석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예를 들면 고신라 글씨의 크기, 기울기, 각도 등을 자와 분도기로 재보니 이러이러한 불규칙성이 나타나는데 독일과 프랑스의 저명한 필적학자의 이론에 따르면 이렇게 분석된다는 식이었습니다.”

부자, 성공한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의 글씨

‘글씨가 곧 사람’이라면 반대로 글씨 연습을 통해 사람의 내면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로 동양에서 오랫동안 인격수양을 위해 실천해 온 서예의 핵심은 글씨 연습을 통해 내면을 바꾸는 것이었다.
“한석봉뿐 아니라 조선시대의 많은 선비들이 글씨 쓰는 데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던 것은 글씨가 인격 수양의 방편이자 그 결과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링컨 대통령도 어렸을 때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의 글씨를 따라 썼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글씨를 써야 부자, 성공한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구변호사가 말하는 그들의 글씨체를 연습하면 된다. 부자들의 글씨는 힘이 있고 마무리가 확실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부자로 손꼽히는 이병철, 정주영이 그랬고 미국에서도 록펠러, 헨리 포드, 트럼프 등의 글씨도 비슷했다. 예를 들어 ‘ㅁ’이나 입구(口) 자에서 오른쪽 위 모서리는 부드럽고 마지막 부분이 굳게 닫혀있다. 이는 유연하지만 절약하고 일의 마무리가 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자들은 자기 과시 욕구가 그다지 크지 않다고 그가 덧붙였다.
크게 성공하는 사람들의 글씨는 힘이 있고 속도가 빠르며 활달하다. 마이클 잭슨, 타이거 우즈, 오프라 원프리, 김연아에서 보듯 주로 시작 부분이 매우 큰데 이는 기가 세고 과시욕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고. 또한 가로획이나 세로획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긴 경우가 많다. 이는 인내력이 강하고 일의 마무리를 잘하는 것을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글자가 오른쪽으로 가면서 매우 가파르게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신감이 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에디슨이나 홈즈 대법관과 같이 글자가 작고 그 간격이 좁으면서도 반듯해 타이프 친 것처럼 일정하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세심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는 손 글씨를 많이 쓰고 취업할 때 자필 이력서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나치게 손 글씨를 안 쓰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인격수양에 있어 글씨연습만큼 비용이 적게 들고 손쉬우면서도 효과가 확실한 방법도 없습니다. 일반 종이에 볼펜이나 만년필, 연필로 자꾸 써보세요. 서양의 필적학자들은 보통 한 달 정도 연습하면 내면이 바뀌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특히 구 변호사는 서명을 많이 연습하라고 권했다. 사람은 자기 이름을 가장 많이 쓰기 때문에 서명은 글씨의 핵심으로서 자신의 특징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멋진 서명을 하나쯤 만들어서 계속 써볼 것을 권합니다. 최소한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서명을 할 때도 대충 쓰지 말고 정성들여 쓰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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