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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환 류니끄 오너셰프, 요리는 임무였다
류태환 류니끄 오너셰프, 요리는 임무였다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6.02.29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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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셰프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가치관이 있다. 류태환 셰프에게 그것은 ‘임무’였다. 누군가에 의한 임무가 그를 맹렬히 정진하게 했고,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의 요리인생 저변에는 언제나 그 임무가 있었다.

진행 김이연 기자|사진 이용관

드라이아이스 쇼부터 동심을 자극하는 디저트 메뉴까지, 류태환 셰프의 요리는 창의적인 발상과 오브제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그가 오너로 있는 ‘류니끄(RYUNIQUE)’ 레스토랑은 최근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7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79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요즘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할 일을 했을 뿐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레스토랑을 찾아준 이들에게는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인터뷰 당일에도 매장은 손님들로 붐볐고 누군가는 액자 오브제에 담긴 요리를 천천히 감상하고 있었다. 그의 요리는 시간을 두고 감상하고 싶은 매력이 있다.

아버지의 제안으로 요리를 시작하다
단, “일류가 되어야 한다”

류태환 셰프는 요리가 좋아서라기보다 아버지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그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주먹다툼을 일삼는 집안의 말썽꾸러기였다. 어머니는 그를 쫓아다니는 것이 일과였고, 저명한 해양학자인 아버지는 늘 공부를 강조했다. 그에게 아버지는 두려움과 경외심의 대상이었다. 건네는 말은 “다녀오셨습니까”, “식사하셨습니까”가 전부였다.
그런 아버지가 병석에 눕게 된 것을 계기로 류태환 셰프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버지는 그에게 요리를 해 보라고 제안했다. 사실 당신이 요리를 하고 싶었으나 그 때는 때가 아니었다며 훗날에는 요리사에 대한 대우가 달라질 것이라고 하셨다. 단, 일류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때부터 류태환 셰프는 요리를 아버지가 주신 임무라 여겼다. 요리를 스스로 즐기게 된 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할 만큼, 자신을 채찍질하며 지난하게 달려온 것이었다.

요리학교 입학과 8년간의 외국생활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003년 도쿄의 핫토리영양전문학교에 진학해 5년을 보내고, 호주에서 1년, 영국에서 2년, 총 8년의 외국생활을 했다. 학교를 다니며 요리를 배우고 월드 클래스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실전 감각을 익혔다. 당시 학생비자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수업과 일을 병행하며 하루에 3~4시간씩 자는 생활을 1년 이상 하기도 했다. 잠은 물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영양실조도 여러 번 걸렸다.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버텼다.
기나 긴 외국생활이 힘에 부치기도 했을 텐데 그는 역경의 스토리는커녕 이 정도 고생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한다. 덧붙여, “누구나 열심히 한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그것을 베이스로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물론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고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바다와 아버지

바다는 그의 인생에서 꽤 중요한 지점에 있다. 해양도시인 부산에서 태어나 바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기도 했고, 해양학자인 아버지의 남해 연구소에서 머물며 아버지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도 해산물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 집을 짓고 요트를 띄우며 바다 곁에서 사는 것이 바람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면모는 그의 요리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그의 ‘분자요리’는 미식가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류니끄를 설명하는 ‘하이브리드 퀴진’

류니끄는 일식과 프렌치를 기반으로 한국적 요소를 가미해 컨템퍼러리 요리를 선보인다. 분자요리로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는 “분자요리는 맛보다는 형태 변환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 사용 범위는 10% 내외다.”라고 설명했다. 그럼, 류니끄의 요리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질문에 그는 ‘하이브리드 퀴진’이라는 용어로 답했다. “류니끄는 분자요리보다는 하이브리드 퀴진 레스토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내가 만든 말인데, 기본과 기본이 만나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하이브리드에 근간한다.”라고 말했다. 즉 요리의 기본을 가장 중시하면서 새로운 결합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여기에 셰프의 생각이 더해져 하이브리드 퀴진이 되는 것이다.

요리를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창의적인 발상과 오브제로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류태환 셰프의 요리. 많은 사람들이 그의 요리를 예술 작품으로 여기기도 한다.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류태환 셰프는 요리를 예술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면서도 자신의 요리는 예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즉 예술적인 요소가 많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예술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마인드로 요리를 한다. 요리를 예술로서 접근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완벽, 자유, 그리고 꿈을 향해

류태환 셰프는 완벽을 추구하면서도 세상에 완벽은 없다고 말한다. 그저 끝까지 만족하지 않을 뿐이다. 그는 자신의 완벽을 위한 세 가지 요소로 스토리, 테트닉, 철학을 꼽았다. 다양한 경험과 영감을 통해 얻은 스토리, 그것을 구현해 줄 완벽한 테크닉, 거기에 덧입혀지는 자신만의 철학,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섞여야 무엇이든 멀티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그는 어디에도 소속되거나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길 원한다.
요리를 그만두고 은퇴할 시기가 오면 고향으로 내려가 낡은 것을 닦고 고치는 엔지니어가 될 것이다. 창고 한 편에는 스튜디오를 만들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바다에 배를 띄워 낚시도 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 그 꿈을 향해 그는 더욱 달릴 것이다. 표독스럽고 억척스럽게 짊어지고 가는 삶을 모든 것들을 조용히 내려놓을 그 날을 위해 오늘도 뛴다.

류니끄(Ryunique)

류태환과 유니크의 합성어인 '류니끄'(Ryunique)는 서울 강남 신사동의 한적한 골목가에 자리하고 있다. 일식과 프렌치 요리를 베이스로 한식 식재료를 가미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으며, 런치세트와 테이스팅 메뉴를 운영한다. 산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컨템퍼러리 요리와 숙련된 소믈리에의 추천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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