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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기타를 치는 카메룬의 별 ‘리차드 보나’
베이스 기타를 치는 카메룬의 별 ‘리차드 보나’
  • 송혜란
  • 승인 2016.02.29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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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트래블
리차드 보나의 앨범 ‘리버런스’ 표지(사진=김선호 대표)

서아프리카 카메룬 출신의 퓨전 재즈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리차드 보나(Richard Bona)를 아는가? 이번에는 그를 찾아 서아프리카 카메룬으로 떠나는 음악 여행을 준비했다.

리차드 보나는 1967년 생으로 카메룬의 내륙지역 도시 민타(Minta)에서 태어났다. 민타는 카메룬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새우 교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재미있는 것은 카메룬이라는 국가 명칭이 포르투갈어로 새우라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점이다. 1472년 포르투갈의 항해사 페르난도 포(Fernado Po)가 카메룬의 해안가로 이어지는 한 강어귀에 도착했을 때 이곳에 새우(포르투갈어로 Camares)가 아주 많았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그 강을 ‘카마롱이스강’이라고 불렀고, 이후 국가 이름 카메룬이 된 것이다. 결국 카메룬공화국을 포르투갈어로 해석하면 새우공화국인 셈이다.

이러한 도시에서 나고 자란 리차드 보나의 가문은 음악인 집안이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민족의 구비 설화를 노래하거나 이야기로 들려주는 그리오(Griot) 출신이면서 타악기 연주자였다. 어머니는 가수였다.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그는 무려 4살 때 서아프리카 전통 악기의 일종인 발라퐁(Balafon)을 배워 불과 5살이 되던 해 동네 교회에서 연주를 시작했다고 한다. 속담에 ‘크게 될 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는데, 리차드 보나도 그 수준은 된 것 같다. 하지만 누구든 커서 유명해지면 어릴 때 이야기는 각종 양념과 조미료가 첨가되어 천하의 둘도 없는 천재인 양 포장되고 각색되기 마련이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드는 깊이 있는 스토리

아무튼 그는 음악가 집안 출신이기는 했으나 경제적으로는 넉넉한 편이 아니었던 듯싶다. 적어도 악기를 사줄 형편은 못 되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여러 악기를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그가 주로 애용한 것은 대롱에 구멍을 뚫어 만든, 플롯 사돈의 팔촌쯤 되는 크로마뇽형 플롯과, 울림통에다 그저 단단한 줄을 매단 네안데르탈형 기타였다. 특히 그의 기타는 오토바이의 연료 탱크에 자전거 브레이크 줄을 달아 만든 기상천외한 것이었다.

만든 악기가 어떻든 간에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과 감성만큼은 대단했다. 리차드 보나는 기어코 13살 되던 해 두알라(Douala) 지방의 어느 프렌치 재즈클럽의 단원으로 들어갔다. 당시 그는 클럽 주인의 도움으로 재즈에 처음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 출신의 당대 최고 베이스 기타리스트 자코 패스토리우스(Jaco Pastorius) 연주 음반도 그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에 그는 주로 베이스 기타 연주에 몰두했으며, 전공 또한 베이스 기타로 잡아 현재 베이스 기타리스트로 분류되어 있다. 지금은 뉴욕에 거주하며 다양한 재즈 뮤지션들과 연주하고 있다. 1998년에는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의 유럽투어 음악 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후 그는 팻 매스니 그룹(Pat Metheny Group)에 둥지를 트고, 뉴욕대학교에서 재즈를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완전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이다.
그가 발매한 음반은 정규 앨범만 여섯 장이다. 그 중 필자는 ‘리버런스(Reverence)’라는 음반을 추천하고 싶다. 이 음반은 기도(Invocation)로 시작한다. 반주도 없는 조용한 기도가 듣는 이의 내면에 큰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두 번째 트랙의 BISSO BABA(항상 함께), 세 번째 트랙의 SUNINGA(언제 당신을 볼 수 있을까), 네 번째 트랙의 EKWA MAWATO는 꼭 들어보시길! 이게 정말 재즈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색적이다. 이 외에도 수록된 12곡이 모두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깊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노래를 작곡해 들려주는 그의 음악은 매력 그 자체다. 감성적이면서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또 어떠하랴. 하나도 잘하기 힘든 사람들에 비해 여러 재능을 지닌 그는 몰래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좀 얄미운 뮤지션이기도 하다.

 

 

 

글 사진 김선호
1958년 강경출생
외국어대학교 문학사, 성균관대학교 문학석사.
(전)IT 관련 공기업 코레일네트웍스 대표이사
(현)라끌로에프렌즈 대표이사.
음악 에세이 <지구촌 음악과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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