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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김광호 PD의 부모 교육,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EBS 김광호 PD의 부모 교육,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 권지혜 기자
  • 승인 2016.02.29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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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육아
 

대한민국에서 부모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 간의 관계를 고민하는 수많은 부모에게 EBS 김광호 PD가 진정한 가족의 가치에 대해 전한다.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자녀에 대한 모든 것. 자타 공인 부모 교육 전문가로 불리는 그에게 배우는 부모 공부.

EBS 김광호 PD는 <60분 부모>, <마더 쇼크>, <부모 쇼크> 등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그 역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그런 고민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윗세대 부모님에게 느꼈던 무뚝뚝함보다는 아이와 친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지만, 아이는 크면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러다 만나게 된 <60분 부모>라는 프로그램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부모가 되려면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찾아갔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한다는 것

김 PD는 ‘가족은 관계’라고 말한다. 그는 가족에 관한 프로그램을 10년 동안 하면서 많은 가족을 만났다. 그중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로 본능과 대물림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혈연이기 때문에 자신이 끝까지 내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그 책임을 지는 방식은 새롭게 배운 것이 아닌 자신의 부모로부터 받은 방식이다. 육아는 배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행하는 육아는 윗세대 부모의 방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세대와는 맞지 않을뿐더러, 부모의 본능과 아이의 본능이 부딪칠 수밖에 없다.
가족 간에 관계를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아는 것이다. 요즘 나오는 부모 교육에 관한 말 중, ‘눈높이를 맞추라’는 것이 있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어떤 것인지 부모들은 잘 알지 못한다. 부모 자신이 눈높이를 맞췄다고 생각하지만 단지 말투에서 흉내를 낼 뿐이지 아이가 느끼기에는 전혀 맞춰지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아빠가 아이에게 데이트하자고 제안한다. 아이는 함께 나간다. 나가서 아빠가 아이에게 건네는 말들을 보면,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아, 이건 칼로리가 어떻고. 성장에 좋고….” 아이는 정색을 하고 말한다. “아빠는 늘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고 하지만 아빠 이야기만 해.”
이것은 소통의 부재이기 전에 소통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양은 중요하지 않다. 올바르지 않은 소통을 늘리는 것은 아이들에게 고문이 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관찰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게 전제가 되지 않고 훈련되지 않으면 소통을 할 수가 없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지 관찰하고 인정하고,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것이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상대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것. 친구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친구만 탓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나를 돌아보게 된다. ‘뭐 때문에 친구가 화났을까. 왜 그랬을까.’ 그런데 유독 가족과의 관계에서는 혈연이라는 본능으로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상대방을 먼저 탓한다. 그러면서 부모는 아이와 부딪치는 일이 잦아지게 된다.

부모에게 필요한 것 ‘관찰-인정-공감’

부모와 자녀가 가장 많이 부딪치는 시기가 바로 자녀가 사춘기일 때다.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의 본능대로 키워도 아이의 자아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충돌이 없다. 그런데 사춘기가 되는 순간 빵 터진다. 사춘기 자녀와 부딪칠 때마다 부모들은 ‘원래 그럴 시기다. 사춘기 때문에 그렇다. 아이의 사춘기 때문에 부딪힌다’고 말한다. 대부분 들여다보면 부모들이 기름을 붓고 있다. 결정적인 기름의 도화선은 불안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아이의 공부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심하지 않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슬슬 성적에 대한 집착이 발동 걸린다. 그나마 초등학교 때까지는 눈앞의 성적만 성적표에 나오기 때문에 마음 한편으로는 아이가 놀아도 중학교 가면 중간은 할 수 있을 거라는 안심을 가진다. 중학교 첫 성적표를 받으면, 부모는 그때부터 불안해진다. ‘초등학교 때 놀게 두지 말걸’하는 후회를 한다. 중학교 1학기 성적표를 받은 뒤 부모는 달라진다. 학원을 더 가게 하고,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중학교 입학이 대학 입학의 본격적인 스타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밀리기 시작하면 대학에 못 간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그런데 그렇게 쏟은 만큼 아이가 부응해 주면 좋지만 쉽지 않다. 습관을 잡아 주려 하지 않고 조급하게 점수를 올리려고 한다. 매 순간,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이 부모의 시야에 잡혀야 안심한다. “너 어디니, 학원 몇 시에 끝나, 숙제는 했니, 공부 얼마나 했니, 이 학원 가, 저 학원 가.”
부모가 아이에게 해야 하는 것은 집착이나 감시가 아니다. 애착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애착이 맺어져야 훈육할 수 있다. 아무리 “학원 가라, 공부해라, 게임하지 마라”고 말해도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아이에게는 그저 잔소리일 뿐이다.
애착 관계가 맺어지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다. 공감은 아이를 관찰하고 인정해야 이루어진다. 아이가 하는 것을 관찰하고, 내 아이가 ‘운동을 좋아하네’, ‘게임을 좋아하네’, ‘영화를 좋아하네’ 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아이와 대화를 하거나 접촉하며 공감하는 것이다. 공감이 깔린 대화가 진정한 소통이다. 공감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부모는 대화한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녀 교육으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

현세대는 대가족제도와 골목 문화가 붕괴하면서 자녀 교육을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들어졌다. 하지만 부모들은 힘들어진 만큼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이들을 키워 낼 수 있지만, 부모들이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것은 다른 가정이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정을 들여다본 김 PD는 “다들 잘 키우고 계시다”고 말한다. 우리 윗세대 부모님들은 굉장히 먹고사는 게 급했기 때문에 정서나 공부는 중요하지 않았던 세대다. 그런데 그 세대가 아이를 키우면서 불안하지 않았던 이유는 다 그렇게 키웠기 때문이다. 내가 내 아이에게 매를 들어도 옆집에서도 매를 들고. 그래도 별 탈 없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옆집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볼 수 없다. 온통 미디어에서는 굉장히 잘 키우는 이야기들만 나온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불안해하는 것이다. 불안을 놔야 행복할 수 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그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육아는 나를 키우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삶이란 뭐지? 내가 아이에게 어떤 존재여야 하지? 나는 잘살고 있나? 내가 내 아이에게 물려 줄 수 있는 건 돈인가 어떤 가치인가.’ 아이는 부모를 끊임없이 돌아보고 되묻게 한다. 예전에 비해서 잘 키우고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이 기회들이 결코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아이를 돌아보는 인생의 영양분을 주는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부모 스스로가 삶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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