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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가 가장 맛있는 지금
홍어가 가장 맛있는 지금
  • 권지혜 기자
  • 승인 2016.02.29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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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냄새에 막힌 코가 뻥~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차례상에도 올린다는 홍어.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와 입 안에 넣으면 톡 쏘는 향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음식 중 하나다. 하지만 한 번 맛 들이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홍어의 맛. 365일 맛볼 수 있지만, 겨울철인 지금이 가장 맛있는 시기다.

주로 전라도 지방에서 먹는 홍어. 홍어를 파는 식당만 가도 알싸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홍어를 먹지 않는 사람들은 냄새만 맡아도 거부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톡 쏘는 홍어의 독특한 향과 쫀득한 식감에 반한 사람들은 홍어의 맛에 푹 빠져 있다. 이렇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홍어. 산란기인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제철이다. 맛도 영양도 어느 시기보다 풍부하다. 홍어의 모든 것을 한 번 알아보자.

삭힌 홍어를 먹게 된 유래

홍어의 생김새는 가오리와 닮아 있다. 몸은 위아래로 납작하고, 가슴지느러미가 넓게 발달해 있어 위에서 보면 가오리와 같이 마름모꼴이다. 몸길이는 150cm 정도이며, 등 쪽이 갈색이고 배 쪽은 흰색이나 회색 빛깔을 띤다. 머리와 주둥이는 작으나 튀어나와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 삭힌 홍어를 먹게 된 유래는 옛날 한 홍어 장수가 팔다 남은 홍어에서 썩은 냄새가 나서 먹어 봤더니 뜻밖에 맛이 풍부하고 오묘한 것이 썩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전라도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홍어는 예부터 잔칫집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이었다. 잔칫집에 방문한 손님이 귀한 홍어만 먹으면 눈치가 보여서 돼지고기와 김치를 함께 곁들여 먹게 된 것이 바로 ‘홍어삼합’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 왜 나는 걸까?

홍어는 상해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며, 먹어도 탈이 없고 삭힐수록 그 맛의 깊이가 더해진다. 홍어를 먹기 좋게 토막을 내 장독 항아리에 밀봉해 두었다가 일주일 정도 삭은 것을 먹는다. 옛날에는 홍어를 삼베 더미에 싸서 두엄이나 지푸라기 속에 넣어 삭히기도 했다고 한다.
홍어는 몸 안의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한 요소를 몸 안에 지니고 있는데, 밀봉되어 삭는 과정에서 이것이 분해되어 소화효소인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을 만들어 낸다. 홍어가 유독 다른 물고기보다 암모니아를 더 만들어 내는 이유다. 하지만 삭힌 홍어에서 나는 톡 쏘는 냄새는 고기가 부패하여 나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 부패해서 나는 냄새이다. 그러므로 육질의 변화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홍어가 가지고 있는 암모니아는 부패 세균의 발육을 억제하므로 식중독이 발생할 염려가 없다.
잘 삭힌 홍어는 묵은 김치처럼 오래 보관할수록 살이 단단해지고 알싸한 맛이 더욱 깊어진다고 한다. 발효된 홍어로 찜을 만들면 아직 분해되지 않은 요소와 암모니아가 함께 어우러져 막혔던 우리들의 코를 뻥 뚫리게 한다. 이때 코를 자극하는 암모니아는 소량에 불과하므로 독성에 대해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진한 암모니아수는 우리 피부를 상하게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가끔 뜨겁지 않은 홍어찜을 먹다가 입천장을 데이는 사고가 생기는 것이 바로 이 암모니아 때문이다. 하지만 심각하게 데이거나 우리 몸에 유해한 것이 아니니 걱정은 버리고 홍어를 즐겨 보자.

영양가 하나는 기가 막힌 효자, 홍어

코를 찌르는 냄새 때문에 홍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홍어는 생각보다 영양가가 높다. 열량이 100g에 87칼로리 밖에 되지 않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잘 알려졌고, 낮은 열량에 비해 니아신, 단백질, 비타민B1, B2, C, E, 아연, 엽산, 인, 철분, 칼륨, 칼슘 등 영양소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다.
또한 홍어의 연골에는 황산 콘드로이틴과 칼슘, 칼륨까지 풍부하게 들어 있어 뼈와 관절에 좋은 식품이다. 콘드로이틴은 조직을 재생하고 순간적으로 힘을 낼 수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홍어를 삭히는 과정에서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분화된다. 위염을 억제하고 장을 깨끗하게 하는 효능도 갖추고 있어 변비는 물론 심혈관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최근 홍어의 껍질에서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의 발표로 홍어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홍어는 365일 맛볼 수 있는 생선이지만, 겨울에 가장 맛이 좋다. 주로 찜이나 포, 회, 조림, 무침, 매운탕 등 다양한 요리법으로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홍어회를 베이스로 하는 ‘홍어삼합’이나 홍어회 무침이 가장 흔히 홍어를 즐기는 법이다.

홍어 맛있게 먹는 법

전라도에서는 ‘홍어 어시욱’이라 하여 홍어를 삭혀서 찜을 한다. 이 지방에서는 예로부터 경조사에 반드시 홍어를 준비하는 풍습이 있었다. 상을 아무리 잘 차렸어도 홍어가 없으면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을 듣곤 했다고 한다.
홍어회는 삭힌 홍어의 표면을 깨끗이 닦아 0.5cm 두께로 썰어 된장, 초고추장, 풋고추, 마늘, 상추와 함께 곁들여 먹는다. 전남 목포 지방에서는 홍어를 적당히 숙성시켜 자극적인 풍미를 지닌 회로 만들어 탁주의 안주로 많이 즐기는데, 이것이 바로 ‘홍탁(洪濁)’이다.
홍어와 막걸리는 천생연분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궁합이 잘 맞다. 막걸리가 홍어의 암모니아 냄새를 깔끔하게 제거해 주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소화를 촉진하고 홍어 특유의 톡 쏘는 자극적인 맛까지 중화시켜 준다. 여기에 제대로 된 홍어 마니아들은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이것이 바로 ‘홍탁삼합’이다. 그야말로 최고의 막걸리 안주다.
홍어는 부위별로 맛이 다른데, 순위를 매기자면 코-날개-꼬리 순이다. 홍어 코는 홍어 마니아 중에서도 마니아들이 가장 즐겨 먹으며 홍어 코를 빼고는 홍어회를 논할 수 없다고 할 정도다. 홍어는 열을 가할수록 알싸하고 톡 쏘는 맛이 강해진다. 날개 지느러미 부위는 주로 적당한 크기로 썰어 회로 먹는데, 일반적인 회와는 당연히 맛이 다르다. 홍어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나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이 맛보면 충격에 휩싸일 수도 있으니 홍어 코나 날개 지느러미 부분은 홍어 고수에게 넘겨도 좋을 것 같다.

사진 양우영 기자 참고 자료 농촌진흥청, 해양수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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