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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농부’ 미실란 이동현 대표
‘박사 농부’ 미실란 이동현 대표
  • 권지혜 기자
  • 승인 2016.02.29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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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계의 노벨상 ‘대산농촌문화상’ 수상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하는 섬진강가 골짜기에 자리 잡은 미실란의 이동현 대표. 농촌과 농업에 희망을 만들어 보고자 2006년 둥지를 튼 미실란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희망의 열매를 꽃피우는 곳’이라는 뜻이다. 농업과 그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많은 이의 건강과 농촌을 지키는 오랜 벗이 되고 싶다는 ‘박사 농부’ 이동현 대표.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대와 일본 규슈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한 이동현 미실란 대표. 그가 친환경 쌀농사를 시작한 것은 ‘식(食)’에 대한 특별한 관심 때문이었다. 고향 순천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던 그는 10년 전, 농업회사 법인 ‘미실란’을 설립하고 친환경 쌀 재배 및 가공에 뛰어들었다. 현재 연간 4천여 명이 방문하여 교육과 견학을 할 정도로 미실란을 활짝 꽃피웠고, 발아 현미 제품화에 박차를 가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농업계 노벨상’인 대산농촌문화상을 받은 그에게 친환경 농업 이야기를 들어본다.

운명처럼 다가온 농부의 길

이동현 대표에게 ‘농업’은 우연히 운명처럼 찾아왔다. 그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잠시 순천대학교에서 특별연구원으로 있었다. 그 당시 고향에 있는 어머니 밭을 산 사람이 쌀 가공 사업을 하고 싶다며 이따금 도움을 청했다. 그 사람을 도와주다가 얼마 되지 않아 이 대표는 그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시작과 함께 곡성에 정착해서,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농부가 되었다. 직접 농사를 지으며 품종을 연구하고, 그 쌀을 이용해 발아 현미와 발아 현미를 이용한 가공식품 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대학과 대학원 시절부터 친환경 농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서울대 대학원 박사 과정을 휴학하고, 전남 순천에 내려가 친환경 버섯 농사에 도전한 적도 있었다. 그때부터 버섯에 발생하는 병해충을 친환경으로 방제하는 연구를 자체적으로 하기도 했다.
친환경 유기농업에 헌신하라는 뜻인지 일본 국비 유학 중 미생물을 이용해 병·해충·암세포를 방어하는 연구를 하는 지도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일본에서도 병과 해충 그리고 암세포를 방어하는 미생물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생각지도 않게 찾아온 일들이었다.
“아마도 하느님께서 저를 건강한 땅과 생명 그리고 사람을 지키라고 이 길로 데려오셨나 봅니다.”
이렇게 들어선 농부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우선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했을 터. 이 대표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스스로 실천해 왔다. 그랬기에 가족들은 직접 반대는 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농부의 길을 가지 않았으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도 자신의 신념을 지켜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인 근숙 씨가 어렵게 배워 온 학문을 비굴한 자리에 들어가는 데 활용되지 않길 바란 덕일지도 모른다. 돌아가신 어머니 역시 그의 옆에서 든든하게 지지해 주었다.
그것이 이동현 대표가 농부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고, 그 덕분에 농촌에서 친환경 발아 현미 관련 품종을 연구하고, 가공식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기업과 농가 맛집 밥 카페 ‘반하다’까지 탄생시킬 수 있었다.

친환경 쌀과 발아 현미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

대한민국 국민의 주식은 쌀이다. 이 대표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품과 건강이 보인다고 한다.
쌀은 바로 대한민국 국민의 성품과 건강한 삶에 더없이 중요한 밥상의 중심에 있다는 것. 특히 친환경 쌀과 발아 현미는 365일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음식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땅과 자연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친환경 쌀과 발아 현미가 대한민국 식량 자원 중 가장 넉넉한 자원이어서 수입하지 않고도 국민의 밥상과 건강을 지키는 가공식품으로 관심을 두고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그의 연구는 대한민국 친환경 발아 현미의 상징이 되어 가고 있다.
대부분 사람이 유기농 쌀을 재배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 역시 유기농 쌀을 재배하고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지만, 그는 “안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농사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지금껏 농촌 현장과 농업계 대학에서 농업을 공부해 오다 보니 그에게 현장 농업은 이겨 낼 만한 일이었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과정도 힘이 들긴 했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누군가의 돈 한 푼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아내와 개척한 시절이었다. 또한 정말 좋은 발아 현미와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생산했지만, 판로도 없고 판매를 할 줄도 모르던 그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지역과 기후, 친환경 그리고 가공에 맞는 품종을 연구하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땅을 살리겠다고 참숯 가루를 뿌리고, 자운영과 헤어리비치 녹비작물을 심고, 볏짚을 갈아 넣어 주었다. 땅 살리기와 함께 품종의 특성을 살피며, 건강에 좋은 발아 현미 제품과 이를 이용한 가공식품 등을 연구해서 과학적 근거들을 가지고 제품들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제 그에게는 친환경 유기농 쌀을 비롯한 곡물을 함께 생산하는 농업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땅과 생명, 사람까지 살리는 농업을 오래도록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친환경 쌀과 발아 현미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노력

현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인공미를 비롯해 건강과 무관한 가공식품과 인스턴트식품을 접하고 있다. 더불어 잘못된 상식으로 쌀이 다이어트에 취약하다는 헛소문이 세상에 돌아다니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쌀을 비롯한 오곡이 우리 몸과 머리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는 데, 그중 으뜸이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365일 주식으로 먹고 있는 쌀이다. 그중 현미를 발아시키면서 나오는 건강 기능성 성분들에 관심을 두면서 건강을 챙기는 많은 사람이 ‘먹는 음식과 약은 그 뿌리가 같다’는 ‘약식동원’의 원칙과 가장 일맥상통하는 음식이 ‘발아 현미’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리면서, 10년째 발아 현미 관련 품종,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소비자들에게 우리 친환경 쌀과 발아 현미의 가치를 더 알리기 위해 농촌진흥청·대학·병원과 함께 숙원 사업이었던 임상 시험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 친환경 쌀을 비롯한 곡식과 생명이 살아 있는 들녘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강의도 하고, 농가 맛집을 통해 지속해서 알리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현재 그가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에는 친환경 발아 현미, 현미, 바쁜 현대인들과 아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청소년 간식으로 인기가 있는 발아 오색 미숫가루, 그리고 겨울철에만 만날 수 있는 발아 오색 떡국 등이 있다. 더불어 농촌진흥청 농가 맛집 밥 카페에서는 발아 오색미로 지은 건강한 밥상을 현장에서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농업계 노벨상, 대산농촌문화상 수상

 

그는 지난해 농업계의 노벨상인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했다. 대산농촌문화상은 ‘농업은 우리 삶의 뿌리’라는 대산 신용호 선생의 철학을 바탕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 발전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발굴하여 그 공적을 치하하고, 우리 사회 전체의 본보기로 삼아 복지 농촌 건설과 인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고자 1991년에 제정한 상이다. 그가 이 상을 받은 것은 그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는 일본 규슈 대학에서 국비 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귀농하여, 독자적인 발아 현미 제조 기술과 다양한 친환경 쌀 가공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했다. 그럼으로써 우리 쌀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또한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과 공동으로 300여 종의 벼 품종을 직접 10여 년간 시험 재배하여 친환경에 적합한 품종과 발아 현미에 적합한 벼 품종 등을 연구하여 지역에 보급했고, 그 원료를 가지고 발아 현미를 산업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리고 그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벼를 직접 재배하며, 우리나라 주곡인 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산·관·연·농민 협력의 성공적 모델을 제시했다. 이렇듯 우리나라 농업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그에게 당연히 돌아갈 상이었다.
“대한민국 농업계 최고의 상이라는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자 선정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농촌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또한 앞으로도 농업과 농촌을 위해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노력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해 봅니다”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동현 대표는 꿈 너머 꿈을 꾸고 지금껏 살았고, 앞으로도 또 세상을 이롭게 하는 어떤 꿈을 꾸고 살아갈 것 같다고 했다. 현재 그의 꿈은 ‘천 년 숲’을 가꾸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미실란 터에 희망의 나무를 심을 겁니다. 제가 나무를 심고, 아내가 나무를 심고, 아이들이 나무를 심고, 그 딸과 아들들이 또 나무를 심다 보면 언젠가는 ‘천 년 숲’이 만들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꼭 나무로 조성된 천 년 숲이 아니라도 미실란을 통해 대를 이어 농업 부흥의 꿈을 이어가며, 저희의 아름다운 성장의 모델을 보고 다음 세대들이 더 나은 농촌과 농업 발전을 위해 도전하고 발전해 간다면, 그것 또한 또 다른 ‘천 년 숲’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사진=이동현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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