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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효모 빵을 만드는 다루마리 빵집, 와타나베 부부
천연효모 빵을 만드는 다루마리 빵집, 와타나베 부부
  • 권지혜
  • 승인 2016.02.29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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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카야마 현의 작은 빵집, 다루마리. 천연효모 빵을 통해 지역경제의 순환까지 생각한다는 다루마리의 와타나베 부부가 한국을 찾았다. ‘작지만 진짜인 일’을 하고 싶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는 도쿄에서 태어나 23살에 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농업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유기농 도매 회사에 취업했지만 1년 만에 그만두고 2008년 아내 마리코와 함께 빵집 다루마리를 개업하게 되었다. 오카야마 현에서 시작한 다루마리 빵집은 현재 돗토리 현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빵뿐만 아니라 천연효모로 만든 맥주를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작지만 진짜인 진정한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돈이 가진 부자연성과 자본주의 경제 속의 모순을 마르크스 자본론과 천연균에 비유하여 책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천연효모 빵을 만드는 다루마리 이야기

다루마리 빵집은 와타나베 이타루와 아내 마리코의 이름을 조합해 만든 빵집이다. 아내 마리코가 가게 경영을 맡고, 와타나베는 제빵을 맡아 다루마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오카야마 현에서 최근 돗토리 현으로 이사했다. 이사한 것에도 이들의 철학이 담겨있다. 더 좋은 빵, 궁극의 빵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와타나베가 생각하는 더 좋은 빵, 궁극의 빵이란, 그냥 단순히 맛 좋은 빵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빵은 그 빵을 팔면 팔수록 주위 환경이라든지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되는 빵입니다. 그런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조금 더 큰 공간이 필요했죠.”
그가 처음 오카야마에 자리를 잡았을 때는 좋은 물을 ‘찾아’갔다. 가게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산속으로 들어가서 물을 길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물을 가져다 쓰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서 물을 얻는 것이 아니므로 경제가 순환되는 형태를 만들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을 실현하기 위해서 가게를 돗토리 현으로 이전했다고 한다.
다루마리에서는 공중에서 떠다니는 균을 채취해서 빵과 맥주를 만들고 있다. 그렇기에 산과 마을, 그 사이의 환경, 나아가 산과 마을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산을 지키는 사람들이 바로 ‘농가’라고 했다. 농가 중에서도 농약을 친다든지 흙을 오염시키는 농가가 아니라 비료를 쓰지 않는, 땅을 생각하는 농업을 하는 농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농가들은 비료를 쓰지 않기 위해서 밀 재배하는데, 그 밀을 다루마리에서 제분을 위해 사용하고, 농가 사람들은 다루마리가 지불한 대가를 이용해서 다시 그 땅을 지킬 수 있는 농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땅을 지키는 농업을 하는 이들이 있기에 깨끗한 균을 얻을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다시 빵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순환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비료를 쓰지 않은 채소와 곡물을 얻어서 빵을 굽는 데 사용한다. 이것은 순환이 계속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형태의 사업을 만드는 일이다. 조금 더 친환경적이고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화덕에서 피자를 굽는데 그 열은 난방도 활용한다. 화덕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자재를 공급해준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임업가들에게도 그 순환고리가 연결되는 것.
“임업을 하는 사람들의 숲이나 산을 지키는 활동으로 이어지게 되고 깨끗해진 산에서 깨끗한 물이 지하수로 흐르게 됩니다. 그것이 빵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죠. 그 물을 이용해서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천연효모를 위해 맥주를 만들다

빵집에서 맥주를 만든다는 것은 흔치 않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가 맥주를 만드는 것 또한 천연효모 빵을 위한 일이다.
다루마리의 빵에는 버터, 우유, 달걀, 설탕이 들어가지 않는다. 설탕이 없으면 효모에 당분을 제공할 수 없으므로 발효가 어렵다. 그래서 그가 생각한 것이 바로 효소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효소는 주로 맥주 효모, 보리에 맥아 등 주종 안에 들어있는 누룩을 통해 형성된다. 맥주효모는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문제점이 생겼다. 맥주 100을 만들면 그중 효모는 20%밖에 되지 않았던 것. 그러니 남은 80%는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맥주가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고 한다. 맥주를 만들 때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천연효모를 사용해서 맥주를 만들면 맥주가 정말 맛있어지는 것이다. 맥주에 약간의 산미가 돌면서 와인과도 비슷한 맛을 가진 맥주가 나온다고 한다. 그는 나머지 맥주를 혼자 다 마실 수는 없으니 동료들과, 친구들과 나눠마시게 되는 일거양득의 상황이 되었다며 즐거워했다.

일반적으로 빵이나 맥주를 만들 때 순수배양균인 이스트를 이용한다. 순수배양균, 이스트는 우등생 같은 역할을 한다. 다른 것은 안 하고 발효만 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패가 없고 균과 맛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와타나베가 사용하는 천연효모는 공중에 떠다니는 균이다.

“공중에 떠다니는 균은 사람으로 치면 그냥 인생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발효 자체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균이 아닌 거죠. 거꾸로 얘기하면 맛이 굉장히 풍성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빵을 만들 때, 천연효모를 사용하면 다양한 맛을 낸다고 한다. 깊고 풍성한 맛이 나오기도 하고 담백한 맛이 나올 때도 있다. 때론 제대로 발효가 되지 않아 빵으로 탄생하지 못할 때도 있다. 환절기나 새로 들여온 재료를 처음 쓰는 시기에 특히 그렇다고 한다. 그럴 때 그는 균의 목소리에 평소보다 더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 균을 위한 환경을 정비한다.

그의 빵은 다섯 가지의 효모를 이용하여 만들고 있다. 일본 술 양조에 쓰는 효모로 만든 주종 빵, 통밀에서 효모를 발생시킨 전립분 효모 빵, 호밀을 발효시킨 유산균종으로 만든 호밀빵, 건포도를 발효시킨 건포도 효모 빵, 맥아(몰트)를 발효시킨 맥주 효모 빵이다. 그 중 대표 메뉴는 주종 빵이라고 한다. 쫄깃한 식감을 즐기는 사이에 주종이 자아내는 단맛이 입안에 퍼지는 특징이 있다.

작은 일이라도 ‘진짜’인 일, 후진들에게 전하고 싶다

와타나베는 될 수 있으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쓴다. 그런 재료 중에서도 환경과 사람, 지역에 보탬이 되는 재료를 선택한다. 제대로 된 먹거리에 정당한 가격을 붙여서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파는 것이 이들의 철칙이다.

좋은 재료를 키워주는 생산자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 재료를 정성껏 가공해 빵을 만든다. 그리고 고객에게도 정당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빵을 통해 지역 내 농산물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지역생산 지역소비’를 실천함으로써 지역의 먹거리와 환경과 경제를 한꺼번에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와타나베가 천연발효 빵을 고집하는 이유다.

‘작지만 진짜인 일’을 실천하고 있는 그에게도 아직 꿈이 남아 있다.

“우리가 가진 철학, 기술을 후진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그것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빵을 팖으로써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좋아질 수 있다면…”
아내 마리코는 대학 때 환경 문제에 대해 공부를 했고, 와타나베는 유기농업에 대해 공부를 했다. 두 사람 다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어떻게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근본적으로 있었다. 그 문제의식이 ‘지역경제 순환’이라는 생각으로 발전되었다.

“작은 일이라도 진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순환구조를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노동문제는 우리처럼 예전의 기술을 다시 발굴해서 본인들이 원하는 일을 하게 하면 해결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를 따라 할 수 있게끔, 많은 사람이 우리를 흉내 낼 수 있게끔 하는데 많이 정진하고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을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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