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9:50 (금)
 실시간뉴스
스타강사 유수연의 인생독해법
스타강사 유수연의 인생독해법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6.03.08 0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가 답이다
 

“사는 희망이 없다구요? 그래도 버티세요”

매서운 독설로 2030 청춘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던 유수연.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예전과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차분한 목소리로 위로를 건네는가 하면 그럴수록 더욱 책을 읽으라고 타이르기까지 한다. 어떻게,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세심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책 속에 삶을 개척하는 길이 있다며 책을 읽으라는 그녀를 만나 스타강사의 인생독해법을 들었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인터뷰가 있던 날, 스타강사 유수연은 촌철살인 스케줄 때문에 꽤 지쳐 보였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기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프로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 그런데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서 예전과 다른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독하디독한 말로 일침만 가하던 유수연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녀는 스스로 독설을 멈춘 지 꽤 됐다고 털어놓았다. 살아남기 자체가 화두가 되어버린 현 사회에서 더는 개인의 실패가 개인만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다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독하게 밀어붙인다고 결과가 빨리 나오는 사회도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는 독설은 물론 함부로 희망조차 말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저도 다시 태어나 지금의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면 자신 없어요. 그런데 누구에게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있겠어요. 너의 노력 끝에는 반드시 달콤한 열매가 열릴 것이라는 말도 하기 힘든 게 바로 지금인 것 같아요.”
그러던 중 큰 인기를 끌었던 tvN 드라마 <미생>의 대사가 다시 그녀의 마음을 들썩이게 했다. ‘그 대책 없는 희망, 무책임한 위로 한마디 못 건네는 세상이란 게 더 무섭네요. 대책 없는 그 말 한마디라도 절실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이 장면을 본 후 한참이나 가슴이 먹먹했어요. 희망이라는 한마디가 절실했던 사람들에게 저 또한 언젠가부터 비겁하게 침묵했던 것 같아요. 강의실의 저 많은 학생들 중에 과연 몇 명이나 이 사회의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 수 있을까. 그 험난한 여정을 지켜보는 것이 힘들어 아예 눈을 돌려버렸던 거지요.”
그럼에도 여전히 그녀는 ‘노력하라’는 말은 해도 ‘희망을 가지라’는 말은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신 그녀는 희망도 없는 자신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그녀가 말하는 비법은 그리 특별하거나 대단하지는 않다. 그냥 최대한 오래 버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자신의 의지, 내면을 기르라고 그녀는 조언했다. 자신의 내면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단연 자기만의 언어를 찾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남들이 주입하는 사상, 사회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다 이해한다.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삶이 없어 힘들 뿐이다. 다른 사람이 제시하는 삶에 호응할 수 없다면 자기만의 언어를 찾아야 한다. 사회 혹은 기성세대, 부모가 주는 답으로는 지금의 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 자기만의 언어로 자기 삶을 살지 않으면 힘든 사회가 온 것이다.
“저는 지금 모든 세대가 각자 버려진 세대라고 생각해요. 50·60대는 은퇴라는 압박에 시달리며 세상에서 버려졌고, 30·40대는 열심히 사는데도 보상 없이 기성세대라는 이유로 욕만 먹으며 버려진 세대지요. 20대는 아예 거기에 껴보지도 못하고 있고요. 각자의 세대가 어떠한 하나의 통일된 언어, 통일된 힘으로 살아가기 힘들다면 자신만의 언어를 찾아 자신의 삶을 개척해야 합니다. 기성세대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주어도 자신만의 언어로 전달되지 않으면 이해부터가 힘드니까요.”

책을 읽어라_책속에 삶을 개척하는 길이 있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데 있어 그녀가 추천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독서다. 물론 주변에 자신이 존경할 만한 어른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배움의 모델이 되겠지만, 그런 사람을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 있다고 해도 바로 주변 사람들의 조언은 잘 안 먹힌다. 개개인의 주관과 모호한 관계 때문이다. ‘너는 그러니까 이렇게 생각하지’, ‘너는 이렇게 안 해봤잖아’ 하는 식의 억울함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조언을 조언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든 것이다.
반면에 책은 같은 세대에서도 비교당하지 않는 언어로 씌어져 있기 때문에 중심 잡을 만한 이야기를 아무런 감정 없이 배울 수 있는 좋은 매개체다. 한 발짝 떨어진 장치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독서다.
“배움의 대상을 찾기 힘들다면 그들이 남긴 것이라도 읽을 수밖에 없어요. 역사는 반복됩니다. 지금의 나를 괴롭히는 학벌이 말만 바뀌었을 뿐 어느 시대에는 혈연이었고, 또 어느 시대에는 차별이었어요. 독서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계속 객관적으로 지켜본 후 지금 자신의 상황을 보면 덜 억울할 텐데…. 내 상황만 보니까 억울한 거예요.”
그러니까 꼭 책을 읽으라고 강조하는 그녀.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대 속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역경을 이겨내는지를 배우자는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 또한 반복되는 삶의 어떠한 틀이라면 나도 그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다시 출발해보는 거지요. 기대치와 눈높이, 경험치를 바꾸면 삶은 다시 활력을 되찾을 거예요.”

지독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라

흔히 책을 많이 읽으면 통찰력이 생긴다고 한다. 그녀가 설파하는 독서의 궁극적인 목표도 통찰력 향상에 있다. 자신만의 언어, 의지, 내면의 힘 모두 통찰력과 그 맥을 같이한다.
“통찰력이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 나의 주변을 재배열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외부의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고, 적시 적소에 자신의 의도를 풀어냄으로써 전체 흐름을 타는, 혹을 이끌어가는 능력이지요.”
그런데 도대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이러한 통찰력이 생긴단 말인가? 물론 그 과정에 정답이란 없겠지만, 그녀는 자신이 체득한 방법을 예시로 보여줬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같은 소설을 읽어도 늘 남과 다른 시선으로 등장인물을 대하고 있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서는 주인공이 아닌, 현실에 타협한 주변인 피스토리우스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 사람의 손을 들어준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서는 사회윤리를 거부하고 어머니의 죽음에 눈물을 보이지 않는 비정한 인물을 심판하지만, 그녀는 여기서 ‘어머니’ 역할에 당위를 부여하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여인의 삶을 존중한 주인공을 인정한다.
기형도의 시를 통해서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했는지, 이상의 시를 통해서는 진정한 자아를 위한 삶이 아닌 SNS 등 가상현실 속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는 현대인의 초상을 보여준다.
“결국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힘은 ‘나만의 시선’입니다. 남다르게 세상을 읽고 자신에 맞게 재배열하는 혜안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지독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해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힘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