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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섭의 타임리스 음악 인생
변진섭의 타임리스 음악 인생
  • 김은정
  • 승인 2016.03.16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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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팔>로 다시 뜬 발라드의 황제
 

클래식. 변진섭의 노래에 붙일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 들어도 좋았고 지금 들어도 좋고 세월이 흐른 후에 들어도 좋을 노래. 한 소절만 들어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노래. 80년대 말 90년대 초 아름다운 목소리와 주옥같은 선율로 사랑받았던 변진섭의 노래들이 최근 다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를 만나 음악과 인생을 오가는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글 김은정 기사 사진 J엔터테인먼트 제공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는 그의 노래들

최근 부쩍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TV출연과 콘서트 무대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와의 인터뷰도 즐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먼저 드라마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다. 지난 겨울 화제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우리의 감성을 촉촉이 적셨던 노래는 단연 변진섭의 노래였다. <새들처럼>, <숙녀에게>,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너무 늦었잖아요> ... 우린 드라마 곳곳에 깔린 그의 노래들을 들으며 드라마에 더욱 빠져 들었고 마치 진짜 그 시절로 와 있는 듯한 추억여행을 할 수 있었다.
“저도 나중에서야 제 노래가 나온다는 걸 알고 드라마를 봤어요. 기분좋더라구요. 그 시절에 내가 가 있는 것 같고 내 노래가 그 시절로 보내주는 타임머신이 된 것 같다고나 할까. 드라마를 만든 분들께는 고마운 일이죠.”
드라마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지만 그의 노래가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더욱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고 추억에 젖어 들 수 있었으니 드라마도 변진섭 노래의 덕을 본 것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를 통해 다시금 존재감을 발휘한 그는 이례적으로 아이돌 가수 일색인 sbs 인기가요에도 출연해 불후의 명곡 <너에게로 또다시>를 불렀다. 20여년이 훨씬 지난 노래인데도 전혀 올드한 느낌이 없고 어제 듣던 것처럼 친근하고 감동을 준 무대였다.
“처음엔 요즘 애들 노래 나오는 프로그램에 내가 나가도 될까 생각했는데, 제작진들이 오히려 신선한 무대였다고 좋아하시더라구요. 아이돌 가수를 보러 온 어린 친구들도 좋아하구요. 그래서 저도 생각했죠. 모든 노래는 똑같구나. 부모노래, 자녀 노래 따로 없이 노래는 그냥 노래구나.” 
지난 연말 발매한 12집 타임리스도 그때나 지금이나 나중에 들어도 시간에 상관없이 좋은 노래라는 뜻으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12집에는 타이틀곡 <하루하루> 등 여전히 그만의 감성이 잘 살려진 신곡들과 그의 베스트 노래들이 실려 있는데  음반업계의 불황속에서도 완판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12집은 그동안 사랑받았던 노래들과 신곡을 담아 2장의 CD로 냈는데 사실 큰 수익을 내겠다는 마음은 없었어요. 그냥 그동안 제 음악 인생을 총망라하는 기념비적인 음반을 내보자 하는 마음으로 한 곡 한 곡 정성을 다했는데,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게 돼 고마운 일이지요.
그리고 <히든 싱어> 출연에 이어 <응답하라 1988> 드라마로 이어진 덕도 있었던 것 같아요.”
12집의 성공을 겸손하게 답했지만 음악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며 활동해온 그의 음악 내공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단지 프로그램의 덕이라고만 하기엔 그의 목소리, 그의 노래는 많은 이들의 감성을 적셔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욕심 없이 들어선 음악의 길, 뜻밖의 인기

성공은 너무나 갈망하며 욕심을 부리면 잡히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물 흐르듯 맡기면 오히려 찾아오는 것일까? 변진섭의 음악인생이 꼭 그런 것이었다. 중학교 때 악기 하나 정도는 다뤄야지 하고 기타를 잡았고, 고등학교에 가서는 밴드를 결성해 취미로 음악활동을 했다. 하지만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밴드 활동을 하다 보니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밴드하기 전엔 성적이 최상위권이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떨어지니 반대가 심하셨죠.”
소위 SKY대학을 갈 수 있을 정도의 우등생이었던 그가 밴드활동을 하면서부터 성적이 떨어졌고 그로 인해 부모님은 물론 자신도 한편으론 걱정을 했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가서 음악활동을 하면서도 공부도 해야지 취직도 해야지 걱정을 하며 반은 음악, 반은 학업을 하는 평범한 학생으로 살았다고.
그러다가 1987년 신인가요제를 나가게 됐고 거기서 은상을 탔다. 그러자 음반제작자들이 앨범을 내보자고 제안을 했고 자신도 별 기대 없이 내 인생에 음반 하나쯤 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마음으로 앨범을 냈는데 그것이 바로 1집 <홀로 된다는 것>.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 처음부터 성공해야지 하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가요 톱 텐에 신인으로 처음 출연하면서 당시 1등 하는 선배의 무대를 보면서도 내게 저런 날이 올까,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려니 했어요. ”
하지만 1집 <홀로 된다는 것>은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고 이어 발표한 2집은 그보다 더 큰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보통 음반 하나에 한두 곡 정도의 인기곡이 있는 것에 반해 변진섭의 2집은  많은 곡들이 인기를 얻었다. <너에게로 또다시>, <희망사항>, <숙녀>, <로라>,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저 하늘을 날아서>... 등등
특히 <너에게로 또다시>와 <희망사항>은 이례적으로 한 가수의 노래가 동시에 가요 톱 텐 1위 후보로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1, 2집의 대성공으로 한국 가요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세우며 발라드의 황제로 우뚝 섰다.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을 필두로 한 랩의 등장으로 가요계의 흐름은 댄스곡과 아이돌 가수로 이어졌고 자연스레 발라드의 열기가 식고 그의 인기도 주춤했다. 그런 변화의 시기에 그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솔직히 남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우울하거나 좌절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처음부터 인기를 얻어야지, 스타가 돼야지 그런 마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니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는 다소 음반이 예전같이 인기를 얻지 못해도 그냥 이번엔 잘 안됐으니 다음엔 더 잘해야지 하고 생각을 했지 그것 때문에 낙담을 하거나 비관하진 않았다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활동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었을 뿐.


늘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존재 가족, 팬클럽

2000년 수중발레 국가대표 출신인 아내 이주영씨와 결혼한 그는 두 아들의 아빠이자 다정한 남편이다. 가정에서 그는 어떤 모습일까 물으니 고개를 갸우뚱한다.     
“마음으로는 잘해주고 싶은데 좀 게으른 남편이 아닐까 싶어요. 아내가 코치로 일하고 있으니 데리러 가기도 하고 같이 외식도 하고 해야 좋은 남편일 텐데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질 않네요. 대신 아이들하고는 많이 놀아주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둘째 녀석이 사춘기가 왔는지 아빠랑 좀 멀어진 것 같아서 아쉬워요. 저 혼자 짝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일하는 아내를 좀 더 못 챙겨주는 것을 미안해하고 아이들과 더 많이 놀아주고 싶어하는 그.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자연인으로서 변진섭은 다정한 남편이자 아빠였다. 
또 그의 옆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해주는 팬클럽이 있다.
80년대 말 그때의 소녀 팬들이 이젠 중년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그를 응원하고 있고 아직도 그는 매년 팬클럽과 함께 신년회와 1박2일 팬미팅 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 팬클럽 회원들은 지금도 일 년에 두 번 그날만 기다리며 산대요. 그런 팬들을 봐서라도 마음을 다잡게 되죠. 아! 나를 저렇게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음악을 열심히 해야겠구나...”
스무 살 초반 변진섭의 데뷔 초부터 쉰이 넘은 지금까지 함께한 팬들은 소녀 시절부터 중년의 여인이 되기까지 변함없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동안인 그에게 팬들이 이렇게 말한단다.
“오빤 그대로인데 우리만 늙어가는 것 같아요”
많은 추억들을 공유하며 함께 늙어가는 팬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내년이면 데뷔 30년. 음악인으로서 행복한 인생
 

 

1987년 신인가요제를 통해 데뷔했으니 이제 그는 내년이면 어느덧 데뷔 30주년을 맞이한다.
30주년을 맞아 어떤 새로운 기념을 할지 늘 해왔던 정규 공연을 30주년 공연으로 할지 아직은 구상중이란다.
올해도 연초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3월 5일엔 <응답하라 1988 드라마 콘서트>를 모교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연다. 이 시간엔 변진섭과 드라마 출연진들이 함께 해 다시 한 번 드라마와 그의 노래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특히 올 5월엔 지난 연말에 이어 일본 공연도 예정인데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 공연 관계자들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일본 공연은 하나하나씩 새롭게 쌓아가는 즐거움이 있어요. 인기폭발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 지금은 팬들이 많진 않지만 공연을 할수록 점점 더 늘어나는 팬들을 보며 더 힘을 내는 것도 기쁨이고 행복이더라구요.”  
그리고 의미 있는 말을 이어갔다.
“저는 음악인으로서 궁극적인 행복은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음악활동을 하다보면 9할은 과정이고 1할이 결과거든요.  과정 자체를 즐겨야지 결과에만 연연해 음악을 한다면 모든 과정이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리고 행복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요즘 제가 다시 인기가 좀 올라갔다고 해서 크게 기뻐할 일도 아니고 또 이 인기가 금방 식는다 해도 크게 실망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전 딱히 슬럼프라는 걸 못 느끼고 살았어요.” 
음악할 때의 희열을 과정에서 느끼기 때문에 결과가 혹 나쁘더라도 실망할 필요도 없다는 그. 꾸준히 음악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그에게서 음악인으로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마음으로 음악을 해왔기에 그동안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진 수많은 스타들 사이에서도 변진섭은 늘 우리들 곁에 그만의 색깔로 존재해왔던 것이 아닐까 싶다.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수많은 노래들이 있지만 변진섭의 노래는 왜 많은 세월이 흘러도 옛 노래 같지 않고 여전히 좋고 어제 들은 노래처럼 우리 마음에 살아 있는 것일까?
“글쎄요.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감사하고 뿌듯하지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하구요. 한 마디로 전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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