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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소아정신과 홍순범 교수에게 듣는다
서울대 소아정신과 홍순범 교수에게 듣는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6.03.25 0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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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별 양육 불변의 원칙
 

바야흐로 양육 정보 과잉 시대가 도래했다. 서점에 가도 화려한 제목으로 부모들을 현혹하는 양육 전문 서적이 빼곡하게 쌓여 있으며, 온라인에는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양육 정보가 흘러넘친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도 모든 정보를 다 흡수할 수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데 과연 어느 한 개인의 양육 성공담이 우리 아이에게도 100% 통할까? 서울대 소아정신과 홍순범 교수의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그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그에게 양육 불변의 원칙에 대해 들어 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신경정신과 전공의 과정을,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에서 전임의 과정을 마친 홍순범 교수는 매달 수백 명의 아이와 부모를 만나 상담하는 양육 전문가다. 현재 그는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진료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저서 <만능양육>을 통해 양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원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요즘 부모님들은 양육 정보가 넘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많아도 너무 많은 게 문제지요. 아이를 키우는 환경은 저마다 다른데, 어떻게 특정 아이의 양육법이 모든 이에게 꼭 맞는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일단은 수없이 다양한 상황을 모두 관통하는 양육의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마치 수학의 기본 원리에 능통하면 처음 보는 수학 문제도 잘 풀 수 있는 것과 같아요.”

양육의 규칙이 바뀌는 시기, 세 번

홍 교수가 말하는 양육의 원리는 자녀의 정신 발달 기준상 총 세 단계로 나뉜다.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1단계는 ‘아기’, 2단계는 ‘어린이’, 3단계는 ‘청소년’으로 구별된다. 아기는 만 1~2세까지의 아이를 말하며, 어린이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4~5학년을, 청소년은 중고등학생을 가리킨다. 단계마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양육 방식이 변해야 하는 것이 주요 핵심 사항이다. 마치 카멜레온 부모처럼!

자녀의 성장 1단계-아기와 건강한 애착 형성하기

먼저 자녀의 성장 1단계인 아기 때, 부모들은 ‘애착’을 목표로 양육에 몰입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자녀의 마음속에서 신뢰와 안정, 희망을 건강하게 싹틔워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갓난아기는 말을 잘 못 한다. 부모란 존재가 뭔지도 모르고, 아직 자신과 남을 구분조차 못 한다. 이때 아기는 자신이 원하는 걸 스스로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뤄지는 것을 보며 세상에 대한 신뢰감을 가진다. ‘아, 세상이 날 사랑해 주는구나’, ‘이 세상은 살 만한 곳이구나’, ‘내가 그럴 가치가 있는 아이이구나’ 결국 아기는 자존감까지 얻게 된다. 부모와의 애착이 잘 이뤄진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녀와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기들이 보내는 신호에 잘 반응해 주며 일관된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울면 왜 우는지 무조건 해결해 주려고 해야 해요. 배고픈 것 같으면 먹여 주고, 졸린 것 같으면 잘 자라고 달래 주며, 불편한 것 같으면 자세를 바꿔서 안아 주기도 해야 하지요. 지루한 것 같으면 재미있는 자극을 줘야 하고요.”
꼭 부모만이 이러한 아이의 대리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누군가 한 사람이 이 시기에 아기 곁을 지키면서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면 된다. 그 사람은 엄마일 수도 있고, 아빠일 수도 있으며, 할머니나 할아버지일 수도 있다. 때로는 고용된 보모일 수도 있겠다.
“누구든, 특정한 한 사람이 아이의 대리인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기는 양육자와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를 애착이라고 하지요. 건강한 애착 형성을 통해 아이가 세상에 갖게 되는 신뢰감은 평생에 걸쳐 큰 힘이 됩니다. 아기 때 쌓은 신뢰감이 튼튼하면 성인이 되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아이는 곧잘 다시 희망을 품게 되니까요. 아기 때가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한 단계인 이유입니다.”

자녀의 성장 2단계-훈육을 시작하고 규칙을 가르쳐라
 

 

자녀의 정신 발달 2단계인 어린이 때는 아이의 마음에서 ‘개체성’과 ‘주도성’이 싹트는 시기이다. 아이들은 어린이가 되어 비로소 자신과 남을 분리하기 시작하며, 자신이 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이가 유모차를 타고 산책하러 가거나 유치원에 들어가면 부모뿐 아니라 거리에 수많은 사람, 또래 아이들을 만나 ‘와,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구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를 개체성이라고 부른다.
물론 개체성을 깨닫더라도 아이는 여전히 남들의 관점을 잘 이해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과정은 좀 더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야 덜 아플 수 있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조금씩 개체성을 갖게 되면 하고 싶어 하는 일만큼 하기 싫어하는 일도 생기기 마련. 아이가 한동안 ‘싫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데, 이는 즉 자신이 남들과 다른 개체이니 거부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아이가 자기 힘으로 무엇인가를 하려는 일, 또는 거부하는 것을 주도성이라고 한다.
개체성과 주도성이 보이는 이 시기는 사실 아이에게 훈육을 시작하고 규칙을 가르치기 가장 좋은 때다. 1단계 때는 무조건 아이를 보살펴 주는 것으로 충분했다면, 2단계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훈육이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못하게 하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해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혼자 숟가락질을 시작했다고 합시다. 처음은 누구나 서툴기 때문에 음식을 바닥에 흘리기도 하겠지요. 그렇다고 부모님이 너무 야단치거나 재촉하면 안 됩니다. 다소 시간이 오래 걸려도 충분한 기회를 주고, 완벽하지 않아도 매 단계 때 성공한 부분만큼은 꼭 칭찬을 해주어야 해요.”
아이에게 규칙을 가르치는 것도 주도성을 주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간혹 부모님들과 상담하다 보면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워도 기가 죽을까 봐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적절한 때에 필요한 규칙을 가르치지 않으면 오히려 아이는 정서적인 발달에서 마이너스를 받게 됩니다. 엄마는 아이가 저지르는 실수를 얼마든지 다 받아줄 수 있어도, 학교에서 만나는 또래 친구나 선생님은 그렇지 않지요. 집 밖에서 많은 핀잔과 꾸중을 듣게 되면 아이들은 오히려 기가 더 죽습니다. 자존감도 낮아질 수밖에 없지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규칙을 가르친다고 아이 마음에 상처를 줄 정도로 심하게 혼을 내서도 안 된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개체성과 주도성의 성장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훈육도 하고 규칙도 알려 주어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지요. 몇 가지 요령을 알려 줄게요. 일단 아이가 잘못할 때보다 잘할 때 초점을 맞춰 칭찬하며, 그때 아이가 꼭 알아야 할 것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또 개체가 아닌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잊지 마세요. 여기서 개체는 아이이지요. 아이 자체는 존중하고, 아이가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만 따끔히 혼을 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만약 규칙을 재차 가르쳐 줬는데도 아이가 배우지 못하면 이것은 다른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이때 자칫 반복적으로 혼을 내게 되면 오히려 아이가 엉뚱한 길로 빠질 수 있으니 전문가에게 상담받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전 단계에서 제대로 된 성장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자녀의 성장 3단계-아이의 자립심 키워 주기

중고등학교에 들어가 청소년이 되는 아이는 정체성과 인생관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단순한 사고에만 머물렀던 어린이 때에서 더 발전해 좀 더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사고가 가미되는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이 나이 때 아이들은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이런 것을 좋아하는구나’, 나는 여기에 재능이 있구나’, ‘그래서 이런 길을 가야겠구나’ 식의 사고로 스스로 길을 찾으려고 한다. 이를 ‘자립’이라고 한다.
“어린이 때는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만 했다면, 청소년기에는 추상적인 가치도 스스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간혹 부모님이 한 말도 잘못된 면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일도 생기는데요. 이때 부모님들이 당황해하며 아이와 논쟁하려 하지 말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자녀가 성숙해지려는 과정을 받아들이고 격려해야 합니다.”
아이가 맞는 소리를 하면 맞장구를 쳐 주고, 설사 틀린 말을 하더라도 맞장구부터 친 후 다른 제안을 해야 한다. 부모 생각을 가르치기보다 우선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는 태도가 중요한 셈이다.
“왜 그런 의문이 들었는지 차분히 물어본 후 아이에게 의견을 말할 기회를 먼저 주는 거지요. 청소년 자녀의 부모는 감독자, 훈육자가 아니라 조언자, 동반자, 협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행복한 부모, 행복한 아이-엄마의 우울을 경계하라!

홍 교수가 설명한 양육의 원리는 각각 세 단계를 하나하나 잘 밟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단계에서 자칫 애착이 형성되지 않았거나 2단계에서 훈육이나 규칙을 잘 습득하지 못한 경우, 혹은 3단계에서 주도성과 자립성을 키우지 못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 엄청난 장애물을 만나 실패와 좌절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아이를 키울 때 이러한 양육법을 예습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나중에 이러한 문제점을 직시하고 다시 바로잡을 수는 있지만 굉장한 시간과 노력, 고통이 따르며, 심각한 경우 완전히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이에 홍 교수는 각 단계에서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되짚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엄마의 우울’이 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엄마 입장에서 엄청난 변화다. 생물학적으로 호르몬에 큰 변동이 찾아오고, 밤낮없이 울고 보채는 아이를 돌보느라 육체적으로도 꽤 고단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 엄마들이 곧잘 우울증에 빠지는데, 이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한 아이의 애착 단계에서 엄마가 우울해 하면 아이는 헌신적인 보살핌을 받기 어렵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때 시부모나 남편의 도움이 매우 절실합니다. 아이뿐 아니라 주 양육자인 엄마도 많이 사랑해 주어야 해요. 집안일을 도와주며 육체적인 피로를 덜어 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아이 엄마에게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지요.”
엄마의 우울증을 경계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 중 다른 하나는 ‘자녀와의 소통’이다. 특히 청소년기에 아이가 부모와 논쟁하며 다소 반항하는 모습을 보여 둘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는데, 그럼에도 절대 아이와의 소통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홍 교수는 강조했다.
“양육의 각 단계에 있어 소통이 전제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청소년기에 특히 아이와의 돈독한 관계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충동 요법이라며 아이와의 관계를 극단적으로 끊어버리는 실수는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마음을 열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엄마와 아빠는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야만 해요. 결국 사랑의 힘이 필요한 부분이지요.”

<홍 교수의 양육 TIP>
놀이로 적립하는 애착

엄마가 뱃속에 몇 달째 품었다가 힘들게 낳은 아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자동으로 특별한 관계가 맺어질까? 아이는 기억도 못 한다. 그렇다면 부모니까 당연히 자기를 소중히 여길 거라고, 아이가 무조건 알까? 그것도 아니다. 최소한 저절로 알진 못한다. 즉, 부모는 아이와 특별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생후 초년에 애착을 맺어야 하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놀이’이다. 인형을 통해 역할 놀이를 하며 상처받은 마음도 치유할 수 있으며, 자동차나 비행기 모형의 장난감을 통해 경쟁과 협동심을 가르칠 수도 있으니 놀이는 그야말로 아이에게 있어 만능 양육법인 셈이다. 아이 입장에선 누군가가 자기와 함께하는 걸 즐거워하면 자존감도 올라간다. 자신이 상대에게 가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 상대가 부모라면 금상첨화다.(참고도서 <만능양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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