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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 자문에 뛰어든 변호사들
‘부동산 중개’ 자문에 뛰어든 변호사들
  • 권지혜 기자
  • 승인 2016.03.26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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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 부동산 중개에도 뛰어들어 부동산 시장은 혼란의 양상을 띠고 있다. 올해 초 변호사들이 모여 설립한 트러스트 부동산은 법률 자문료로 최대 99만 원만 받는 등 저렴한 수수료를 책정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공인중개사협회는 법률 자문을 앞세워 사실상의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트러스트 부동산의 출범은 부동산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까.

취재 권지혜 기자 | 사진 서울신문

최대 99만 원 자문료로 공인중개사 위협한다

매해 봇물 터지듯 배출되는 변호사들. 그야말로 변호사 시장은 포화 상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개업 신고를 한 변호사 수는 매년 1,400여 명에서 1,700여 명씩 꾸준히 증가했다. 2011년 말 1만2,607명이던 변호사는 지난해 2만 395명으로 4년 새 60% 넘게 급증했다. 반면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수임은 2011년 2.8건에서 2014년 1.9건으로 크게 줄었다.
가히 변호사 2만 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변호사들이 변호사 시장이 아닌 다른 영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 법무사·변리사·세무사 등 유사 직업군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든 변호사들도 있다. 변호사들이 인터넷에 사업장을 차리고 부동산 거래 알선에 나선 것이다. 유사 직업군에서 부동산 시장까지 ‘밥그릇 싸움’의 범위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시장에 진출한 변호사들 ‘트러스트 부동산’

올해 1월 5일 홈페이지를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 ‘트러스트 부동산(이하 트러스트)’은 변호사 4명이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트러스트는 부동산 매물 등록, 알선, 거래 과정에서의 법률 자문 등을 한다. 실제 중개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단호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변호사들의 중개 행위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는 이유다.
트러스트는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차린 부동산 매물 O2O 플랫폼 회사다. 변호사들이 온라인에서 매물에 대해 현장 사진·3D 동영상 및 권리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도 고객을 직접 만나 처음부터 끝까지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재 변호사 4명과 IT 인력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변호사가 모든 매물을 직접 심사하고 등록·관리하기 때문에 허위 매물이 없다고 강조한다.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내세운다. 공인중개사들이 하는 모든 업무에 더해 권리 분석 등 변호사들만이 할 수 있는 법률 자문을 추가시킨 것이다. 가령 세입자나 공인중개사가 등기부 등본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근저당 외 앞순위로 잡히는 권리들, 즉 집주인의 체납 세금이나 우선 변제금 등을 미리 밝혀낼 수 있다.
트러스트 측은 “거래 자체는 직거래 계약인데, 변호사가 법률 자문을 하는 형태”라며 “변호사가 검토하기에 사고가 발생할 일은 없으나, 소비자들의 안심을 위해 변호사 배상책임보험도 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러스트의 가장 큰 강점이자 일반 공인중개사와의 차별성은 저렴한 가격 책정이다. 매매 2억5,000만 원, 전·월세 3억 원 이상일 때 수수료로 99만 원을 받는다. 매매 2억5,000만 원 미만, 전·월세 3억 원 미만일 때 수수료는 45만 원으로 저렴하다. 반면 공인중개사 수수료는 좀 더 복잡하다. 매매 9억 원 이상인 경우 거래 가액의 0.9% 이하를 수수료로 받을 수 있다. 2억~6억 원 사이의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수수료는 0.4% 이하다.
트러스트는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거래할 때 수수료가 최대 99만 원으로, 일반 공인중개사를 거칠 때보다 매매인 경우 891만 원, 전·월세인 경우 781만 원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4억 원짜리 집이면 매매·전세·월세 모두 77만 원이 싸다. 여기에 나아가 트러스트는 최초 매물 1,000건까지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개업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법적으로 대응할 것' vs 트러스트 '법적 문제없다'

변호사로 구성된 트러스트 부동산의 출범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트러스트의 행위가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는 ‘중개’ 행위를 하고 있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무등록·무자격 중개 행위는 불법이다.
공인중개협회는 보도 자료를 통해 이와 같은 주장에 따르는 근거로 2006년 대법원의 ‘변호사 중개사무소 개설 불허’ 판례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6년 ‘변호사법에서 규정한 법률 사무는 공인중개사법에서 정하는 중개 행위와는 구별되는 것이고, 일반 법률 사무에 중개 행위가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변호사가 공인중개업을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미다.
공인중개사협회는 홈페이지 명칭에 ‘부동산’이 들어간 것도 문제 삼고 있다. 공인중개사법 8조에 규정된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는 공인중개사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트러스트 측은 공인중개사협회의 형사 고발 입장에 대해서 “보수 체계가 다르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즉, 중개법에 명시된 알선에 대한 비례 보수가 아닌 법무에 대한 고정 보수를 받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문제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신뢰나 가격 문제인데, 이는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법적 판단을 받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러스트의 출범으로 부동산 시장의 고인 물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집 걸러 부동산 업소가 들어설 정도로 포화된 부동산 시장에서 부동산 중개업자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중개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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