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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경제연구소장 선대인의 저성장 시대 생존법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선대인의 저성장 시대 생존법
  • 송혜란
  • 승인 2016.03.28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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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보다 주식에 투자하라"
 

은행에 돈을 넣어 두기만 해도 알아서 원금이 불어나던 시대는 갔다. 기준 금리 1%, 경제성장률 2%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길을 헤맨다. 그동안 우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부동산 시장도 침체기에 들어선 지 오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할까?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의 저성장 시대 생존법에 대해 들어 보자.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선대인은 경제의 리스크 요인을 예측하고 경고하는 정확한 정보 제공을 목표로 하는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이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서울시 정책전문관으로 일한 적 있으며, 지금은 인기 경제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의 패널로 활동 중이다.
그는 저성장 시대의 경제관념과 자산 운용은 이전과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은행 이자만 바라본 사람이든 적극적으로 투자해 본 사람이든 고성장 시대에 하던 것을 그대로 반복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저성장 시대에 달라질 경제와 사회, 산업의 큰 구조를 읽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내리막길에서도 나름대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큰 구조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최근 그는 저서 <선대인의 빅피처>를 통해 큰 그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데….
“제가 말하는 빅피처는 경제 트렌드일 수도 있어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중국의 경제성장은 한국 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이러한 세계적인 경제 흐름을 알면 부동산 시장은 서서히 침체기를 겪을 것이며,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화장품 기업의 주가는 오를 것이란 전망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지요. 이러한 안목은 좋은 투자처를 찾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저금리, 저성장 시대일수록 경제의 큰 그림을 읽는 능력은 필수다. 금융 선진국일수록 거시 경제의 큰 흐름을 살펴보는 이코노미스트들이 많다. 큰 그림을 읽는 능력 자체가 큰 수익의 원천이라는 말이다.
“답답하게도 많은 사람이 ‘요즘은 이게 대세래!’라는 식의 말만 주워듣고 부동산, 주식을 사거나 펀드에 가입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펀드 매니저들도 큰 그림은 물론 파생금융상품들조차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요. 기획된 상품을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파는 것이 그들의 미션이니까요. 스스로 빅피처를 보는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저금리, 저성장 시대를 살아갈 수 없습니다.”

투자는 부동산보다 주식에

꾸준히 큰 그림을 읽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5~10년 후에는 어떠한 산업이 부흥할 것인지 예측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른다. 무엇이 우리를 현혹하는 정보이고, 무엇이 우리에게 가치 있는 정보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럴 때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처는 ‘주식’이다. 물론 부동산 시장이 아무리 침체기라고는 하나 지역 차가 크기 때문에 좋은 요지를 고르면 얼마든지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는 간접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고 그는 설명했다.
“부동산 투자는 투자와 투기를 완전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투자라고 하더라도 보통 전세를 낀 채 두세 채씩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게 되면 집을 사지 않은 사람도 피해를 봐요. 전셋값이 올라가는가 하면 심지어 전세난이 생기기도 하지요. 집값이 오르면 주거비 수준도 함께 상승하므로 다른 가계 지출도 줄어 경제가 위축되기도 합니다.”
반면 주식 투자는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
“우리가 주식을 샀다고 해서 주식시장에 참여한 다른 사람한테까지 피해를 주진 않잖아요. 수익을 보아도 혼자, 리스크 책임도 개인 투자자가 집니다. 오히려 우리가 건설한 기업에 투자해 성장 기회를 제공하면 그러한 기업들이 부흥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어요. 나라 경제가 망하지 않는 한 주식시장도 대체로 우상향할 거고요.”
간혹 주식 투자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주식만큼 일반인이 투자하기 쉬운 것은 없다고 말한다.
“부동산이 아니라면 결국 주식밖에 없어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ELS나 ETF와 같은 파생금융상품은 굉장히 복잡한 조건으로 되어 있어 일반인은 물론 웬만한 증권사 투자 창구에 있는 직원도 다 이해하지 못합니다. 직접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안 되거나 혹은 그 방법론을 몰라 간접적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주식 투자 방법만 제대로 익히면 자신이 아는 것만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게 주식 투자예요. 주식에서 유망한 종목을 찾을 확률도 부동산에서 좋은 투자 지역을 찾을 확률보다 훨씬 높습니다.”

유망한 주식 종목 고르는 법

유망한 주식 종목을 찾는 법 또한 빅피처에 있다.
“예를 들어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 한국의 주식시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요?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폭등한 것도 큰 그림으로 보면 중국 경제와 연관이 있어요. 중국 시장에서 큰 경쟁력이 있는 우리나라의 철강이나 자동차, 핸드폰 관련 종목은 폭락하겠지요. 지금도 이미 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꼭 세계 경제를 함께 생각하지 않아도 향후 10년 후 국내 소비 트렌드를 짐짓 짐작해 보아도 유망 종목은 한눈에 들어온다. 선 소장은 한국의 대가족 문화가 쇠퇴하고 점차 1인 가구화되고 있는 흐름에 집중했다.
“우리나라에는 갈수록 1인 가구가 많아질 거예요. 그럼 보세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장을 어디서 볼까요? 자신이 먹을 것만 소량으로 구입하면 되는데 굳이 대형 마트를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가겠지요. 장기적으로 보면 편의점을 운영하는 기업의 주가가 크게 성장할 확률이 높아요.”
그가 하나 더 예를 든 종목은 바이오, 의료 분야. 가장 대표적으로 임플란트 관련 주가 있다.
“앞으로는 고령화사회잖아요. 오래 살기 위해서는 치아가 건강해야겠지요. 큰 그림을 보면 고령화사회, 치아 건강과 관련되어 성장하는 종목과 그곳에 포함된 기업이 보입니다. 단순하게는 임플란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생산하거나 공급하는 회사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습니다.”

언제 사고, 언제 팔 것인가

선대인 소장이 말하는 올바른 주식 투자법은 일주일 혹은 몇 달 만에 수익을 얻고자 하는 투기 형식의 단타와는 거리가 멀다. 건전한 투자는 좋은 기업의 동업자 같은 느낌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대개 짧게는 투자 후 5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 중간에 정체기나 하락기를 겪더라도 느긋하게 두고 보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가치 투자를 해야 높은 수익률 또한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더 큰 문제는 언제 살 것인가. 큰 그림을 보고 유망주에 투자한 사람이 한둘은 아닐 터이니 너무 기대감에 부풀어 고평가된 곳은 조정기를 거친 후 다시 하락할 수 있으니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대신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회사임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는 기업에 주목하자. 철저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뒤 5~6개 기업에 분산 투자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성장형 우량주 모멘텀 투자론

이와 같은 가치 투자는 이미 충분히 검증된 주식 투자의 정석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이 실천하지 못한다. 왜일까? 국내의 경우 워낙 단기적 관점으로 주식 투자에 접근하는 문화가 넓게 퍼져 있거니와 서른에 시작한 투자를 마흔까지 유지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 터. 개인이 실생활에서 혹은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서 가치 투자의 대상이 될 만한 기업들을 일정하게 골라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설령 현재 저평가된 회사를 골랐다 해도 그 회사의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때까지 기대한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가계 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생존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에 그는 일반인들이 실천하기 좀 더 쉬우면서 안정성도 비교적 높은 투자 방법을 모색했다. 바로 상승 모멘텀을 보이는 ‘성장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다. 성장형 우량주란 가치 투자와 모멘텀 투자를 결합한 용어다. 상당히 괜찮은 가치를 지닌 성장형 우량주가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할 때 투자하면 일반인들도 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3년 동안 실험 삼아 이와 같은 방법대로 투자했다가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주의해야 할 점은 가치 투자와 달리 성장형 우량주 투자는 손절매 원칙을 칼같이 지키는 것입니다.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가치 투자한 것처럼 스스로를 속여 손절매하지 못하면 낭패를 봐요.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가 정립한 투자 철학과 방법론에 따른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피지기는 기본

물론 그가 개발하고 실험해 안정성이 확보된 투자법이라고 해도 개인의 투자 성향이나 재무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그 투자 방법은 따르지 않는 게 좋다. 그 말은 즉 무슨 투자든 간에 자신의 인생 계획과 목표, 재무 상황, 투자 성향 등을 기본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전투에서든 시합에서든 승리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지피지기가 아니던가. 엄청난 투자법을 알아도 정작 자신에 대해 잘 모른 채 덤비는 투자자만큼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없다.
먼저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생각해 보고, 그다음 자신의 재무 상황을 잘 점검하자. 투자를 위해 자기 자산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자산 가운데 부채와 여유 자금은 각각 얼마인지 등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가장 큰 예로 부채가 산더미인 사람이 그 부채를 갚겠다고 또 다른 빚을 내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합니다. 부채에 짓눌리는 상황에서는 조급해지기 쉽고, 조급하면 투자에 실패하기 또한 쉽기 때문이지요.”
이후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해 본인에게 맞는 투자 방법과 대상을 택하자. 자신의 투자 성향과 맞지 않는 투자는 절대 무리하게 감행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가계 소비를 꼭 재점검해 보라고 권유했다. 노후 생활에 대한 준비 없이 오로지 자녀의 사교육에 올인하는 이 시대의 부모들에게도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의 사교육에 목메는 분들은 사교육비를 줄여 오히려 주식에 투자하면 탄탄한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장기적으로 사교육은 아이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지금 아이가 학원, 과외를 통해 배운 지식을 10년 후에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니라고 봐요. 사교육비 외에도 각 허례 의식, 과대 소비는 물론 보험사의 지나친 공포 마케팅으로 가입한 보험도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부들도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여유 자금을 마련해 쉽게 주식에 투자해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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