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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생명이 달린 원격의료,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환자의 생명이 달린 원격의료,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 송혜란
  • 승인 2016.03.28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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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정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에서 환자 80% 이상이 만족했으며 논란이 됐던 임상·보안·기술적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한의사협회와 다시금 갈등을 빚고 있다. 환자의 생명이 달린 원격의료, 어디까지 믿고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맞부딪히는 양측의 의견을 들어본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서울신문 참고자료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제공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직원들이 컴퓨터와 모니터, 스크린을 통해 원격 화상회의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별반 신기하지 않은 것이 된 세상이다. 고장 난 컴퓨터를 스스로 고치지 못해 전문 업체에 문의해본 사람이라면 업체의 원격제어를 통해 수리를 받아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원격’에 익숙한 세상이지만 그것이 사람의 질병 치료를 대상으로 할 때는 마음가짐이 다소 달라진다. 존엄한 생명과도 연결되는 만큼 과연 원격으로 질병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원격의료에 대한 정부와 의사협회의 갈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원격의료의 추진 배경

정부가 밝히는 원격의료 추진 배경은 도서벽지, 원양선박 등 의료취약지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만성질환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목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2014년 9월부터 2015년 3월 말까지 1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펼친 데 이어 올해 1월 말까지 2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내용은 의료인 간 원격협진 활성화, 도서벽지?군부대?원양선박?교정시설 등 의료취약지 원격의료, 동네의원 중심 만성질환자 원격모니터링, 원격의료 해외진출 지원 사업 추진 등이다. 2차 시범사업에서는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국방부, 법무부 등 6개 부처가 참여해 148개 참여기관에서 5300명에게 다양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복지부는 임상적 유효성이 입증되고 기관별 만족도가 83~88%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1차 시범사업 결과(77%)보다 6%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도서벽지 주민의 83.0%, 노인요양시설 거주자의 87.9%가 원격의료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도서벽지 주민의 88.9%는 원격진료가 전반적인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동의했으며, 80.2%는 향후에도 원격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원격모니터링 시험군이 대조군보다 당화혈색소 0.36%포인트, 혈당이 16.44mg/dL 더 감소했으며, 약물 처방지시에 따르는 복약순응도도 6점 만점 중 5.1점으로 원격의료 서비스 이전의 4.8점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원격의료를 통해 만성질환이 있는 국민들의 건강이 증진되고, 농어촌 등 취약지 주민들도 대도시 거점병원 등의 자문을 받은 지역병원에서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의협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참사'

이러한 복지부의 평가와 달리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원격의료 사업 추진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격의료는 국민건강과 안전을 도외시한 행정 편의적 시범사업이라는 것이 의협의 대표적 입장이다.
의협은 “정부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비밀리에 시행돼 신뢰할 수 없으며 국민의 안전과 알 권리를 철저히 배제한 것이다”고 비난했다. 어떤 서비스이건 기존에 없던 것을 추가로 제공하면 서비스 수혜자의 만족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의협은 복지부가 발표한 원격의료의 효과를 의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협이 걱정하는 것은 내원 환자수의 감소와 오진, 의료사고의 위험, 또 그에 따라 의사들이 짊어지게 될 부담 등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시범사업 동안 원격의료와 관련 있는 오진, 부작용 등 임상적 안전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의협은 그 결과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원격의료에 대해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이 있다. 바로 보안 및 기술적 안전성에 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와 따로 개발한 보안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정보시스템과 의료기기의 보안 및 기술적 안전성이 확보된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한편 의협은 정부를 향해 시범사업 결과에 대한 전면 공개와 투명한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의협 등 전문가단체에서 그토록 요구해온 임상적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은 물론이거니와 기술적 보안 및 안전성도 이번 시범사업 결과에서 보듯이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은 반쪽짜리 시범사업 결과를 전면 공개하고, 이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노골적인 표현으로 ‘원격의료를 하게 되면 진료비가 낮아지므로 정부는 의료수가 부담액을 낮추기 위해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의사들은 수익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 반대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국민의 건강과 이익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한 행위는 결코 용서받거나 이해받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와 의협 양측 모두 국민들이 불안해하거나 의심하지 않고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이유와 결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서로 이익 싸움을 하거나 같은 쟁점으로 계속해서 다툴 것이 아니라 서로 머리를 맞대어 어떻게 하면 양측이 싸우지 않고 국민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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