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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영 소장의 글쓰기 교육법
장소영 소장의 글쓰기 교육법
  • 권지혜
  • 승인 2016.03.28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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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자녀가 글쓰기를 싫어한다고요?
▲ 사진=서울신문

글쓰기 능력은 글을 쓰기 시작하는 유아~초등 저학년 단계에 어떻게 교육받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글쓰기 교육에도 적기가 있다. 우리 아이 첫 글쓰기,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청어람 독서코칭센터 장서영 소장에게 들어 봤다.

틀린 맞춤법·띄어쓰기에 색깔 펜으로 표시하지 말자

대부분 아이는 글쓰기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 이는 처음 말을 배울 때처럼 부모에게 칭찬을 받기는커녕 맞춤법이 틀렸다는 둥, 띄어쓰기가 틀렸다는 둥 칭찬보다 지적이 더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부모는 아이의 표현이나 내용보다는 틀린 맞춤법과 띄어쓰기에 더 집착해 고쳐 주려고 한다. 지적만 받는 아이가 과연 글쓰기를 좋아할 수 있을까.
물론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잘하면 좋지만, 글쓰기의 목적은 잘 쓰는 것만이 아니다.


'이빨이 많이 흔들려서 치과에 가서 이빨을 뺐다. 의자에 누울 때 너무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고 누워서 의사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가슴이 두근두근. 앗! 눈물이 펑펑. 이빨을 뺀 자리가 너무 아파서 우주 끝까지 날아갈 것 같다.
담임선생님 댓글: 겁쟁이야? 아니잖아. 남자는 절대 우는 게 아냐.'
*출처 : 장서영 소장 저서 <초등 적기글쓰기>(글담출판) 발췌
 

치과에 갔던 경험을 담은 1학년 남자아이의 일기다. 선생님은 “남자는 절대 우는 게 아냐”라고 훈계하는 댓글을 단다. 무서웠지만 용기를 냈다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칭찬해 주지 않고, 아이가 눈물을 흘렸다는 사실만 콕 짚어서 그러면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지적을 받으면 아이들은 아마 다음에 울게 되더라도 일기에 솔직하게 쓰지 않을 것이다. 이는 부모가 아이의 일기를 체크할 때도 마찬가지다.
또한 띄어쓰기나 맞춤법이 잘못된 부분에 색깔 펜으로 밑줄 쫙 그으며 표시를 하는 것은 다음 글쓰기에서는 실수하지 말라는 표시지만, 아이들에게는 상처로 남는다. 빨간색 밑줄이 난무하는 그 일기장은 다시 쳐다보기도 싫게 하며, 실제로 아이들은 지난 일기를 다시 펼쳐 보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기에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교정을 해 주는 것은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방법이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지적을 많이 받는 아이들은 자신이 자신 없다고 느끼는 어휘는 쓰지 않게 된다. 틀린 어휘라도 다양하게 써 보는 것이 중요한 시기에 어휘를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휘력을 향상할 수 없게 된다. 형식적인 부분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글쓰기에 재미를 느낄 수 없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자주 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또 부모가 틀린 부분에 대해서 밑줄을 그어 줄 것이 아니라, 함께 글을 고치는 습관을 들이도록 도와주면 틀린 부분은 고치고, 부족한 부분은 채울 수 있는 글쓰기 능력이 생긴다.

엄마가 대신 써 주는 일기는 이제 그만!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숙제가 바로 ‘일기 쓰기’다. 이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1학년 아이들과 부모들은 특히 더 그렇다. 그렇기에 대부분 부모는 일기 쓰기를 힘들어하고 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연필을 쥐어 주고, 불러 주는 내용을 받아 적게 한다.
부모가 불러 주는 대로 글을 쓰다 보면 아이는 글쓰기에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다. 자신감의 하락은 글쓰기의 흥미를 잃게 한다. 장 소장은 아이가 일기를 쓰는 것을 너무 싫어하거나 글자를 쓰는 속도가 아주 더디다면, 엄마가 내용을 불러 주고 아이가 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아이가 하는 말을 부모가 받아 적는 방법을 권한다.
“아이들은 글을 쓰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게 하고 부모님이 대신 써 주는 게 좋습니다. 쓴 뒤에 아래에 ‘아이가 말하고 엄마가 대신 썼습니다’라고 써 놓으면 선생님도 이해하겠죠. 대신 아이가 하는 말을 부모의 문체로 고치지 말고 반드시 아이가 하는 말 그대로 받아 적으셔야 해요.”

글쓰기 학원에 언제부터 다니는 것이 좋을까?

장 소장은 “글쓰기 학원은 필요하다면 다녀도 좋지만, 일부러 다닐 필요는 없어요”라고 말한다. 요즘 글쓰기를 사교육에 의지하는 가정이 꽤 많다. 부모가 교육하는 데 한계를 느꼈거나 아이의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글쓰기 학원은 꼭 필요하다고 느낄 시에는 다니는 것이 좋지만, 이때 부모는 현명하게 학원을 골라야 한다. 우선 부모가 먼저 아이의 학년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어느 정도 읽고 쓰는지에 대한 수준을 알아야 한다. 그 뒤 학원을 선택할 때 반드시 아이를 가르치는 강사의 교육 철학을 살펴야 한다.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춰 가르치는지 살펴야 한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학원의 상담교사나 원장이 아닌 실제로 아이를 가르칠 교사와 사전에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의 가치관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므로 직접 상담을 통해 교사의 교육 방향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발달 단계별 글쓰기 특징

<초기 : 글쓰기 단계>-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쓴다

글쓰기를 처음 경험한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의 아이들에 속하는 단계다. 이 단계의 아이들은 자신의 말이 문장이 되고 글이 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다. 이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해 주어야 아이들은 신이 나서 글을 쓰고 재미와 즐거움을 느낀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주로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을 글로 쓴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디에 놀러 가거나 외식을 하는 등 특별한 일들을 쓰기 때문에 다양한 글이 나오려면 부모가 아이에게 색다른 경험을 자주 겪게 해 주는 것이 좋다.
또한 초기 글쓰기 단계의 아이들은 쓸데없이 접속어를 자주 사용한다. 특히 ‘그리고, 그래서, 그런데’를 남발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단계에서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이에게 틀린 점을 지적하지 말고, 자기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 글을 쓰다가 무엇을 써야 할지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는 부모가 글을 쓰기 전에 아이와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충분히 이야기하고 끌어내 주는 것이 좋다.

<과도기 : 글쓰기 단계>-지식이나 경험을 나열해서 쓴다

과도기 단계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 생각 등을 나열하여 쓰다 보니 글이 좀 더 풍성해지고 분량도 많아진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많이 써 보고 고치는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쓸지 깊게 생각한 뒤 글로 쓰고, 그 글을 다시 고치는 일을 반복해야 글쓰기 능력이 향상된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는 일기나 글을 쓰고 나면 바로 노트를 덮어 버리기 일쑤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다른 학업이나 사교육 등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놀기도 해야 하므로 글을 다시 볼 시간이 없다. 그렇기에 2학년 이상의 자녀를 두었다면, 학업에만 치중하지 말고, 글을 쓰고 다시 읽고 자신의 글을 직접 고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히 주어야 글쓰기의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다.

<독자와의 소통 단계>-읽는 이를 고려하여 쓴다

4학년 이후의 아이들은 한 편의 글에서 사용하는 어휘 수가 증가하고, 구체적인 묘사나 설명을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도우려고 한다. 추상적인 주제일지라도 그에 맞는 내용을 잘 써 낼 뿐만 아니라 설명도 풀어쓴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글쓰기 소재로 삼은 경우, 배운 내용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조사해 보아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추가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도기 단계에서 풍부한 글쓰기 경험과 글 고치기 과정을 거쳐야만 가능하다. 이때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면 더욱 빠르게 성장한다.

<주제 글쓰기 단계>-주제에 맞게 글을 쓴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에 이르는 아이들이 이에 속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주제와 관련된 제재를 찾아내고, 이를 어떤 식으로 전개하면 좋을지 스스로 글의 형식까지 선택할 줄 안다. 고학년이 되면 차츰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표현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글쓰기에서 이러한 면모가 잘 드러나는지 살펴봐야 한다.
 

글쓰기를 처음 하는 아이일수록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쓴 글에 뿌듯함을 느끼고 계속 쓰고 싶도록 만드는 일은 부모와 교사에게 달려 있다. 아이의 기질이나 성향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은 외적 동기부여가 아주 효과적이다. 아이가 쓴 글에 칭찬과 함께 적절한 보상이 뒤따르면 더욱 효과가 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글을 읽었다면, “우와, 이거 무진장 멋진데!”라든가 “이거 정말 네가 쓴 거야? 우와, 잘 쓰는데!”와 같은 표현으로 자신감을 올려 주자. 이때 구체적인 내용이나 표현을 짚어 주며 칭찬해 주면 아이는 어떤 부분이 잘 쓴 것인지 알 수 있다. 동기부여와 함께 글쓰기 지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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