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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지렁이 박사 최훈근의 오가닉 라이프
국내 1호 지렁이 박사 최훈근의 오가닉 라이프
  • 권지혜
  • 승인 2016.03.28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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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피플
 

지렁이를 연구한 지 어언 30여 년 차에 접어든 최훈근 박사는 지렁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1세대이며, 국내 1호 지렁이 박사로 통한다. 친환경적인 농법에 가장 적합한 생물인 지렁이. 농사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땅에 지렁이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최훈근 박사에게 우리 환경을 위한 일꾼, 지렁이의 모든 것을 들어본다.

최훈근 박사는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과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공부하고,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자로 30년간 몸담았다. 지렁이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던 30여 년 전, 과학적 연구의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여건에서 지렁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1세대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서 ‘지렁이과학관’을 운영하면서 강좌를 진행하며, 대학교, 시·군 농업기술센터, 비정부 민간단체(NGO), 가정 및 학교 등에 지렁이 보급과 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지렁이 연구를 시작하다

최훈근 박사는 국내 1호 지렁이 박사라고 불린다. 사실 일반 사람들에게 지렁이 연구는 익숙하지 않은 분야다. 그 역시 맨 처음 지렁이 연구를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굳이 젊은 사람이 연구 대상으로 지렁이를 잡기에는 경제성이나 발전성이 없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가 지렁이를 연구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어느 날, 지렁이를 키우는 부부가 그가 근무하는 국립환경과학원에 찾아왔다. 부부는 그에게 와서 지렁이를 키우는 고충을 털어놓고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지렁이의 먹이를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그 부부는 이미 다른 기관에도 요청하러 갔다가 거절을 당한 상태였다고 한다.
지렁이의 먹이로 제일 좋은 것은 똥이다. 특히 인분이나 마분이 좋은데, 그 이유는 사람이나 동물은 고기나 채소를 먹기 때문에 많은 영양분이 온몸에 고루 들어가지만 전부 흡수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를 흡수하고 배출해낸다. 그러므로 똥에는 유기물이 많아 영양학적으로 굉장히 좋다. 밭에 똥을 뿌려서 채소를 가꾸면 더 맛있다는 말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이다. 화학비료 같은 경우에는 채소가 자라는데 딱 맞는 성분을 지니고 있지만, 그 외의 광물질 같은 필요한 것이 부족하고, 썩은 나뭇잎으로 만든 비료는 영양학적으로 부족하다.
그리고 지렁이의 먹이로 좋은 것이 바로 산업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다. 식품공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은 유해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으로는 일반 사람들이 그런 쓰레기나 인분을 가져다 쓸 수 없었다. 적절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처리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부부는 그를 찾아와 그걸 먹일 수 있게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는 부부의 말을 듣고, 직접 그 연구를 해서 안전한지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입증할 만한 자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몇 년에 걸쳐 과학적인 입증을 위해 연구했고, 지금은 산업화하여 사람의 인분이라든가 산업장에서 나오는 쓰레기 수십만 톤 가량을 지렁이에게 먹여 처리하고 있다. 그렇게 지렁이 연구를 시작해서 계속하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어언 30여 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장 친환경적인 지렁이 농법

지렁이는 5억 년 전에 바다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바다에서 육지까지 온 것이다. 아주 옛날부터 먹이를 찾기 위해 땅속을 돌아다니면서 파헤쳐놓았다. 그런데 지렁이는 땅만 파고 다닌 것이 아니라, 땅 위에서 먹이를 가지고 땅속으로 들어가서 흙과 함께 먹는다. 땅 위에서 가지고 오는 먹이는 대부분 동물의 똥이나 사체, 나뭇잎이었다. 땅 속에서 먹이를 먹고 땅 위로 똥을 싼다. 그럼 그 똥이 위로 쌓여서 비가 오면 똥에 들어있던 양분이 흙으로 퍼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비료가 된다.
지렁이가 땅속을 파헤쳐 놓으면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굴이 되고, 공기가 들어가니 미생물이 생긴다. 그 위에 지렁이가 싼 양분 많은 똥이 비료가 되고, 비가 오면 물이 지렁이가 판 굴 속으로 들어간다. 땅은 고체 상태인 흙과 공기, 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농사할 때 가장 잘 되는 땅의 상태는 흙 40%, 공기가 들어갈 수 있는 굴 30%, 나머지는 물로 구성되어 있을 때다. 그러니 지렁이로 인해 절로 좋은 땅의 요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특히 지렁이 똥은 먹은 것이 완전히 분해가 되어 나오기 때문에 똥이 식물 뿌리에 닿으면 양분이 바로 흡수된다. 그렇기에 뿌리가 잘 자라고 질병이 적어질 수 있다. 땅에 지렁이가 많으면 농사가 잘된다는 말이 바로 이런 현상에서 나온 말이다.

학생에서부터 주부, 농사꾼까지 찾는 지렁이 박사의 강의

그는 현재 고양시 화정동에서 ‘지렁이 과학관’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지렁이 도시농업 활용 방법, 지렁이 음식물처리실첨단 평생프로그램, 지렁이 생리 생태 체험교육 등을 교육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지렁이 체험을 한다. 지렁이를 만져보기도 하고, 지렁이가 자는 것을 관찰하고, 지렁이 털과 알을 낳는 것을 보여준다. 원하는 아이들에게는 지렁이를 집에 가서 키울 수 있도록 선물로 주기도 한다. 주로 아이들이 지렁이와 가까워질 수 있게 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대상은 주부가 되기도 하는데, 주로 가정에서 친환경적으로 지렁이를 활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에게 먹이로 줘서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배출된 지렁이 똥을 텃밭에 뿌려서 채소를 가꾸면서 유기농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가정에서 주부들이 음식물 쓰레기도 처리하고, 텃밭도 관리하는 일거양득의 방법이다. 2000년도에 정토회에서 같은 주제로 강의를 한 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주 소량이지만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로 처리한 다음, 옥상 텃밭에 채소를 키워서 먹는다고 한다.
도시농업을 하는 사람들도 그의 강의를 듣는다. 주로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에게 줘서 퇴비를 만들어서 밭에 쓸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지렁이 퇴비 만드는 방법으로 친환경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다. ‘지렁이 과학관’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렁이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지렁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농진청에 나온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밭에 지렁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쓰기 때문에 지렁이가 살 수 없다.
봄이 되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기계로 땅을 간다. 땅이 굳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관행농법이라고 하는데, 계속 양분만 넣고 빼니까 땅이 굳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생물도 줄고 지렁이와 같은 생물체도 살 수가 없다. 점점 생산량이 줄게 되고, 생산량이 줄면 더 많은 비료와 살충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그러다가 그보다 더 많이 뿌려도 농사가 되지 않는 때가 올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때가 되어서 무언가를 바꾸려고 발버둥치기보다는 지금부터 지렁이가 살 수 있는 방법으로 농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렁이를 키우고, 지렁이를 땅에 이식하면서 좀 더 유기적이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
“지렁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생명체가 떠나가는 땅은 결국 그 땅이 좋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 땅에서 나온 음식은 사람에게도 좋지 않아요. 세계적으로 환경지표 생물이 지렁이가 없는 땅에서는 좋은 작물이 나올 수가 없다는 겁니다. 저는 사람과 동물과 흙이 어우러져 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데, 거기에 선뜻 동참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방법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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