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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정원 - 6색 미가 돋보이는 ‘기왓뜰’
아파트 정원 - 6색 미가 돋보이는 ‘기왓뜰’
  • 권지혜 기자
  • 승인 2016.03.28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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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수지구의 한 아파트. 이곳에는 특별한 정원이 있다. 1층 집 앞 작은 터에 기와를 쌓아 조성한 정원이다. 아파트 속의 진짜 정원. 그 안으로 들어가 봤다.

보통 아파트 정원이라고 하면, 관리사무소에서 공공부지에 조성한 정원이나 주민들이 만든 텃밭을 떠올린다. 아파트에 사는 개인이 만들었다고 하면 베란타 정원을 떠올리기 일쑤다. 하지만 이곳 정원은 전원주택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진짜 야외 정원이다.

아파트 정원을 만들게 된 계기

주인은 신혼 초부터 화초를 키웠다. 식물을 키우는 것이 하나의 취미생활이었다. 원래 동백 쪽에 살던 주인은 이사를 고려할 때 전원주택 단지로 갈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주인이 도시를 벗어난 전원주택 생활은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아파트 중에서도 1층에 작은 터를 옵션으로 주는 이곳을 택했다. 당시 세입자가 있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1년 후에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다. 그 1년 간 주인은 인테리어부터 정원까지 직접 도면을 그려 디자인했다. 나머지는 다 됐는데 소나무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이사하기 한 달 전에 겨우겨우 마음에 드는 것을 만났는데, 때마침 그 조경사장님이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부터 해서 역대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까지 취임식 때 꽃장식을 한 35년 경력의 조경사였던 것. 주인은 조경사장님의 도움으로 더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정원이 나오게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주인이 밑그림 한 것 중에 70~80%가 정원에 조성되었고, 나머지는 아무래도 전문가이신 사장님이 배치를 조정하는 등 꼼꼼히 채워주었다.

 

정원은 모두 자연 돌로 조성했으며, 디귿 모양으로 늘어선 기와는 무려 1,400장에 이른다. 집 앞의 정원이 끝이었으면 좀 답답했을 텐데, 정원 앞에 산책로가 있어서 수억 들일 거 공짜로 차경을 쓸 수 있어 배경이 참 예쁘다. 산책로에는 벚꽃 나무가 늘어서 있고 새도 예쁘게 지저귄다. 아침이면 햇살과 함께 영화 속 한 장면이 펼쳐진다.

기와로 둘러싸인 정원, 기왓뜰

이 정원의 이름은 ‘기왓뜰’이다. ‘기와’라는 단어가 한옥의 느낌을 주어서인지 사람들이 정원의 이름만 듣고도 방문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기왓뜰’이라는 이름은 막내딸이 지은 이름이다. 정원의 이름을 짓기 위해 가족들과 상의를 하면서 “엄마는 기와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면 좋겠어” 했더니 7살짜리 막내딸이 첫 마디로 “기왓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기왓뜰’이라는 이름이 지어지게 된 것이다. 이름이 만들어진 뒤에 정원의 나무문 앞에 기왓뜰이라는 팻말도 꽂았다.

기와는 어떻게 쌓을 생각을 했을까. 사실 주인은 이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 이 아파트 정원의 원래 테두리가 칠백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보통 아파트에서 싸게 다량으로 심다 보니 어느 아파트나 예쁘게 자란 경우가 없다고 한다. 거의 다 시커멓게 죽어있는 것이다.

다 뽑고 새로 꾸미려면 일이 커질 것 같았지만, 뽑기로 하고 관리소장에게 가서 “저게 시야도 가릴뿐더러 너무 안 예쁘니까 이걸 뽑고 이렇게 꾸미겠다”하면서 도면을 보여줬다. 관리소장은 아파트는 공동으로 가야 해서 뽑으려면 다 뽑아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서 못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아름답게 꾸민다고 하면 뽑아도 좋다고 승낙했다. 사실 밑동만 잘라버리면 일이 쉬운데, 뿌리까지 뽑아야지 어떤 식물을 심어도 자랄 수 있다. 뿌리가 남아있으면 다른 식물이 뿌리를 못 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테두리를 어떤 것으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보통 정원 테두리를 방부목이나 철제로 많이 하는데, 주인의 눈에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조경사장님 농장에 우연히 가서 쌓아놓은 기와를 보고 착안을 해서 기와로 정원 테두리를 만들게 되었다.

게다가 정원 밖에 2단으로 석축이 있어 평지가 아닌데, 그 위에 기와로 정원 테두리를 쌓아놔서 밖에서 보면 아파트가 아니라 하나의 전원주택 담장처럼 보여 디자인도 외경도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기왓뜰의 매력은 6색미

 

아직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정원. 작년 봄에는 야생화 위주로 심었다. 향나무 밑으로 풍년화부터 해서 여러 가지 꽃을 심었다. 주인은 화려한 것보다는 소박한 정원을 만들고 싶었다. 가을이 되면 정원 곳곳에 분홍색, 흰색별로 구절초가 예쁘게 핀다.

기왓뜰 정원의 돌길을 따라 LED 조명도 설치해서 야경도 아주 분위기 있다. 주인이 직접 꾸민 소품들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주인이 자부하는 것은 이 정원에는 6색 미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과 비가 오는 날, 그리고 야경이다. 봄에는 정원 앞 산책로를 따라 심겨있는 벚나무가 만발해 벚꽃 비가 하늘하늘 흩날리면 그게 정원의 배경이 되어 아름다운 장관을 펼친다. 여름에는 돌로 만든 테이블에 천 하나만 깔아놓아도 훌륭한 티테이블이 만들어진다. 청량한 색깔의 녹음이 그늘을 만들어주어 테이블에 앉아 파란 잔디를 보며 소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가을에는 정원 곳곳에 피는 구절초와 낙엽이 기와와 한데 어우러져 가을날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겨울에 정원 위로 눈이 쌓이고, 나무 트리를 만들어 세우면 여느 관광지 못지않은 설경이 펼쳐진다. 또, 비가 오는 날에는 기와가 비에 젖어 반짝반짝 빛이 나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야경은 은은한 조명이 정원을 비추면서 매력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너무 좋아요. 봄이 되면 꽃도 피고 소파에 앉아서 꽃구경도 할 수 있고, 식물들이 보이니까 마음도 편안해지고요. 내 마음 내키는 대로 밤에도 정원 조명을 켜서 밤에도 나가고. 언제든지 문 하나만 열면 식물이 가득한 정원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해요.”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는 공간

 

현대식으로 했으면 별로 특이할 것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 정원에는 예스러운 소품이 가득하다. “보면 어머님이 쓰시던 장독대들이 있고 그러니까 ‘어, 나 저거 시집올 때 쓰던 건데” 하면서 주민들이 구경하러 오고 그래요.”

이제 기왓뜰은 주인만의 정원이 아니게 되었다. 거실과 통하는 집 앞의 정원은 주인의 권한으로 꾸미지만 정원의 문을 열고 내려가는 길부터는 전혀 상관없는 땅이다. 그런데도 정원 문 밑 길도 꾸며져 있는 것은 주민분들이 주인에게 소품을 가져다주고 꽃을 직접 갖다 주면서 “재주 있으면 밑에도 좀 꾸며봐요”해서 꾸미게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공공의 정원이 탄생하였다.

소나무 위의 새장도 한 노부부가 기왓뜰을 보고 선물해준 것이라고 한다. 같은 아파트 끝동에 사는 손재주 있는 85세 할아버지가 “우리 동네를 이렇게 예쁘게 해주셔서 여기에 뭔가 기증을 하고 싶다”면서 직접 만든 새장을 선물해주었다. 주인은 너무 감사하고 감동을 하여서 소중하게 소나무 위에 고이 올려놓았다. 또, 한 주민은 자기 집에 수석이 많이 있는데 이 정원에 놓으면 참 예쁠 것 같다면서 수석을 선물해주었다. 이제는 주민분도 직접 예쁜 소품을 가져다주면서 함께 꾸미는 공간이 된 것이다. 원래 기왓뜰 앞쪽 산책로에 사람이 잘 안 다녔었는데, 이제는 주민들이 일부러 정원을 보기 위해 이 길로 다니기도 한다고.

정성스레 고른 소품 하나하나가 주는 멋

소품들은 직접 다 구한 것이다. 소품 하나하나에 주인의 정성이 녹아 들어있다. 주인은 도자기류를 원래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집안은 물론 정원마저도 풍기는 이미지가 인사동이나 삼청동같이 예스러운 멋이 있다. 도자기와 나전칠기를 좋아하면서부터 10년째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도자기를 보는 안목을 키웠다. 그러면서 정원도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로 조성이 되었다.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도 느낄 수 있는 전통적인 멋과 정겨움이다.

“이제 호텔도 안 부러워요. 나가서 자는 게 이젠 아까울 정도예요. 집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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