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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4·13 총선 집중 분석
혼돈의 4·13 총선 집중 분석
  • 백준상기자
  • 승인 2016.04.0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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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를 구성하는 4·13 총선일이 다가올수록 선거판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한데 이어 여권마저 공천 과정에서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이 대거 탈락하면서 무소속 출마자들이 속출했다. 당초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총선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마저 점쳐지고 있을 정도로 혼돈 그 자체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분열로 과반수 확보는 무난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 등 모두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여야 모두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수도권 122개의 선거구는 대체로 1여 3야(1與 3野)의 구도가 예상된다. 즉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제3당의 기치를 내건 국민의당 후보가 각각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1여 3야 구도에 진보를 표방하고 있는 정의당 후보 일부가 가세하는 일부 지역구는 1여4야의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혼란스런 1여3야 구도 형성

 

집권 여당의 총선 공천에서 또 다시 정치보복성 공천 학살극이 벌어졌다. 그동안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현역의원 대부분이 비박계(비 박근혜)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배제 기준으로 품위, 당 정체성, 편한 지역 혜택 등을 제시했다. 당규에도 없는 잣대를 내걸고 박근혜 대통령 눈 밖에 벗어났는지의 여부로 현역의원들의 정치 생사를 갈랐다. 우선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 낙인이 찍힌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전멸하다시피 했다. 친이계(친 이명박) 좌장인 5선의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시 청와대의 국민ㆍ기초 연금 연계 결정에 항의해 자진사퇴한 진영(서울 용산ㆍ3선) 의원의 공천 배제는 대통령에게 쓴 소리를 하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원외이지만 임태희(경기 성남 분당을) 전 청와대비서실장, 강승규(서울 마포갑) 전 의원 등 친이계 인사 다수가 배제된 것 또한 정치보복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두 번이나 자의적 전략공천 피해자였던 김무성 대표는 이런 폐해를 없애기 위해 전략공천을 없애고 상향식 국민공천을 실시하자고 극력 주장해왔다. 하지만 우선 추천제 등을 활용해 과거 어느 때보다 심하게 밀실에서 정치보복 또는 대통령의 뜻을 거스른 인사들을 찍어내는 공천학살 사태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김 대표는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믿고 칼날을 휘두르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김 대표가 뒤늦게 공관위의 결정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지만 되돌리기는 늦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비박 연대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3·15 공천학살’로 무더기 탈락된 비박(非朴)계 전·현직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를 벼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장 출신인 임태희(3선·성남 분당을) 전 의원과 강승규(서울 마포갑) 전 의원이 지난 16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비박계 좌장격 5선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 공천심사가 보류 중인 유승민 의원 등으로 ‘비박 연대’가 구성될지가 주목된다. 안상수(재선·인천 중-동-강화-옹진) 의원도 재의 요구가 거부될 경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수도권 이종훈(초선·성남 분당갑) 의원과 영남의 조해진(재선·밀양-의령-창녕-함안)·김희국(초선·대구 중-남)·류성걸(초선·대구 동갑) 의원도 유 의원의 공천 여부를 지켜본 뒤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강길부(울산 울주) 의원과 박대동(울산 북) 의원도 고심 중이어서 모두 출마를 강행하면 수도권과 영남에 10명 이상의 비박 무소속 출마자가 나온다.
무소속 바람이 가장 세게 분 때는 2008년 18대 총선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가까운 의원들의 공천 탈락에 대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반발했고 이어 김무성 대표가 이끈 ‘친박무소속연대’ 등 무소속 25명이 당선됐다.
하지만 상황은 그때와 사뭇 다르다. ‘친박연대’는 당시 여권 우위 지역인 영남권 중심으로 출마해 전체 선거 구도에 미친 영향은 적었지만, 이번 비박계 낙천자들은 여야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 같은 확실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친박연대’ 같은 정당이나 결사체 형태로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울대 한정훈(정치외교학) 교수는 “이미 새누리당에 40% 이상의 보수층이 결집한 상황에서 일부 공천 탈락자의 무소속 출마가 전체 구도 변화를 가져오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천 학살의 주역 김종인과 이한구

 

더불어민주당의 공천학살의 주역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다.? 더불어민주당의 사실상의 대주주(?)인 문재인 전대표가 그에게 전권을 줬다. 김 대표는 1940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치면 77세다.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의 손자다. 그는 비례대표만 네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고 그 전에는 노태우 대통령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보건사회부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외대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귀국 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며 박정희 대통령에게 국민건강보험 도입을 건의했고 신군부 출범 이후 국보위 전문위원을 지냈다. 새천년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일하며 비례대표를 지냈고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책사로 활동하면서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여야를 넘나들며 소위 킹메이커의 역할을 했다.
그는 친노계 상징인 이해찬 의원은 물론 친노 강경파 정청래 의원, 범친노계로 불리는 전병헌 강기정 오영식 의원도 낙천자 명단에 올렸다. 그는 친노 실세 제거를 통해 호남 지지율을 복원하고 중도 확장을 통해 총선을 치른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총선전략 1단계인 ‘친노계 실세 제거’는 실무진의 오랜 준비 끝에 나온 작품이다. 일각에선 ‘김종인표 공천’을 놓고 김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의 ‘합작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해찬 의원이 컷오프 되는 대신 김경협 전해철 서영교 의원 등 다수의 친노계가 생환하면서 제1야당 ‘최대주주’가 친노계에서 친문(친문재인)계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주장이다. 총선 승리를 위한 일종의 ‘역할 분담론’이다.?
야권통합의 칼도 겨눴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주도한 필리버스터 정국을 중단시키고 곧바로 야권통합 카드를 국민의당에 던졌다. 창당 초기 기세를 올렸던 국민의당이 주춤하던 시기를 노렸다. 안철수·천정배·김한길 트로이카 체제를 분열시켰다. 김한길 의원은 선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대표와 결별을 선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 핵심 지지층인 중도·무당파의 이탈은 심화됐다. 창당 초기 20%대에 달하던 정당 지지도는 10% 초반으로 추락했다. 김종인 대표가 국민의당 내부 분열을 이용해 호남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면서 중도 세력의 표를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경제민주화 등의 이슈를 앞세워? 새누리당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8년을 함께 묶어 경제 실정으로 정권 심판론에 불을 댕기면서 중도층 확장 전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새누리당 집권 8년간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의와 풍요가 있는 포용성장, 남·북-북·중 교역 등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피력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의중 집행한 차도살인(借刀殺人) 공천

새누리당의 총선학살의 장본인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눈 밖에 난 집단이나 인물에 대한 무자비한 공천 학살의 전면에 나섰다. 김무성 당 대표의 낙천 인사 재의 요구를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걷어차 버렸다. 공천권을 쥐자마자 그는 아무도 못 말리는 권력 그 자체가 됐다. 삼권분립과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공천 작업으로 여당 내분에 불을 질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는 악연이다. 이한구 위원장이 지난 2012년 대선 전 잠시 박근혜 캠프에 몸담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벌인 경제민주화 논쟁은 아직도 회자된다. 두 사람의 대결로 당이 시끄러워지자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김 대표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 위원장은 중앙선대위가 꾸려질 때 이름도 올리지 못한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 위원장이 의회권력을 포기하고 행정권력의 꿈마저 접은 게 바로 그때였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새누리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변모시키고 특히 여권 내 권력지형 새판 짜기를 주도하겠다는 의욕이 넘치는 듯 보인다. 일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수사(修辭)도 거침없다. 16일 제7차 공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비박계 줄 탈락의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탈락 사유를) 어떻게 이야기하느냐. 그 사람은 병신 되는 것”이라고 하거나 “왜 안 자르느냐고 하더니 자르니까 또 불쌍해서 죽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공천 심사 결정을 비판한 김 대표를 겨냥해서는 “바보 같은 소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969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에서 근무했고 미국 캔자스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대우경제연구소 소장까지 지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1년 365일 중 3분의 2 이상을 같이 다닐 정도로 김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다. 대우 ‘세계경영’ 전략의 틀을 짠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차입경영과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운 경영 행태와 그 결과로 찾아온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 및 대우 해체의 위기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있다. 국회에 입성한 뒤에는 당의 정책통으로 자리 잡았다.
이 위원장 주변에서는 그의 거칠 것 없는 행보가 ‘큰 자리’를 노리면서 권토중래를 꿈꾸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컨대 이원집정제 개헌 같은 게 단행되면 내치를 담당하는 내각 수반 같은 요직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마포갑
‘더민주’ 노웅래 VS '새누리당‘ 안대희

 

다여다야(多與多野) 구도가 가시화될 경우 관심을 모으는 곳은 수도권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수도권은 여야가 500~1000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만큼 20대 총선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될 전망이다.
서울의 경우 마포갑 선거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역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도전장을 던진 인물은 새누리당 안대희 후보다. 국민의당에서는 이미 홍성문 후보를 배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안대희 후보에게 공천권을 뺏긴 강승규 전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 출마 의지를 밝혀 다자구도가 됐다. 여권 성향의 후보 2명과 야권 성향 후보 2명이 난립하면서 선거판은 오리무중으로 변한 것이다.
마포갑이 격전지로 꼽히는 이유는 여당의 ‘강북지역 탈환’을 위한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면면 또한 쟁쟁하다. 새누리당 안대희 후보는 대법관 출신으로 높은 인지도와 강직한 이미지가 장점이다. 이 지역 18대 의원을 지낸 무소속 강승규 후보는 지난 4년간 지역을 다져왔다. 3선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후보는 17대 총선부터 이 지역에서 12년 동안 표밭을 가꿔 온 점이 강점이다. 양당정치 혁파를 내걸고 있는 국민의당에선 홍성문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아직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지 않았지만 국민일보·CBS가 리얼미터·조원씨앤아이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국민일보 3월 14일자 참조)에 따르면 노 의원은 강 전 의원, 국민의당 홍성문 후보와의 3자 가상대결에서 34.7%의 지지를 얻어 강 전 의원(32.3%)을 2.4% 포인트 앞섰다. 또 안 전 대법관, 홍 후보와의 3자 대결에선 노 의원(37.6%)과 안 전 대법관(31.4%)의 격차는 6.2% 포인트였다. 다자대결에서도 노 의원은 28.1%의 지지를 얻어 1위였으며 강 전 의원(23.3%), 안 전 대법관(22.0%), 홍 후보(8.9%)가 뒤를 이었다.
다만 무응답자가 14.9∼16.9%인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표심 향배에 따라 결과는 바뀔 수 있다. 이 지역 새누리당 지지도는 40.4%로 더민주(23.0%), 국민의당(12.7%)을 크게 앞섰다. 이번 조사는 서울 마포갑 지역 유권자 507명을 대상으로 지난 3월 8∼10일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 포인트, 응답률은 3.0%였다.

전문가들은 마포갑 판세를 가를 변수로는 뉴타운 입주로 인한 인구 변동을 꼽는다. 마포 지역엔 지난 4년 동안 2만여 세대가 들어왔다. 최근 입주한 공덕동자이아파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만 무려 5000여 세대가 둥지를 틀면서 인구 구성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여야 후보 모두 이 지역을 이번 선거의 변수로 보고 표심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 측은 마포갑의 뉴타운 지역에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는 점에서 입주민 다수가 보수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 의원 역시 뉴타운 지역을 공략 포인트로 삼고 있다. 고급 아파트도 많지만 전·월세 세입자는 물론 야권 성향의 젊은 세대가 많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마포갑 선거의 막판 변수는 여야 모두 후보 단일화 여부에 달려있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강승규 후보가 여권 단일화 전략에 따라 출마를 포기할 경우 ‘一與多野’ 선거구도가 된다. 야권 성향의 표가 분산되기 때문에 여당 후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에 맞서 야권의 더민주 노 의원과 국민의당 홍 후보가 막판 연대 또는 단일화를 이룰 경우 일여일야(一與一野)의 구도로 바뀌게 된다.

글 오일만(서울신문 논설위원)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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