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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박소연의 이혼 후 깨달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뮤지컬 배우 박소연의 이혼 후 깨달은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송혜란
  • 승인 2016.04.26 2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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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언 6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작품 활동이 뜸했던 뮤지컬 배우 박소연. 그녀가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기점에서 큰 아픔을 겪고 주춤했던 그녀를 다시 무대로 이끌어 준 힘은 무엇이었을까. 오랜만에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로 산책에 나선 그녀를 만나 그간의 심경을 들어 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서울대 성악과를 나와 2005년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롤>로 데뷔식을 치른 박소연은 꾸준히 <드라큘라>, <화성을 꿈꾸다> 등의 무대 위에 오르며 커리어를 쌓아 왔다. 2009년에는 대작 <로미오 앤 줄리엣>의 여주인공으로 열연하며 일약 뮤지컬계 스타로 떠오른 그녀는, 노래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뮤지컬 배우로 불린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 지난 2010년은 꽤 가혹한 해로 기억된다. 작품을 함께한 동료 배우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생각과 다른 결혼 생활로 인해 8개월만에 쓰린 아픔을 맛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가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유명 배우라 세간의 주목까지 받으며 긁힌 마음의 상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었다. 지난 6년간의 공백기는 그녀에게 더없이 필요한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여자라면 누구나 했을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좀 보수적인 사람이거든요. 저는 결혼이 갖는 숭고한 가치를 믿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에게 누군가와의 결혼을 공표하는 것은 매우
무거운 일이기에 서로 지켜야 하는 일들이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결혼 후 겪어야 했던 여러가지 불합리 한 일들 때문에 이혼 보다 더 큰 불행을 평생 지속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었기 때문에 홀가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죠. 이혼을 선택한 것에 대한 자기 비판을 심하게 하게 되었고, 이것이 곧 ‘나는 사랑할 힘이 없는 사람이다’는 자괴감으로 남았어요.”
사랑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지다 보니 노래를 할 용기조차도 잃어버린 그녀는 기어코 음악을 아예 포기해 버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토록 저를 불행하게 한 그 자괴감이라는 감정. 결국은 제 직업이 대중 앞에 서는 것인데, 이러한 생각을 품은 제가 그들에게 과연 어떠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노래를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어요. 뮤지컬과 관련된 사람은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기도 했고요.”

아름다운 일 좀 해 보지 않을래?

그렇게 지내기를 수개월…. 어느 날 한 지인이 그녀를 찾아와 ‘아름다운 일 좀 해 보지 않을래?’라고 물은 것이 계기가 되어 봉사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조금씩 벼랑 끝에서 헤어 나올 힘을 되찾았다.
“지인을 따라가 보니 노숙자 무료 급식 봉사 활동을 하는 곳이었어요. 수백 명에게 국을 퍼 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상하게 몸이 고되어도 그 일이 제게 하나도 고통스럽지 않더라고요. 굉장히 기쁘고 보람찬 나날이었어요. 세상의 중심에 자신을 가져다 놓으면 본인의 불행밖에 보이지 않지만, 좀 더 어려운 사람이나 외부에 눈을 돌리면 지금 자기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일종의 안도감이 들어요. 봉사 활동이 제게 그렇게 위로해 주었어요.”
하루는 자신이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안 지인이 그녀에게 국을 푸는 일 대신 작은 음악회를 열어 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 이미 음악을 포기해 버린 그녀였기에 거절을 거듭했지만, 끈질긴 그의 권유에 하는 수 없이 기계적으로 무대 위에 선 그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정말 기계적이었어요. 정식 조명이나 음향 시설도 없는 작은 무대에서 15분 동안 노래를 불렀는데…. 제 안에 가득 채워져 있던 온갖 불행감이 그 노래하던 순간에는 싹 다 사라지더라고요. 굉장한 쇼크였어요. 그렇게 공연을 끝내고 멋쩍게 단상 위에서 내려오는데, 또 몸이 불편한 어떤 분이 다가오더니 제 노래로 많은 위안을 얻었다며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별 준비 없이 부른 노래 한두 곡으로도 누군가의 아픔까지 치유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그녀는 깊은 사색에 빠졌다.
“내 노래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위안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가진 힘이라면, 그래 다시 노래해 보자. 그때 큰 용기를 얻은 겁니다.”
그렇게 다시 뮤지컬 공연 무대 위에 선 순간…. 그녀에게 노래는 물론 자신을 사랑해 주는 팬의 의미와 소중함은 완전히 새롭게 와 닿았다.
“그동안 저는 참 이기적이게도 오로지 제 성공만을 위해 혹은 단지 제가 좋아서 노래를 불렀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더라고요. 앞으로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을 위해 노래할 거예요. SNS를 통해 끊임없이 팬들과 소통하는 배우도 될 거고요. 제가 평탄하게 이 자리까지 왔다면 절대 그 고마움을 몰랐을 겁니다. 저는 다시 사랑할 수 있고, 그게 노래를 통한 사랑의 능력이라고 봐요.”

사랑은 열정이 아니다

크나큰 아픔을 이겨 내며 사랑에 대한 통찰의 시간까지 보낸 뮤지컬 배우 박소연. 이 같은 그녀의 깨달음은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일명 ‘세바시’에까지 방영되며 뭇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녀가 대중에게 전한 가장 큰 메시지는 ‘사랑은 열정이 아니다!’
“네, 맞아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상대를 향한 헌신과 봉사이자 신뢰입니다. 이는 단지 남녀 간의 관계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도 다 적용돼요. 희생과 헌신, 신뢰. 이 세 가지가 중요하지요.”
물론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데 있어 열정도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기는 하다.
“열정도 있어야죠. 그러나 시작은 열정으로 했다고 해도 그 이후에는 조금씩 희생과 헌신, 신뢰의 틀을 갖추어 나가야 합니다. 사랑의 모양을 자꾸 바꾸어야 해요. 사랑이라는 기본적인 알맹이의 성질은 같지만, 그게 자연스럽게 흘러 견고한 모양새를 갖추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해요. 이게 가능할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열정만 가지고 결혼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최근 서울예대와 경희대 연극 관련 학과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그녀가 늘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20대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그중 하나가 다양한 남자를 만나라는 것이다.
“전 사실 결혼을 하기 전에 많은 남자를 만나보지 못했어요, 그러다보니 사랑과 결혼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자신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학생들에게 많은 남자를 만나보라고 하는 이유는 다양한 남자를 만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상대를 만나야 행복할 수 있나? 나는 어느 정도까지 희생과 헌신을 감내할 수 있나? 이 모든 것들을 심도 있게 생각해 봐야 결혼 후 실패 확률도 줄일 수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학생들이 제게 어떻게 노래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저는 남자를 많이 만나고 헤어져 보라고 이야기해요.(웃음) 정말이에요. 이별하고 아픔을 느끼는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노래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차가운 심장을 사르르 녹게 한 작품 <투란도트>

오랜만에 뮤지컬계로 돌아온 그녀는 상당히 밝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이를 가능케 한 작품으로 뮤지컬 <투란도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오페라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로, 남자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차가운 심장을 갖게 된 투란도트 공주와 그녀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노래하는 칼라프 왕자, 희생으로 자신의 숨겨 온 사랑을 보여 주는 시녀 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1년 대구에서 첫선을 보인 후 5년 만에 서울에서 장기 공연을 펼치고 있다.
“<투란도트>는 제게 너무나도 고마운 작품이에요. 제가 가장 힘들 때 공연을 함께했고, 가장 행복한 현재 제 인생을 누리게 해 준 뮤지컬입니다. 남자를 증오하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투란도트 공주는 사실 제 이야기이기도 해요. 공연 전반에서 마구 독을 뿜어내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저주가 풀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공주의 심적 변화가 꼭 저와 닮았지요. 매 공연의 흐름에 따라 저도 조금씩 치유됐던 것 같아요. 애착이 남다른 작품일 수밖에 없습니다.”
3월 <투란도트> 서울 공연을 끝내자마자 4월 뮤지컬 <파리넬리>에서 여장 남자 소프라노 가수로 열연할 예정인 박소연. 그 어느 때보다 들떠 보이는 그녀는 앞으로 끊임없이 팬들과 소통하며 활발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팬들 덕분에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배우에겐 팬들의 글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되죠. 이제 쉬지 않고 일하고 싶어요. 역할의 크기를 떠나 꼭 저를 필요로 하는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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