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KBS 이욱정 PD, 매일 만나는 밥상에 작은 ‘우주’가 들어 있다
KBS 이욱정 PD, 매일 만나는 밥상에 작은 ‘우주’가 들어 있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6.04.27 1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리란 무엇인가? 모든 요리는 텅 빈 하나의 접시에서 시작된다. 이 접시 위에 어떠한 음식을 올릴 것인가는 모든 셰프의 고민이다. 그렇게 탄생된 음식은 화덕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뎌 탄생한 신의 선물일 수도 있고,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고수의 진 맛일 수도 있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밥상도 작은 우주의 축소판이라는데…. KBS 이욱정 PD의 인류의 역사, 문화, 삶을 담은 가장 특별한 만찬 이야기를 펼쳐본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이욱정 PD는 KBS에서 <추적60분>, <한국 사회를 말한다> 등의 시사 프로그램과 퀴즈쇼, 게임, 오락프로그램 등을 연출하며 다채로운 경험을 쌓은 프로듀서다. 그러나 그가 진정 원하는 프로그램을 맡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늘 요리 프로그램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오신 어머니는 굉장히 요리를 잘하셨는데, 엄청난 미식가로 소문난 아버지를 만나 매일 한식은 물론 일식, 양식, 중식까지 안하는 음식이 없었지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해주신 다른 나라의 요리를 맛보며 그 나라의 식문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PD가 되어서도 요리 프로그램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윽고 KBS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와 <요리인류>를 기획하고 연출하게 된 것이다. <요리인류 키친>에서는 프로듀싱과 더불어 진행자로도 활약하며 유명세까지 치렀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류학 석사학위를, 노스웨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에게 <요리인류 키친>은 그야말로 전공의 집합체였다. 글로벌 대기획 <요리인류>의 제작을 앞두고 그는 런던의 르 코르동 블뢰로 요리 유학을 떠나 최고급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철저히 준비된 자의 방송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가 제작한 <누들로드> 시리즈는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으며, <요리인류>도 2015년 제51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많았던 그는 최근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은 <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을 집필하며 활발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세상을 들여다보는 훌륭한 창, 음식

“음식은 사람과 세상을 들여다보는 훌륭한 창이자 렌즈입니다.”
요리인류의 음식을 만들고 맛보며, 보아온 그가 한 표현이다. 죽은 아들과의 추억을 품은 러시아 할머니의 숌트임파푸(코미족 전통빵)처럼 레시피 안에 한 개인의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기도 하며, 메마른 사막에서 마법 같은 냄비로 넉넉한 국물의 타진 요리를 만들어낸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기 때문일 터. 더 나아가 그는 한 접시의 요리에 수천 년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점도 목격했다.
“러시아의 한 외딴마을에서 만난 타마라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숌트임파푸라는 음식을 굉장히 잘 만드는 분이셨는데요. 비결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할머니의 집 주방 한편을 봤는데 군인 사진이 걸려 있더라고요. 군대에 갔다가 죽은 아들의 모습이었어요. 숌트임파푸는 아들이 어릴 때 굉장히 좋아했던 음식이었고요. 매일 밤 죽은 아들을 생각하며 숌트임파푸만 만들었으니 그 맛이 덜할 수가 없었던 거지요.”
한 접시의 요리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오롯이 담겨 있음을 깨달은 이욱정 PD. 이에 그는 우리의 식탁을 보면 과거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미래에는 어디로 갈 것인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봅시다.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매운 음식을 먹게 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어요. 어떤 분은 30~40년 정도라고 이야기합니다. 빨간 김치도 임진왜란 때 처음 생겼으니까요. 이러한 매운 음식의 트렌드도 앞으로 계속 변할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음식이라는 것이 의식주 중에서 의복, 집보다도 훨씬 과거와 맞닿아 있고, 현재,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음식에는 이러한 인류 역사 외에도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가 담겨 있기도 하다. 핸드폰과 같은 필수품은 공장에서 만들어지지만 음식의 재료는 여전히 땅과 강, 산, 바다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매일 만나는 밥상은 작은 우주와도 같아요. 이 놀라운 발견을 많은 분들도 요리를 통해 체험해봤으면 해요. 사실 이렇게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음식만큼 일상에서 손쉽게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또 있을까요? 요리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것이 더욱 즐거운 일이지요. 요리하는 단순한 행복을,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기를 바라요.”

요리는 최고의 놀이, 교육

 

이욱정 PD는 요리를 최고의 놀이, 교육 재료라고도 이야기했다.
“요리라는 게 예전에는 허드렛일, 노동의 일종이었는데요. 요즘은 점점 요리가 놀이화 되어가는 것 같아요. 놀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잖아요. 요리라는 놀이를 통해 기쁨과 즐거움, 재미를 느낄 수 있지요.”
기본적으로 놀이는 누군가와 함께 할 때 그 기쁨이 더 배가 된다. 이는 요리도 마찬가지다.
“요리는 혼자 해서 먹었을 때의 기쁨과 애인 혹은 친구와 함께 해 먹었을 때의 기쁨이 비교가 안 돼요. 혼자 열심히 요리해 먹는 밥상이 즐거운 것이야 한두 번이겠죠. 내가 만든 요리를 함께 맛있게 먹어줄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으면 그것 이상의 즐거운 놀이가 없습니다.”
놀이는 하나의 교육 수단이 될 수도 있는데…. 그는 자신이 만든 요리 방송 프로그램이나 책을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추천했다. 
“다른 나라의 요리를 먹는 것은 그 나라를 여행하듯 문화를 익히는 것과 같습니다. 특히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며 소통하는 능력이 중요시될 거예요. 소통은 단순히 영어나 중국어를 잘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요. 소통만 잘한다면 언어능력이야 곧잘 늘어납니다.”
요리가 바로 이러한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믿는 이욱정 PD. 이번 주 주말에 당장 아이와 함께 세계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아이들을 데리고 네팔이나 인도음식점을 한번 가보세요. 생소한 나라의 음식점에 가는 것은 그 나라를 여행하고 온 것만큼이나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됩니다. 음식점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나 다름이 없으니까요. 인도음식점만 가도 전체적인 인테리어나 소품, 음악, 종업원의 옷이 모두 인도풍입니다. 메뉴판도 모두 인도 언어로 되어 있고요. 실제 주방에서 인도사람이 음식을 만들고 있을 수도 있으니 서툴지만 대화를 시도해볼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러다 먹는 인도음식에서는 수백 년간 이어온 인도의 식문화를 엿볼 수 있고요. 오감이 모두 만족되는 경험이지요.”
최근 인기리에 <요리인류 키친2>까지 방영한 이욱정 PD. 그가 향후 또 어떠한 요리 인류학적 스토리로 대중의 흥미를 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