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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은 KBS 앵커가 만난 하버드·MIT 석학 16인
양영은 KBS 앵커가 만난 하버드·MIT 석학 16인
  • 송혜란
  • 승인 2016.04.28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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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도시로 알려진 미국의 보스턴. 이곳에는 하버드와 MIT가 있다. 그리고, 노엄 촘스키부터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석지영, 조지프 나이, 스티브 자딩까지 세계적인 석학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저마다 멋진 강의로 학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세계를 이끄는 리더들을 직접 만난 KBS 양영은 앵커에게 그 답을 구해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KBS 2TV <8시 아침 뉴스타임>을 진행하고 있는 양영은 앵커는 정치부와 사회부, 국제부, 편집부를 두루 거친 16년 차 베테랑 기자다. 살인 스케줄에 쫓기는 기자 생활 중에도 숙원을 이루기 위해 틈틈이 유학을 준비한 그녀는 마침내 8년 전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합격증을 받아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했던가. MIT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2년 만에 MBA 학위를 딴 그녀는 하버드 웨더헤드 국제문제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수학할 수 있는 행운까지 갖게 되었다. 그렇게 꿈꾸던 보스턴에서의 유학생활은 그녀에게 큰 재산이 되었다. 노엄 촘스키부터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석지영, 조지프 나이, 스티브 자딩까지 평소 존경하던 석학들의 강의를 직접 들으며 많은 가르침을 받은 건 그녀에게 큰 선물이었다. 그녀는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어졌다. ‘그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그들이 걸어온 길과 지금 하고 있는 생각, 그리고 꾸고 있는 꿈은 무엇일까?’ 석학들의 강의실 밖 생각이 궁금해진 것이다. 적기에 기자정신을 발휘한 그녀는 한사람씩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들과 1대 1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귀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석학들을 섭외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 물론 다들 시간이 금이신 분들이라 아예 우여곡절이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날짜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의 문제였지 대부분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미국의 분위기가 교수는 학생이 면담 요청을 하면 반드시 만나주어야 하는 게 의무거든요. 인터뷰 후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도 하시고요.”

소중한 기회가 주어진 만큼 그녀는 인터뷰이의 삶과 사상을 속속들이 조사한 후 철저한 준비로 다듬어진 질문을 통해 그들의 사상과 삶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답변을 끌어냈다. 그녀가 강의에서 미처 접하지 못한 석학들의 내면 깊숙한 곳 혹은 아예 마음 뒤편에 있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석학들의 공통된 특징

양 앵커가 강의실 밖에서 만난 석학들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방식은 물론 대화스타일 자체가 굉장히 단순했으며, 심지어 마치 아이와 이야기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그들은 대화하는 매 순간에도 꿈을 꾸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쭉 정리해 보니 그들이 설파하는 가치들이 특별히 대단했던 것도 아니었어요. 키워드로 보면 호기심과 변화, 원칙, 용기, 비전, 열린 마음, 목적의식 등으로 굉장히 단순한 것들이었지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구나 다 쉽게 쓰는 단어이지만 ‘이거 우리가 다 아는 거잖아’라고 넘기기에는 디테일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겁니다. 평범한 가치를 특별하게 실천하고 있었어요.”

목적의식과 더불어 도전, 열정까지….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해서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을 그들은 늘 일상적으로 삶에 적용하고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별 게 아닌 것을 실천함으로써 오히려 그것을 별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 그들의 공통된 특징이 그랬어요. 미국은 한국과 문화가 많이 다르니까 환경적인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고, 부모의 남다른 교육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그 사람의 삶이나 가르침을 한번쯤은 귀 기울여보고, 그들을 통해 기존의 사고방식을 확 뒤틀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간접적으로나마 그들과의 소중한 경험을 주변에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일까. 양 앵커는 최근 저서 <나를 발견하는 시간-하버드·MIT 석학 16인의 강의실 밖 수업>을 출간하며 또 하나의 꿈을 실현했다. 도서 판매로 들어오는 저자 인세는 모두 사회에 환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신에게 선물과도 같았던 시간을 그저 널리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탐구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세계적 석학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시대에 필요한 가치들을 발견하고, 그것들로 세상과 소통하면서 성숙해가고 있다. 하버드 로스쿨에서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최초로 종신교수에 임명된 석지영 교수의 경우 법학자이면서도 어릴 적 발레리나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여전히 열정을 쏟고 있으며,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MIT 미디어랩 네리 옥스먼 교수는 건축자이자 디자이너로서 무한한 호기심과 생각의 렌즈로 자신 안의 창조성을 최대로 끌어올리고 있다. ‘나에게는 변화한다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좌우명을 지닌 삼성전자 최연소 임원 프라나브 미스트리는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시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에게 실패는 없을 것이다.

“그간 많은 분을 만났지만, 그 중에서도 네리 옥스먼 교수님은 생각만 해도 참 기분을 좋게 하는 분이에요. 그의 작품은 늘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요. 그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안토니 가우디처럼 자신이 죽은 후에도 계속 지어지고 있을 건물을 만드는 거래요. 사실 우리가 꿈이라고 떠올리면 대부분 죽기 전에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잖아요. 이 분은 자신이 죽은 후까지도 생각해요. 상상력에 바운더리가 없는 분이시죠. 우리와 같은 동시대에 이러한 사람이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할 정도입니다.”

창의력은 어떻게 발휘할 수 있나

양 앵커가 만난 석학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창의적인 인물이다. 네리 옥스먼도 그랬고, 바이올리니스트 린 창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꼽힌 앤 스위니도 빼놓을 수 없다. 창의적인 인재를 중요시하는 현대사회에서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앞선다. 양 앵커는 앤 스위니와 있었던 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와 나무 밑에 누워서 대화를 나눌 때의 일이다. 앤 스위니가 양 앵커에게 물었다. “너 나무가 우리보다 더 최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니?” 이후 이어진 그의 독특하고도 뛰어난 상상력과 해박한 지식에 양 앵커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무 밑에 누워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서 앤 스위니에게 한번 물어봤어요. 창의성이 어떻게 나오는지 너무나 궁금했거든요. 답은 ‘호기심’을 잃지 않는 거래요. 매사 궁금한 것이 있으면 누군가에게 물어보거나 스스로 자꾸 질문을 던져 그 답을 찾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호기심을 타고나지만 이를 창의력으로 끌어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도 호기심을 계속 유지했느냐 아니었느냐의 차이에 있다는 것이죠.”

그도 그러한 것이 아이들을 보면 호기심이 충만하다. 본래 인간은 창의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내면에 호기심이 가득 찼던 순간이 있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렇지 않을까?

“그 과정을 생각해봐야 해요. 나는 언제 무엇 때문에 왜, 얼마나 쇠퇴했는가? 주로 나이를 먹으며 주어진 환경이 달라진 데 원인이 있겠죠. 항상 석학들에게 질문을 던지면 명쾌한 답을 주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치들이 그들에게는 이미 몸에 배어 있어 마치 제 질문이 너무 원초적으로 들릴테니까요. 제가 질문하고 그 답도 결국 제 안에서 스스로 찾아야하는 셈이었습니다.”

 

나를 발견하는 시간

창의력만큼이나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능력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리더십’이다. 이미 세계적인 리더로 자리매김한 석학들은 리더의 자질을 무엇이라고 보았을까? 먼저 ‘리더십은 무엇인가?’라는 정의가 필요하다. 대부분은 리더십을 그저 대통령과 같은 높은 자리에 앉아 주위 사람을 잘 이끌 수 있는 능력 정도로 인식한다. 혹은 회사 내에서의 팀장으로서 팀원을 관리, 통제하는 작은 의미의 리더십을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없이 자애로운 할아버지 같은 면모로 리더의 표본이라 불리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조지프 나이 교수는 “누구나 자기 인생의 리더다”고 말했다. 모두가 대통령이 될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모두가 리더는 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리더가 된다는 게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지프 나이 교수님의 말씀처럼 자기 인생의 리더가 되는 겁니다. 저 역시 이제껏 리더나 리더십하면 지도자라는 개념을 상정하고 연관지어 버릇했기에 저와는 꽤 거리가 먼 이야기 같았는데요. 교수님의 말씀을 들은 후 리더라는 말을 대하는 마음 자세부터가 달라졌어요. 자기 인생을 먼저 리드할 줄 알아야 남도 잘 이끌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인터뷰 내내 양영은 앵커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석학들을 만난 후 자신이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 더욱 많아졌다는 것이다. 양 앵커가 그들에게 던진 질문이 도리어 자신에게 더 큰 화살로 되돌아와 질문의 꼬리를 무는 식이었다. 석학들의 강의실 밖 생각을 발견하기 위해 시작한 만남이 결국은 자신을 더욱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발견하게끔 했다.

“제가 그들에게 궁금해하던 모든 답은 사실 외부가 아닌 제 안에 있더라고요. 각 석학이 생각하는 방식이 다를 뿐 목표로 하는 바도 모두 같았어요. 바로 ‘나’를 발견하는 것이죠. 자신 안에 숨겨진 자질과 열정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다면 누구나 성장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긍정적인 사고’입니다.”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노력할 수 있는 자유

요즈음 한국사회는 청춘에게 있어 ‘헬조선’이라 불릴 만큼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세계에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으며, N포 세대까지 등장해 사회가 자꾸 절망스럽다고 하소연한다. 보스턴의 석학들에게도 늘 좋은 일만 있으리란 법도 없는데…. 그럼에도 그들은 어떻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었을까?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경우가 있다. 특히 어떠한 상황에서도 ‘온전히 믿어줄’ 때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뀐다. 대표작인 예가 ‘엘 시스테마’이다. 엘 시스테마는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국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음악교육 재단이다. 주로 범죄나 마약을 자연스레 접하게 되는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된 빈민가 아이들을 보호하고 격려해 미래를 꿈꾸게 하자는 뜻에서 시작되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현재 엘 시스테마는 베네수엘라 전역으로 확대되어 그 지역 의대생 네 명 중 세 명은 엘시스테마 출신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사람으로는 천재 지휘자로 유명한 LA필하모닉 구스타보 두다멜 음악 감독도 있다. 한 사람을 180도 변하게 한 엘 시스테마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양 앵커는 첼리스트 마크 처칠을 만난 후에야 그 답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믿음, 그리고 기대의 힘’이었다.

“엘 시스테마는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부응하고 싶어지는 ‘기대’를 심어주고, 삶을 주체적으로 열심히 살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었어요. 누군가가 자신에게 ‘넌 할 수 있어. 나는 그렇게 믿어!’라고 이야기해주면 절망도 곧 희망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아무리 불가능한 일도 이룰 수 있다고 상상하고 그대로 믿으면 꿈도 머지않아 현실이 되지요. 실제 엘시스테마 아이들이 보여준 결과입니다.”

물론 엘 시스테마 아이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전 세계 누구보다 더 한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 동시에 재단은 개인적 자원과 시간, 에너지, 사회의 관심, 금전적 지원 등 가능한 모든 자원을 끌어다가 그들을 도왔다.

“말 그대로 아이들은 삶에서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노력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바로 이러한 자유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마크 처칠이 들려준 엘 시스테마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헬조선은 현실입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은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도 살길을 찾아야지요. 나는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진짜 그럴 수 있다는 믿음을 한번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요? 결국 모든 답은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양영은 앵커에게 하버드·MIT 석학 16인의 강의실 밖 이야기를 듣는 일은 길고 긴 여정이었다. 결코 명쾌한 답을 주는 그들이 아니었기에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사색에 빠지기를 거듭했다. 아직도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할 답이 무궁무진하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무장한 양 앵커는 앞으로도 세계적인 석학들을 찾아 계속 발로 뛸 예정. 지금껏 그간의 경험을 한번 풀어 낸 만큼 또 무엇인가를 다시 쌓아야겠다는 욕심이 크다. 그가 향후 또 어떠한 이야기 보따리로 대중 앞에 돌아올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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