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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습법 전문가, 동국대 조벽 석좌교수의 자녀 인성교육법
교습법 전문가, 동국대 조벽 석좌교수의 자녀 인성교육법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6.04.28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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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부터 오프라 원프리까지 오늘날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신의 이익을 넘어 타인과 세상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세기에는 무엇보다 타인과 더불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의미의 성공이 중요해졌다. 자신을 조율하고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초 능력인 인성교육이 절실한 시기가 온 것이다. 30년 전부터 교육의 근본은 인성임을 강조해온 동국대 조벽 석좌교수의 자녀 인성교육법에 대해 들어본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협력과 집단지성이 중요해진 요즈음. 성공의 의미가 달라졌다. 남을 밟고 올라서는 성공이 아닌 서로 협력해 다 함께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때 인성은 성공과 행복의 주된 밑거름이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아이들은 맹목적인 입시 경쟁과 어른들의 이기심, 점차 무너지고 있는 전통 가정환경 속에서 인성교육이 등한시되고 있다.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점수는 세계 최고이지만 사회성과 협동심 등 인성 관련 지수는 세계 최하위라는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이러한 국내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학교폭력과 자살률 증가 등으로 인해 아이들의 인성 회복이 시급함을 절감한 이들이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했지만, 정작 교육현장에서는 인성교육의 개념조차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져 있다.
이에 30여 년 전부터 이미 모든 교육의 근본 목표를 인성으로 잡아온 동국대 조벽 석좌교수가 최근 저서 <인성이 실력이다>를 통해 인성교육의 방법을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조벽 교수는 교육정책과 교수법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부암동에 위치한 HD행복연구소를 찾았다.

교육의 근본 목표는 ‘인성’

“교육의 근본 목표는 인성입니다.”
수십 년간 국내외 교육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과 과학적 근거를 통해 효과적인 인성교육의 장을 펼치고 있는 조 교수가 기자와의 만남에서 내뱉은 첫마디다. 사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한국에서도 항상 언급됐었다.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본래 인성교육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인터넷 검색만 해도 현 초·중·고등학교의 최고 교육목표도 모두 인성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인성교육은 뒷전인 채 모두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문제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단기적으로 국·영·수·사·과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했을지 모르지만 인성은 밑바닥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온갖 갑질과 비리, 부정부패, 학교폭력, 가정폭력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인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예의 바르고, 정직하다는 의미를 뛰어넘는 훨씬 더 큰 개념입니다. 인성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무너질 수 있어요.”
그도 그러한 것이 인성교육의 부재가 낳은 문제는 시대가 흐를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다. 비리나 부정부패는 물론 군대에서는 관심사병이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으며 고령화 시대에 자식이 더 이상 부모를 부양하려 하지 않는 불효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는 예와 효 등 강한 인성을 요구해 왔다. 자녀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음은 당연지사다. 
“이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대가족 안에서 살면서 부모와 끈끈한 애착형성을 맺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 사회는 대가족, 심지어 핵가족도 붕괴되어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가구가 되었어요. 거기서 효를 요구할 필요성도, 이를 행한 타당성도 못 느끼게 된 것이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인성을 키울 기회를 다 놓쳐버린 것입니다. 이제는 부모나 교사가 의식적으로 자녀의 인성교육에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돼요!”

인성교육을 위한 토양부터 조성해라

조 교수가 말하는 인성교육의 핵심은 자신과 타인에게 해로운 행동을 하지 않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환경, 즉 토양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태아 때 애착형성을 잘 맺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먼저 부모는 태아기 자녀에게 충분한 안정감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가져요. 애착형성이 매우 중요하지요. 갓난아기 때부터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맡겨져 충분한 보살핌과 지지,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는 평생에 걸쳐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어요. 성인이 되었을 때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 나오기도 하고요. 극심한 경우에는 삶의 의욕까지 잃어버리게 됩니다.”
애착형성이 잘 이루어진 이후에는 아이가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의 한계를 긋는 것이 필요하다. 점점 더 커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그 한계의 폭을 더욱 넓혀주도록 하자. 이때는 스스로 생각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은 지금 거꾸로 가고 있어요. 어릴 때는 아이가 음식점에서 막 뛰어다녀도 기가 죽을까봐 그대로 두잖아요. 그러다 보면 아이는 점점 더 통제력, 자기를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해버립니다. 그 엄청난 에너지는 사춘기에 확 드러나지요. 그때서야 부모들이 아이를 잡으려 드니 문제예요. 뒤늦게 아이를 가르치려 들면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만 커지고 아이는 더욱 비뚤어집니다. 그만큼 시기별 교육도 중요해요.”

자기조율과 관계조율, 공익조율 ‘삼율’

더 나아가 조 교수는 가정에서 부모들이 스스로 자녀교육법을 점검하고 디자인, 실천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의 목표를 삼율(三律)로, 실천전략을 육행(六行)으로 제시했다.
“인성이란 자기 내면을 가꾸고, 남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이에요. 그 안에 효와 예, 정직, 책임, 소통, 공감이 다 들어가 있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들에게 이러한 것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요? 우리가 꽃을 피우기 위해 그 토양에 물과 거름을 주듯 인성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성이라는 꽃이 저절로 피울 수 있도록 그 토양과 뿌리에 무엇인가를 해줘야 해요. 바로 삼율로요.”
삼율은 자기조율과 관계조율, 공익조율을 말한다. 첫째, 자기조율은 개인 차원에서 자신을 조율해 나가는 것을 일컫는데….
“자기조율이란 단순히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억누르고 억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 결국 쌓이고 쌓여 터지게 되어 있어요. 현재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알아차리고 잘 표출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화가 났을 때 자신이 어떻게 화를 낼 것이냐는 생각을 먼저 하는 거지요. 선택권은 자신에게 있습니다. 좋은 말로 잘 풀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둘째, 관계조율은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조율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조율이 먼저 잘 이루어진 후에야 관계조율 문제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관계 조율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관계를 망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늘 존재하지만, 대개 이를 악화시키는 데에는 네 가지 독이 있어요. 바로 비난과 경멸, 방어, 담쌓기이지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이러한 네 가지 독은 모두 빼고 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감과 소통도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공익을 위해 조율해 나가는 것을 뜻하는 공익조율은 집단지성의 시대에 꼭 필요한 능력이다. 공익조율에서는 단순한 이해관계를 떠나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공익조율은 일방적으로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이타심의 뜻이 아닙니다. 공동체 이득이 바로 나의 이득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바로 공익조율이에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이득보다 좀 더 통 크게 계산해 순간적으로 조금은 손해 보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자기에게도 이득이라고 생각할 줄 아는 힘이 즉 공익조율 능력입니다.”
조 교수가 제안한 삼율만 보아도 인성이란 결코 빠른 시간 안에 구축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진정으로 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온몸이 변해야 한다.
“그래서 저는 인성도 실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오랜 시간을 걸쳐 연습해야 터득할 수 있는 것을 일컬어 우리는 보통 실력이라고 하지요. 인성도 타고난 기질이나 자질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마해야만 얻을 수 있는 실력이에요!”

삼율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법 ‘육행’

조 교수가 인성교육의 실천전략으로 내세운 육행은 이러한 삼율을 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설천법이다. 육행은 총 자율인과 합리, 긍정심, 감정코칭, 입지, 어른십의 키워드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을 알고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며 외부 자극에 대한 본인의 반응을 선택하는 것이 삼율의 자기조율과 연결된 자율인의 뜻이다. 선택의 여지를 지니고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이루는 합리 또한 자기조율을 위한 필수 능력으로 손꼽힌다.
관계조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긍정심!
“우리가 서로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잖아요.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긍정적인 마음을 상대방에게 잘 베풀어야 소통도 가능하고 관계조율도 잘할 수 있습니다. 긍정심이 없으면 제아무리 좋은 말을 들어도 꼬아 듣거나 저의를 의심하게 되니까요. 감정코칭도 이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관계조율과 관련되어 있어요.”
공익조율과 연결된 것은 입지와 어른십. 조 교수는 인성교육을 아주 간단히 풀어 어린애를 어른으로 만드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어른과 어린애는 무엇이 다를까요? 어린애는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만 챙기고, 어른은 이를 어린애한테 주려고 합니다. ‘Take’가 아니라 ‘Give up’의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어른이라고 해요. 아이가 이러한 어른으로 클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이지요.”

어른이 변해야 아이가 변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고 말하는 조 교수. 인성교육은 무엇보다 자신을 조율할 줄 알고 아이들에게 공감할 줄 아는 진정한 어른이 있을 때 가능해진다. 부모를 비롯한 이 사회의 모든 어른이 일상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고 자녀들을 긍정적 감정의 세계로 초대할 때 아이들은 비로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여태까지 우리가 해온 교육이란 지식습득을 통해 위로 올라가는 교육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지식교육이 아니라 협력과 나눔으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미래 창조적 교육을 위해 지혜를 가르쳐야 해요. 지식은 책과 인터넷에서 언제든지 얻을 수 있지만, 지혜는 오로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해집니다. 먼저 어른이 된 사람이 그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요. 아이에게 그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최고의 멘토가 되십시오!”

<인성교육을 위한 아주 작은 실천법>
행복일기와 다행일기, 감사일기, 선행일기 쓰기

인성교육하면 가장 흔하게 떠오르는 것은 밥상머리 교육. 그러나 조 교수에게 밥상머리 교육은 그림의 떡이다. 다들 바쁘게 사는 요즈음 시대에 저녁때 밥상을 차려봤자 제때 집에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밥상교육 대신 잠들기 전 5분만 투자하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가정 문화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예컨대 행복일기와 다행일기, 감사일기, 선행일기 쓰기가 있다. 스스로 일기를 쓰는 대신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말로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오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했던 것, 하루 종일 일어났던 오만가지 일 중 그럼에도 다행인 것, 감사한 것, 남에게 베푼 선행들을 가족끼리 돌아가며 공유해보는 것이다. 사람이 우울하고 불행한 것은 그 상황에서 좋지 않은 것만 두드러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매일 행복하고 다행스러우며 감사한 일을 떠올리다 보면 평소에는 그 위력이 발휘되지 않더라도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 크나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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