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2:40 (수)
 실시간뉴스
만혼 시대…난자은행을 아시나요?
만혼 시대…난자은행을 아시나요?
  • 송혜란
  • 승인 2016.04.28 13: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난자 냉동 보관하는 전문직 미혼 여성 ‘급증’
▲ 사진=차병원 제공

최근 일본에서 40대의 건강한 여성이 보관했던 냉동 난자를 해동해 첫 출산에 성공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남과 동시에 결혼이 늦어지면서 만혼을 대비해 난자를 보관하는 미혼 여성들이 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과연 난자 보관이 난임 대비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취재 송혜란 기자

이제 막 서른에 접어든 전문직 미혼 여성 A씨. 현재 직장에서 더욱 견고한 자리를 잡기 위해 그녀는 임신은 물론 결혼 계획까지 계속 미루고 있다. 그러한 그녀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노산이다. 실제 주위에서 늦은 결혼으로 난임 때문에 괴로워하는 지인들을 보아 온 그녀는 현재 이슈화되고 있는 난자 냉동 보관을 고려하고 있는데….
최근 A씨와 같이 만혼과 노산을 대비해 난자를 보관하는 미혼 여성이 급증하고 있다. 차병원 난임센터 37난자은행에 따르면, 난자를 냉동 보관한 미혼 여성은 2015년 작년 한 해만 해도 무려 128명으로 전년(56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30명)과 비교해서는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난자를 보관한 여성들의 주 연령층은 35세에서 40세 이하의 전문직 여성들이 36%로 가장 많았으며, 40대 여성들이 35%로 그 뒤를 이었다. 20대도 14%를 차지하며, 상당수의 전문직 여성들이 젊은 시절부터 난자 보관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난자 보관은 암이나 백혈병 등으로 인해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할 여성들이 난자의 질 저하나 난자가 생성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해 보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반해 최근에는 만혼 여성이 혹시나 모를 난임에 대비해 보관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현재 난자를 보관한 대부분의 여성은 만혼을 대비한 미혼 여성(62%)으로, 시험관 아기를 목적으로 하는 여성(23%)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난자 보관 시기와 효과

의학적으로 여성이 35세가 넘어 출산하게 되면 노산이라고 부른다. 40세가 넘으면 임신율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그렇다면 난자를 보관하기에 가장 적절한 때는 언제일까? 차병원 서울역 난임센터 김자연 교수는 “미혼이라도 37세 이전에 난자를 보관한다면 결혼 후 임신을 계획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과 경제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여성들이 증가함에 따라 난자를 보관하려는 미혼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결혼이 늦은 여성이라고 해도 난자의 질만 우수하다면 큰 문제없이 임신과 출산이 가능합니다. 특히 미혼 여성이 37세 이전에 난자를 보관하면 결혼 후 임신?출산하는 데 있어 효율적일 거예요.”
난자 보관의 효과에 대해서도 강남차병원 장은미 교수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요즘은 난자 냉동 기술이 워낙 좋아져서 1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1년에 백혈병 환자가 치료 후 10년 동안 보관한 난자를 해동해 건강한 아이를 출산한 사례도 있어요.”

난자 보관, 고려할 점도 있다!

건강한 여성이 보관한 난자를 해동해 아이를 낳은 사례는 2011년 미국차병원을 비롯해 미국에서는 이미 많은 여성이 시도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올해 첫 출산 사례가 나오며 향후 새로운 임신과 출산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인 애플과 페이스북도 회사 복지 차원에서 여직원들의 난자 보관 비용을 지원하는 추세다.
그러나 반드시 고려해 볼 문제도 있다. 바로 ‘비용’이다. 국내에는 아직 난자를 전문적으로 보관하는 은행이 많지 않을뿐더러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꽤 비싸다. 병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검사비와 난자 채취 수술비, 보관 비용까지 포함해 평균적으로 300만 원이 든다. 만약 개인의 특성상 난자가 많이 나오지 않아 재수술에 들어가면 회마다 1.5배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난자를 보관하는 기간이 1년을 넘어가면 해마다 난자 보관료 30여만 원을 추가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수술의 안전성이나 효율성 또한 중요한 고려 요소. 난자 보관이 효율적이고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 연구가 그리 오랫동안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심하기 이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갈수록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난자 보관, 미혼 여성들의 좀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알고 가기>
난자 냉동에 쓰이는 ‘유리화 난자 동결법’

전 세계적으로 난자를 냉동하는 데 쓰이는 ‘유리화 동결법’은 유리구슬처럼 난자를 얼음보다 더 딱딱한 알갱이 형태로 보존하는 기술이다. 슬러시 질소를 이용해 난자를 영하 210도까지 급속 냉동시키는데, 그 과정에서 동결 보존액이 난자 안으로 파고들어 유리처럼 굳는다. 이렇게 보존해야 나중에 상온에서 해동해도 생물학적 기능이 잘 복원된다. 해동된 난자는 세포벽이 신선한 난자보다 더 딱딱해져 미세 바늘로 난자 벽에 구멍을 뚫어 정자를 안으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인공수정을 시킨다. 이 유리화 난자 동결 기술은 1988년 차병원이 처음으로 개발해 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 생식의학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제공 차병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