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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보다 잘 자라는 LED 수경재배
흙보다 잘 자라는 LED 수경재배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6.04.28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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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텃밭
 

무엇이든 시작하고 싶은 봄이다. 아파트 베란다에 채소를 키우고 싶지만 돌볼 시간이 없어서, 햇빛이 잘 들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다면 수경재배가 답이 될 수 있다.

진행, 사진 김이연 기자

작년 여름부터 시작해 베란다 텃밭 만들기 재미에 흠뻑 빠진 서울 대림동 한누리 씨네 집을 찾았다. 모 기업의 대리로 근무하고 있는 그녀는 고2 딸을 둔 엄마이자, 나름대로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거쳐 꽤 규모 있는 베란다 텃밭을 갖춘 도시농부다. 자동차가 즐비한 도로 바로 근처에 위치한 빌라 특성 상 토경 재배보다 수경 재배가 자신에게 더 잘 맞는 방법임을 찾았다고 한다. 식물의 생육 환경은 흙, 바람, 햇빛이 기본인데 물로만 키울 수 있다니 의아하다. 간단한 쌈채소 정도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한누리 씨에게 수경재배에 관한 다양한 조언을 듣고 수경재배에 필요한 재료까지 덤으로 챙겨올 수 있었다.

일곱 번 넘어져도 포기하긴 이르다

건강식이 트렌드처럼 떠오르면서 유기농이나 친환경 채소에 대한 관심도 드높아졌다. 아무래도 건강하게 키우려면 사람의 손길이 많이 가기 마련이라 마트의 유기농 채소도 몸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채소를 구입해도 한 번에 다 먹지 않으면 금방 시들해져서 버리기가 부지기수. 그래서 시작한 것이 베란다 텃밭이었다. 이미 수경재배로 텃밭을 가꾸고 있던 어머니의 조언으로 컵 채소를 하나둘씩 들이다보니 어느덧 보기 좋은 텃밭을 이루었다. 초보에게 상추가 가장 키우기 쉬운 채소라 하여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사전조사 없이 근처 학교에서 흙을 퍼 와 심었더니 괴사한 것이다. 그때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해 여러 정보를 알아보면서 키우기 시작했다. 채소마다 적합한 토질이 있고 영양분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를 키우는 것과 똑같다. 성장 시기마다 필요한 생장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지렁이 분변토를 섞은 배양토에 웃거름 식으로 비료를 주고 흙이 마를 때마다 물을 흠뻑 주었더니 쑥쑥 자랐다. 지금은 사라다나, 아바타, 버터넛, 버터 크런치 등 다양한 품종의 상추를 키우는 베테랑이 되었다. 몇 번 실패를 거듭했던 토마토도 가을쯤 파종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이번이 첫 성공이다. 레지나라고 하는 일본 토마토인데 미니 사이즈라 수경재배에 딱이다.

우리 집 베란다 환경에 어울리는 재배법을 찾는다
환경이 여의치 않으면 수경재배가 답이다

베란다 텃밭을 시작할 때는 모종이나 흙을 구입하기에 앞서 우리 집 베란다의 일조량과 통기성을 체크해봐야 한다. 생육 환경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영양분을 제공해도 건강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수경재배였다. 햇빛이 잘 들지 않고 대기가스 때문에 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워킹 맘인지라 바쁠 때는 채소를 돌볼 여력도 없었다. 베란다의 환경 조건만 보면 식물이 자랄 수 없는 공간일 것 같지만, 수경재배라면 가능하다. 수경재배는 말 그대로 흙이 아닌 물과 수용성 비료로 재배하는 방법이다. 날씨나 햇빛, 병충해 등 외부 영향에 구애받지 않고 사계절 내내 채소를 키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 물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누구나 집에서 간단하게 키울 수 있다. 그녀는 햇빛 대신  LED를 설치해 인공광원을 만들어준다. 식물이 좋아하는 적색, 청색, 백색이 좋다. 수경재배 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1) 먼저 채소 씨앗을 물에 하루 정도 불린 후 적신 솜 위에 두고 햇빛을 차단해주면 껍데기를 살짝 뚫고 나온 뿌리 싹이 보인다. 그것을 준비해 둔다.
2) 스펀지를 가로, 세로 3cm로 자른 후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만들어준다. 스펀지는 부드럽고 흡수가 좋은 것이어야 한다. 수세미의 거친 면을 떼어내고 부드러운 면을 사용해도 된다.
3) 씨앗의 뿌리 부분이 아래로 향하도록 하고 칼집을 낸 스펀지 속에 쏙 박아준다. 스펀지는 촉촉한 상태로 유지해준다.
4) 본잎이 3~4장 나오면 재배 키트에 끼워준다. 키트가 없으면 뚜껑이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거꾸로 든 상태에서 높이 5cm 정도로 자른다. 그 용기에 스펀지를 씨앗의 뿌리 부분이 아래로 향하도록 끼워준다.
5) 용기의 둘레에 맞는 컵을 준비한다. 컵에 물을 70% 정도 채우고 수용성 비료를 새끼손가락의 한 마디만큼 넣어서 저어준다. 준비된 플라스틱 용기를 컵 위에 얹어주고 속에 마사토를 채워준다.
관리 시 주의 점은 이끼다. 이끼가 끼거나 물이 탁해지면 물을 갈아주고 용기를 깨끗이 씻어준다. 장식용으로 수경재배를 하는 경우 창가에 두는 것보다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는 방 안에 두는 것이 좋다. 발육이 좋아 포기나누기가 필요할 때는 손으로 뿌리를 적당히 나누어 분리해 재배한다. 물을 줄기 위까지 가득 채워주면 과습으로 뿌리가 썩기 쉬우므로 산소가 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손쉽게 식재료를 따 먹을 때가 가장 큰 보람

몇 걸음만 옮기면 바로 따 먹을 수 있는 유기농 청정 채소가 우리 집 베란다에 있다는 것은 고맙고 즐거운 일이다. 먹으려고 키우는 채소이다 보니 가족들과 함께 텃밭 채소로 맛있는 요리를 해 먹을 때가 가장 큰 보람이다. 갑작스레 손님이 오면 급하게 식재료를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데, 가위만 들고 베란다에 나가서 똑 잘라 오면 되니 그것도 편하다. 육류와 곁들여 먹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물에 씻어서 바로 샐러드로 해 먹거나 겉절이를 만들기도 한다. 딸은 소화기능이 좋지 않았는데 채소를 자주 먹다보니 건강 문제도 말끔히 해결되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작물은 인삼, 블루베리, 허브 종이다. 인삼이나 블루베리는 수경재배 시 온도만 잘 맞춰주면 생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향이 좋고 꽃을 틔우는 허브를 키울 예정. 특히 간단한 미니 피자에 곁들이거나 차로 우려 마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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