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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애, 세 아이 엄마에 시부모 모시는 맏며느리로 살아온 이야기
손지애, 세 아이 엄마에 시부모 모시는 맏며느리로 살아온 이야기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6.05.04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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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CNN 서울 지국장-전 아리랑TV 사장
 

동양인 최초 CNN 서울 지국장부터 뉴욕 타임스 기자, 청와대 홍보 비서관, 최연소 아리랑 국제방송 CEO까지. 손지애를 표현하는 모든 수식어에는 항상 ‘최초’라는 단어가 따라붙는다. 가능성을 믿고 언제 올지 모를 기회를 잡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그녀의 파워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글로벌 저널리스트 손지애가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열정의 메시지.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인생은 질문과 탐색, 그리고 도전입니다.”
끝없는 도전의 이름이기도 한 손지애. 사계절 내내 문화의 꽃을 피우는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저서 <손지애.CNN.서울> 출간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2011년 아리랑 국제방송에서 최연소이자 최초의 여성 CEO로 발탁되어 여성의 파워를 보여 준 그녀는 현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지내고 있다. 그녀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성공 스토리는 어릴 적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가정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 딸 중 맏이인 그녀는 전통적인 교육보다는 개방적인 신식 가정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저희 집안 분위기는 굉장히 엄했어요. 다 같이 모여 식사할 때 부모님보다 먼저 수저도 못 들고…. 예의범절에 대한 교육을 중시했었죠. 반면 지적인 욕구,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욕심을 내는 데에서 부모님은 굉장히 오픈마인드셨어요. 자식 넷 모두 딸이었지만, 여자도 꼭 자기만의 일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저희를 키우셨지요. 어머니도 당시에는 보기 드물게 아버지와 함께 맞벌이를 하셨으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크고 작은 탐색과 도전의 과정

1950년대에 줄리아드 음대에 유학을 간 뒤, 평생 피아노를 연주하고 가르쳤던 어머니는 결혼 뒤에도 여자가 일을 가지는 길은 예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첼로를 가르쳤다. 그러나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그녀의 선택은 달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경제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갔다. 4년을 머무른 게 전부였지만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다.
“처음에는 저 역시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꽤 오랫동안 했어요.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기를 반복했죠.”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하나의 확신으로 그녀는 과외 선생이 되어 보기도 하고, 외교관이 되고 싶어서 공부에도 전념해 보았다. 또 한 번은 통역사가 되고 싶어 통역 아르바이트를 해 보기도 했으며, 번역가가 되고 싶어 하루 종일 앉아 책을 들여다보기도 한 그녀였다. 그렇게 대학 시절 내내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바쁘게 뛰어다닌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시도한 덕분에 그녀는 결국 대학 영자 신문사에서 적성에 딱 맞는 자기만의 길을 찾았다. 역동적인 기자라는 직업에 매료된 것이다. 이후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작은 영문 잡지 기자로 입사하며 글로벌 저널리스트의 꿈을 키웠다. 막연하지만 그 방향을 향해 착실하게 준비한 그녀는 크고 작은 탐색과 도전의 과정 끝에 마침내 동양인 최초의 CNN 지국장이라는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 누군가는 그녀를 행운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상에 와 닿지 못하는 이가 천지인 시대이니 그럴 법도 한데….
“둘 다 필요한 것 같아요.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데 안타깝게도 운이 안 따라 주는 사람도 있죠.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력 없이 운만 좋아 높이 올라간 사람은 결국 실력이 받쳐 주지 않아 곧 한계가 드러납니다. 성공한 사람의 행운 뒤에는 늘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겨져 있어요. 인생에서 행운도 필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그 행운을 잡기 위한 노력과 준비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해요.”
그녀의 성공 비결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도전 의식이다. 2010년 25년간의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돌연 공직 세계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던 손지애. 대변인으로서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대통령실 소속 해외홍보 비서관으로 일한 그녀의 행보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었다.
“CNN 지국장은 모두가 탐내는 자리지요.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곳에서 일했는데, 어느 순간 CNN에서 제가 무엇을 더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늘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에 목말라 있던 제게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은 솔깃한 역할이었어요. 한국에 대한 나쁜 뉴스만 전하다가, 이제는 한국에 대한 좋은 면을 부각해 보자는 마음도 컸고요. 제가 밟아 온 모든 자리 하나하나는 제 인생에 있어 값진 경험이 되었습니다.”

청와대에서 모유 짜는 여자

 

손지애는 역동하는 대한민국을 보도하는 기자임과 동시에 세 사이의 엄마이자 시부모를 모시는 맏며느리다. 여성이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도 많았을 터. 그도 그러한 것이 외신기자와 결혼한 그녀는 기자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유축기를 회사에 갖고 다니며 2시간에 한 번씩 모유를 받아야 했다. 세 딸을 모두 모유 수유로 키운 그녀에게도 분명 힘든 시기가 있었다.
“누군가 저에게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이토록 진 빠지고 초조함과 아픔의 연속이라고 미리 가르쳐 주었다면 절대 아이를 셋이나 낳지 않았을 거예요. 아마도 많은 미혼 여성이 결혼은 물론 출산을 주저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일 거예요. 20대 후반에 첫째를 낳고, 10년 후 둘째와 셋째를 낳았는데…. 출산의 고통을 그리도 극심히 느끼고서 왜 둘째, 셋째를 낳기 전에는 다 잊어 버렸던 것인지 전 정말 바보였어요.(웃음)”
그럼에도 그녀는 별 생각 없이 흔쾌히 부모라는 역할을 받아들이고 누구보다 잘 소화해 냈다. 세 아이를 키우는 것 역시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이를 통해 그녀는 좀 더 강해지고 더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제가 진정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 세 딸을 얻지 못했을 거예요.”
이에 그녀가 출산 시기를 고민하는 미혼 여성 직장인에게도 현명한 조언을 던졌다.
“이제 막 직장에 들어가 좀 인정받기 시작했는데…. 요즘 여성들이 왜 자꾸 출산을 미루는지 잘 알아요. 승진 후에는 ‘이제 막 승진했는데’라며 고민하겠지요. 출산하기에 완벽한 시기는 없습니다. 언제든 마음을 먹고 있어야 해요. 제 주위에 아이를 더 빨리 낳을 걸 그랬다며 후회하는 사람은 있어도 아이를 더 늦게 낳았어야 했다며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어요. 즉, 언제든 마음을 먹고 있어야 한다면 하루라도 더 빨리 낳는 게 좋겠죠.”

손지애만의 자녀 양육법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세 딸을 낳아 기른 것이라고 말하는 손지애. 그녀는 딸 셋을 사회에 득이 되는 사람으로 키웠다는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남다른 자녀 양육법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저희는 약간 방목형으로 아이들을 키웠어요. 대신 제가 부모님에게 배운 예의범절은 엄하게 가르쳤지요. 넘어져서 다칠까 봐 안절부절못하지도 않았고, 설사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나게 그냥 두었어요. 부모가 해 주어야 할 일,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잘 구분했던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아이들은 제 기준으로 너무 잘 자라 주었고, 지금도 그렇게 자라고 있습니다.”
밖에서 일하는 엄마들은 아무래도 아이들과 양적으로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그리고 미안한 마음을 덜기 위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사 주고, 아이를 위해서 비싼 과외를 시키는 등 물질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엄마들도 많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양육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 같은 경우 아이들과 지내는 짧은 시간은 진심을 다해 함께 보내려 했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부엌에 앉혀 놓고 같이 요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틈만 나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으로 가족 여행을 갔지요. 솔직히 집안이 조금 더러워지고 정리가 안 되더라도 제한된 에너지와 시간에 최선을 다해 함께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하고, 또 저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은 아이가 스스로 힘든 일들을 이겨 나가고,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손지애. 그렇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좋은 대학도, 직장도 아닌 사랑으로 무장시키는 것이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많은 사랑을 받고 느끼며 자라난 아이들은 어떠한 시련을 겪어 무릎을 꿇는 일이 있어도 다시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내 안에 머무르려는 너에게

어찌 됐든 그녀는 남보다 더 빡세게 노력하며 열심히 살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그녀보다 ‘덜’ 하더라도 모두 자신의 꿈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고 있다. 그러다 흔히 심리학자들이 하는 ‘자기 인생의 속도를 찾아라’, ‘밤을 경영하라’라는 말에 공감이 가도 계속 달려야 하니 딜레마에 빠지는 이들도 있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인생은 원래 힘들어요. 그러나 힘들게 얻은 것은 반드시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습니다. 너무 쉽게 얻은 것은 또 쉽게 나가는 법이에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어렵게 살 것이냐이지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고 어느 정도의 난관은 다 각오를 해야 합니다. 아무리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지만 너무 빨리 포기하지 마세요. 끊임없는 질문과 탐색이 행운을 잡을 기회를 가져오니까요. 내 안에 머무르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자신의 바운더리, 한계를 늘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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