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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4.·13 총선, 성난 민심이 대한민국의 변화를 명령했다
충격의 4.·13 총선, 성난 민심이 대한민국의 변화를 명령했다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6.05.05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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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4·13 총선은 성난 민심이 만들어낸 한편의 드라마였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하에서 160석은 물론 180석까지 바라봤던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에 한참 못 미치는 122석을 획득해? 123석의 더불어민주당에게 원내 1당 자리까지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16년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재연된 것이다. 양당체제 혁파를? 표방한 국민의당은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하면서 20년 만에 3당 체제를 만들었다.

글 오일만 서울신문 논설위원 사진 서울신문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2004년 탄핵 정국 때보다 더 혹독한 참패를 당했다. 2004년 수도권 전체 97석 중 40석(41.2%)을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전체 122석 중 35석(28.6%)에 불과했다. 헌정 사상 수도권에서 집권 여당이 기록한 최악의 패배였다.

중도층들의 반란-신의 한수 교차투표

승리자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지만 강력한 반(反) 새누리당 분위기 속에서 얻은 반사이익이란 측면이 강하다. 더민주는 원내 1당을 차지해 놓고서도 정당득표율에선 3위에 머물렀다. 텃밭인 호남에서의 완패는 참으로 감내하기 힘들 정도지만 수도권에서의 압승으로 수권정당으로서 체면을 세웠다. 국민의당은 호남을 싹쓸이하긴 했으나, 수도권의 심판 물결 속에서도 고작 2석을 얻는데 그쳤다. 20대 총선은 패자는 분명하지만 승자가 불명확한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이 같은 충격적인 결과는 새누리당 집권세력인 친박(친 박근혜)계의 독주와 오만과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방식에 반발한 중도 보수층들의 반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조차 무소속과 야당 후보자가 당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천과정에서 여론과 동떨어진 비박계 공천학살을 자행했고 민주국가에서 상상도 못하는 옥새 파동이나 대통령 존영 반환 소동 등을 지켜본 전통적 지지자들 상당수가 등을 돌렸다.
특히 민심의 심판을 주도한 것은 바로 정치참여적 중도층으로 볼수있다. 통상 유권자의 30~40%는 특정 정당에서 자유롭고 지지정당을 바꾸거나 때로 투표를 포기하는 무당파로 분류된다. 이들 중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부류가 기존 야권 지지자에 합세해 정권 심판에 급격하게 힘을 싣는 모습이 관찰됐다. 선거 기간 새누리당 지지기반인 대구ㆍ경북(TK)과 부산ㆍ경남(PK)의 5060세대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정권심판론이 상승했으며, 수도권 및 40대 중간층에서도 정부 지지자들의 이탈이 늘어났다.

전면에 나선 정권 심판론-더민주 국민의당 반사이익
 

▲ 더민주당

이들은 정권심판을 위해 더민주를 전략적으로 지지해줬지만, 정당 투표에선 기존의 지역질서에 안주하려는 더민주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기존 기득세력들이 장악한 정치권의 변화를 강력히 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정치에 분명 손을 들어주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더민주당을 지지하는 균형 감각도 엿보인다. 더민주가 반란을 일으킨 부산에서도 더민주(26.6%)와 국민의당(20.3%) 정당득표율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중도층이 교차 투표로 오만한 권력을 심판하고 새로운 변화를 부르짖었다는 의미가 크다.
이 흐름을 주도한 중도층의 실체는 여론조사에서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여론기관들의 선거 예측은 거의 대부분 정확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들은 당원으로 제도권 정치권에 편입되지 않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포착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생활 현장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말없는 서민·중산층들이 대다수다. 경제 불황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비정규직 근로자거나 자영업자, 또는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는 청년 실업자는 물론 40~50대에 사회에서 조기 퇴출된 퇴직자들이 대다수를 형성한다.
4·13 총선은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 성난 민심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먹고사는 경제의 문제로 집약된다. 박근혜정부가 표방한 구호성 경제정책에 염증을 내고 경제성장의 단물을 독식하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활성화 정책에도 반대 의사를 보냈다. 성장의 혜택이 대기업에 머물지 않고 골고루 나눠져야 한다는 야당의 경제민주화나 공정성장을 누구보다 지지하는 세력으로 볼수도 있다.
이번 총선은 민심의 깊숙한 속마음을 외면하고 야권 단일화나 지역감정을 건드리는 지역주의나 북풍에 기댄 색깔론 등의 정치공학적 접근법에 대한 유권자들의 단죄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정치문법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는 준엄한 심판인 것이다.

희비 엇갈린 대선주자들

20대 총선 결과에 따라 여야의 대선주자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유력한 차기 주자들이 원내 입성에 고배를 마시거나 총선 패배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새누리당에선 20대 총선이 잠룡들의 ‘무덤’으로 변했다. 반면 야권 주자들은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일제히 '대선 앞으로'를 외치는 형국이라 이래저래 정치권은 대선 무드로 접어들고 있다.
자타공인 새누리당의 1순위 주자였던 김무성 대표는 총선 참패로 대선 가도 자체가 험난해졌다. 자신의 텃밭이자 대선 교두보인 부산 유세전에서 “20대 국회가 정치 인생의 마지막이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지만 야당의 돌풍을 막지 못했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조사에서 김 대표와 선두를 다투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낙마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더민주 중진인 정세균 의원을 꺾고 화려하게 재기해 큰 꿈을 노린다는 오 전 시장의 대선 플랜은 당분간 빛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선주자 물망에 오르내리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여권 텃밭인 대구 수성갑에서 더민주 김부겸 전 의원에게 패배하면서 정치 생명 자체가 위험해졌다. 득표율 37.7%로 김부겸 전 의원에 25%포인트 격차로 완패한 것이다.
친박(親박근혜)계의 지원을 받으며 원내 입성을 노렸던 ‘거물’ 안대희 전 대법관 역시 금배지와 함께 대권의 꿈도 사그라졌다. 원외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잠룡으로 분류되지만 측근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 원내 교두보 마련에 실패했다.

김무성 오세훈 휘청-유승민 반기문 기대감 높아져

반면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친박계의 집중 견제를 당했던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 이다. 그는 건전한 보수세력의 아이콘으로 당당하게 자리잡으면서 향후 비박계 수장으로서 김무성 전 대표의 위상을 승계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화이트 칼라로 분류되는 중산층이나 중도 보수층에서 지지세가 강하다.
장외에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커졌다. 반 총장 자신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주자들을 압도하는 지지율을 보이면서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이 됐다. 더욱이 이번 총선으로 대다수 여권 잠룡들이 날개가 꺾이면서 장외 반 총장의 주가가 치솟는 분위기다. 올 연말 그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시점을 전후로 반기문 대망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양날의 칼 문재인과 도약대에 선 안철수

▲ 국민의당

20대 총선은 야권 대선 지형 자체를 변화시켰다.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던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호남 참패와 수도권 승리의 교차점에 서 있다. 총선 국면에서 당 지도부의 우려에도 불구, 두 차례나 호남을 찾아 무릎까지 꿇었고 과거 총·대선 패배 등을 사과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호남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호남권에서 인정받지 못한 대선주자가 성공한 예가 없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분명 악재로 보인다.
하지만 수도권 승리의 주역 중의 하나로 대권주자로서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도 많다. 총선 이후 대선주자들의 여론지지도에서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20대 총선에서 이른바 친문(친 문재인) 계가 대거 국회에 입성한 것도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 문재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사실상 파문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호남 민심의 변화 정도에 따라 대권 가도의 양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입지는 강해졌다. 야권 주자로서 필수 관문이 호남 민심을 등에 업었고 비례투표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38석의 원내 교두보를 확보하는 성공을 거뒀다. 이번 총선에서 중도 보수 지지자들이 대거 국민의당을 지지하면서 안철수 대표의 대선가도의 외연성은 더욱 넓어졌다. 야권의 심장인 호남과 중도 보수의 지지를 받음으로써 양당체제에 염증을 내는 유권자들을 원군으로 삼게 된 것이다. 여야를 넘나드는 그의 파괴력은 그 어떤 대선주자들보다 강점으로 꼽히지만 제3당의 수장으로서 안착하지 못할 경우 양면의 칼날로 그를 위협할 개연성도 크다. 막연한 슬로건 정치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정책 정당으로서 자리매김하지 못할 경우 양당의 견제로 사면초가에 빠질 위험도 상존한다.

안희정 김부겸 약진, 박원순 주춤

대선주자 반열에 끼지 못했다가 일약 잠룡으로 떠오른 인물이 있다. 대구에서 더민주 깃발로 승리를 이끌어 낸 김부겸 당선자다. 경기 군포에서 3선을 하다 지난 19대 총선을 통해 대구로 내려온 김 당선자는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했지만 대한민국에 고착화 된 지역주의를 깨기 위한 대표주자로 떠올랐고 3번째 도전 끝에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지역감정 타파의 주역으로서 그의 입지가 탄탄해졌다. 김 당선자는 과거 한나라당에서 활동한 바 있기에 중도·보수층에도 거부감이 없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간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당내 역학관계상 20대 총선을 계기로 강화될 여지도 충분하다.
차기 대선주자로 꾸준히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여전히 잠룡으로 분류되지만 정치권에 지지 세력이 적어 교두보 확보가 어렵고 시장직 임기도 남아 있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는 이번 총선에서 그의 측근들이 상당수 원내 진출에 성공해 정치 세력화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친노 세력의 좌장격인 문재인 전대표가 대선가도에서 궁지에 몰릴 경우 충청대망론을 등에 업고 구원투수로서 등판할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충남지사로서 탄탄한 도정 운영 경험이 장점이고 친노 핵심이이면서도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실사구시 정치인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4·13 총선 진기록들

4·13 총선 당선자 300명 중 초선 의원의 비율은 44%(132명)로 집계됐다. 의원 10명 중 4.4명 꼴로 물갈이가 된 셈으로, 16대 국회 때의 40.7% 이후 가장 낮은 물갈이 비율이었다. 정당별 초선은 새누리당이 122명 중 45명(36.9%)으로 여야 4당 가운데 가장 낮았고, 더불어민주당(46.3%), 국민의당(60.5%), 정의당(66.7%) 순이었다.
20대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여성 후보자 98명 중에선 26.5%인 26명이 금배지를 달았다. 앞서 14대 국회까지 ‘가뭄에 콩 나듯’ 했던 여성 지역구 당선자는 15대 2명, 16대 5명, 17대 10명, 18대 14명, 19대 19명 등으로 증가한 뒤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20명을 넘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은 16명의 여성 후보 중 6명만 당선됐다. 서울 동작을에서 나경원 당선자가 4선 고지에 올랐다. 이혜훈(서울 서초갑)·박순자(경기 안산단원을) 당선자는 각각 3선 의원 반열에 합류했다. 박인숙(서울 송파갑)·이은재(서울 강남병) 당선자는 재선에 성공했다.
더민주는 25명의 여성 후보 중 무려 17명이 승리했다. 서울 광진을에서 5선에 성공한 추미애 당선자는 헌정 사상 최다선 지역구 여성 의원으로도 기록됐다. 박영선(서울 구로을) 당선자는 4선, 유승희(서울 성북갑)·김상희(경기 부천소사) 당선자는 각각 3선에 올랐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전현희 당선자는 이변을 연출하며 18대에 이어 재선 의원이 됐다.
국민의당은 여성 후보 9명 중 2명이 당선되는 데 그쳤다. 16·17·18대 의원을 지냈던 조배숙(전북 익산을) 당선자는 4선 고지를 밟았으며, 권은희(광주 광산을) 당선자는 재선에 성공했다. 정의당도 6명의 여성 후보 중 유일하게 심상정 대표만 경기 고양갑에서 당선돼 선수를 3선으로 늘렸다.
이번 총선을 통해 갖가지 기록도 쏟아졌다. 최다선은 새누리당 서청원(경기 화성갑) 당선자로 8선 고지에 등극했다. 최고령은 1940년생으로 만 75세인 더민주 김종인 비례대표 당선자이며, 최연소는 1986년생으로 만 29세인 국민의당 김수민 비례대표 당선자다.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무려 46세에 이르며, 김수민 당선자는 헌정 사상 최연소 비례대표 의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고 득표율은 새누리당 김종태(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당선자로, 77.65%였다. 2위는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대구 동을) 당선자로 75.74%의 득표율을 보였다. 새누리당 정유섭(인천 부평갑) 당선자는 국민의당 문병호 후보를 26표라는 최소 득표 차로 따돌리고 신승했다.
새누리당 이군현(경남 통영·고성) 당선자는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나 홀로 후보’로 등록해 무투표 당선됐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인 곳은 고성(34.8%)이었고, 최고 투표율 지역은 경남 하동으로 71.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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