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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의 사춘기 자녀 양육법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의 사춘기 자녀 양육법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6.05.06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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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가 빨리 찾아왔다는 의미의 ‘3.5춘기’부터 사춘기의 정점인 중학교 2학년을 일컫는 ‘중2병’까지…. 십대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해 가고 있다. 처음 아이를 낳아 행복했던 기억은 온데간데없고, 매일 아이와 실랑이하느라 힘이 쭉 빠진다는 하소연도 들려온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느라 괴로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부모라면 아주대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의 양육법에 귀 기울여 보자.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조선미 교수는 아주대 의대 교수로,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 평가와 치료 프로그램, 부모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EBS <60분 부모>, <달라졌어요>에 육아 전문가로 출연하며 부모들 사이에서 ‘부모 멘토’로 불리고 있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막연한 원칙이 아닌 현실적이고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러한 것이 조 교수는 심리학자임과 동시에 아들과 딸 두 아이를 둔 부모이기도 하다.
특히 두 아이가 십대에 접어들며 사춘기를 겪을 때 자녀와의 소통에서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 그는 저서 <엄마의 품격>을 통해 성장하는 십대를 지혜롭게 품어 주는 양육법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자신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십대 아이의 양육 원칙과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 그가 직접 겪은 일화를 중심으로 한 조 교수의 이야기는 여타 부모들에게 100%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한 성찰을 끌어 내 아이와 더불어 부모도 함께 성장하게끔 도와준다.

십대 아이의 양육법은 영유아기 때와 달라야 한다

질풍노도의 십대 아이. 부모들은 흔히 자녀들이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 급격하게 변한 아이로 인해 심적 고통을 겪는다. 늘 엄마의 말을 잘 듣고 따랐던 아이가 어느 날 눈을 부릅뜨고 대들기 시작해 자존심을 상해하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아이의 모습 뒤로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한다. 조 교수 역시 그랬다. ‘전문가도 우리랑 똑같구나!’는 묘한 안도감이 들 정도로 그의 경험담은 여타 부모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곧 사춘기 아이와 부모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가 어디에서 오는지 찾았다는 것이다. 원인은 시기별 양육법에 있었다. 
일반적으로 영유아기 때는 부모가 아이를 무조건 돌보아 주는 것 위주로 양육한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 아주 세심한 것까지 많은 결정을 해 준다. 그러나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쯤 되면 엄마는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무엇을 해 주려고 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혼자 해내도록 지켜볼 줄도 알아야 한다. 영유아기 때와 십대 아이의 양육법이 확연히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별 양육법의 차이를 모르니 아직도 자녀를 통제하려는 엄마와 무엇이든 자기 스스로 해 보려는 아이들 간에 다툼이 생기는 거죠. 십대 아이를 키우다 겪는 수많은 어려움도 바로 이러한 문제에서 오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처음부터 아이가 자발적으로 해 나가길 바라는 부모의 성급한 마음도 문제입니다.”

엄마는 너무 불안해한다

자녀가 크면 클수록 부모는 아이에게 바라는 점이 많아진다. 크게는 학습적인 면에서 거는 기대와 일상생활에서의 습관으로 나뉜다. 먼저 “학원은 왜 안 갔니?”, “학원은 갔다 왔는데 왜 숙제는 안 하니?”, “숙제는 안 하고 왜 자꾸 게임만 하니?”와 같이 엄마들이 반복적으로 아이에게 건네는 말의 원인이 첫 번째 학습적인 면에서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아이가 먹고 씻는 모든 것을 엄마가 대신해 주다가 많은 것을 아이에게 맡기면서 “왜 벗은 옷을 제자리에 안 두니?”, “먹었으면 치워야지!”와 같은 잔소리를 계속하기도 한다. “아이가 십대에 접어들면 엄마는 위 두 가지를 아이에게 넘기면서 스스로 하길 바라는데요. 많은 아이들이 엄마가 거는 기대만큼 잘 해내지 못해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이 커집니다.”
이쯤 되면 많은 부모들이 혼란을 겪는다. 무엇을 아이가 스스로 하게 해야 하며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 혹은 정말 내버려 두어도 되는 것이며 옆에서 도와주었다가 아이가 더 크지 못하면 어쩌나 불안해하는 것이다.
“사실 이 시기에 부모가 아이와 안 부딪히는 게 이상한 거예요. 아이가 지나치게 말을 잘 듣거나 부모가 아무런 통제를 안 한다? 둘 다 평균적이지 않기 때문에 건강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집집마다 같은 문제로 다들 힘들어해요.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와 자녀 모두 자연스럽게 겪고 넘어가는 통과의례와 같은 일에 너무 혼란스러워하거나 불안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신 그는 사춘기 때의 아이에게 무엇을 허용하고 어느 정도 통제할지에 대한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기준은 반드시 아이의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학습지 한 쪽을 풀어오라고 시켰는데 반 쪽만 하고 나왔다 칩시다. 엄마는 이때 아이에게 ‘한 쪽은 다 하고 놀자!’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러다 아이가 어느 정도 학습지 한 쪽을 푸는 일이 익숙해졌다 싶으면 한 쪽 반, 두 쪽, 세 쪽 식으로 늘려 가면 됩니다. ‘이거 다 안 하면 못 놀아!’라는 식의 대화는 아이의 학습 결과를 오히려 나쁘게 하고 엄마는 계속 화만 내는 사이클을 반복하게 하지요.”

엄마와 아이의 대화 차이

 

부모가 자녀의 입장에서 기준을 세우지 않거나 어른의 관점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둘은 대화를 할 때도 사소한 오해를 나을 수 있다. 특히 미숙한 단계에 있는 십대들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할 때도 그저 막연하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엄마가 아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대처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그 나이 때 참 하고 싶은 일이 많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이는 부모도 마찬가지다.
“가령 아이가 어느 날 엄마에게 ‘나는 앞으로 커서 의사가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봅시다. 엄마는 아이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의사가 되려면 지금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지’라는 식의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혹은 아이가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그래? 그럼 운동을 열심히 해야지’라며 꼭 한마디 받아친 후 억압하려 들지요. 그냥 놔두면 되는데…. 사실 아이들의 꿈은 12번도 더 바뀌어요. 일단 아이가 뭘 하고 싶다고 하면 그대로 두고 다소 불안하더라도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게 하세요. 부모가 어른의 시각으로 자꾸 아이를 보니 아이가 무엇을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조차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아이가 옷을 너무 얇게 입고 나가려 해 싸운 경험은 여느 부모에게나 있을 터. 이럴 경우에도 엄마는 두껍게 입고 나가라는 잔소리 대신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를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괜히 잔소리해 봤자 애와 싸우기만 해요. 자신이 직접 옷을 얇게 입고 나갔다가 추워서 힘들어 봐야 다음부터 스스로 옷을 잘 챙겨 입고 나가게 됩니다. 자녀가 10대 때는 무슨 결과든 직접 겪게 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엄마가 불안해서 자꾸 통제하려고 하면 애는 계속 엇나가고 엄마 탓만 하게 됩니다.”
특히 엄마가 딸보다 아들과 대화할 때 말이 안 통한다며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문제는 사춘기 이후 남성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면 쉽게 풀 수 있다. 아들과 딸 두 아이를 키운 조 교수는 사실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만 해도 아들과 딸의 양육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 아들은 얌전하고 딸은 활발하다는 성격의 차이만 있을 뿐. 그런데 각 아이가 십대에 접어들면서 성호르몬이 나오자 차이는 확연하게 벌어졌다. 딸보다는 아들의 변화가 더욱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생각이 매우 단순해졌다. 두뇌의 70%는 게임, 30%는 치킨과 피자인 시기가 온 것이다. 언어 능력이 저하되는 것에 반해 성이나 활동, 서열에 대한 욕구는 굉장히 활성화되었다.
“이때 엄마가 아들에게 화를 많이 내는 이유는 대답을 잘 안 하기 때문이에요. 남자는 본래 한 번에 여러 가지의 일을 못 하기 때문에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엄마가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들의 행동에 민감해 하면 매듭을 풀기 더욱 어려워져요. 좀 더 아이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요구됩니다.”

혼내기와 화내기

질풍노도의 시기 아이에게는 부모의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다고 객관적으로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도 마냥 눈을 감아 줄 수는 없는 법. 가끔은 훈육이 중요시 될 때도 있다. 문제는 또 ‘어떻게’ 혼을 낼 것인가이다. 실제로 많은 부모가 바로 이 부분에서 가장 힘들다고 느낀다. 훈육 상황은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상태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꽤 난이도가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분노를 다스려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아이가 실수로 그릇을 떨어뜨렸을 때 그 순간 바로 느끼는 감정은 아이가 다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 산산조각이 난 그릇이 바닥에 널려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 아이의 조심성 없는 행동이 원인이라는 생각에 바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화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지금 바로 버릇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훈육한답시고 소리치지만, 곧 자신이 과했다는 자책이 뒤따른다. 자신이 나쁜 엄마인 것만 같아 죄책감에 잠 못 이루는 날도 많을 터. 왜 이렇게 훈육은 힘든 것일까? 조 교수는 훈육 상황에서 불현듯 딸이 내뱉은 한마디에서 그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냈다.
“그날도 늘 그렇듯 사소한 일로 딸을 야단치는 중이었어요. 제 목소리가 커지자 아이 표정도 점차 사나워지더니 문을 쿵쾅거리며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거예요. 너무 화가 나서 ‘너 이런 거 어디서 배웠어? 학교에서도 선생님한테 이러니?’라고 큰소리쳤더니 딸이 하는 말이 ‘선생님은 엄마하고 달라. 혼은 내도 화는 안 낸다고!’였어요. 그 말이 1% 남아 있는 뇌의 전두엽에 꽂혔습니다.”
이후 그는 혼내는 것과 화내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일단 사전을 찾아보았다. 혼내다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심하게 꾸지람을 하거나 벌을 주다’이었고, 화내다는 ‘(어떤 사람이)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노엽고 답답한 감정을 드러내다’라고 적혀 있었다. 얼핏 봐서는 어떤 차이인지 알기 어려웠던 그는 학교 선생님은 아이를 어떻게 혼낼까 고민을 거듭했다. “차이는 무엇에 대해 감정을 표출했느냐에 있더라고요. 꾸짖거나 벌을 줄 때는 보통 잘못한 행동이 표적이 되지만, 화를 낼 때는 잘못된 행동과 더불어 상대에 대한 감정을 쏟아내지요. 숙제를 안 했을 경우 선생님은 그 행동만을 혼냈던 반면, 저는 아이에 대한 감정까지 쏟아냈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제가 아이에게 전하려는 메시지의 의미도 왜곡됐고요.”
도리어 딸에게 큰 가르침을 받게 된 조 교수. 아이가 크는 만큼 엄마도 함께 성장한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공감이 간다. 흔히 부모들이 십대 자녀와 겪는 문제도 아이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가 아닐까.
“아이와 더불어 산다는 것은 아이를 성장시키며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세요. 부모로서 매일 조금이라도 성장할 것,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많이 웃을 것. 그러다 보면 삶이 풍부해지고 전보다 웃는 일이 훨씬 많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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