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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어 에일의 독특한 맛, 뒤셰스 드 부르고뉴 ★★★★☆
사우어 에일의 독특한 맛, 뒤셰스 드 부르고뉴 ★★★★☆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6.05.10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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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술, 와인 아냐?”

술맛을 보고선 급히 병을 다시 쳐다보게 만든 맥주는 벨기에 맥주인 ‘뒤셰스 드 부르고뉴(Duchesse de Bourgogne)’. 1482년 승마사고로 사망한,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공국의 공작부인 마리에게 헌정하는 맥주로, 벨기에 서부 플랑드르 지방에 위치한 페르허 양조장 작품이다.

뒤셰스 드 부르고뉴는 최근 인기 높은 벨기에 사우어 에일(Sour Ale), 그 중에서도 플랜더스(플랑드르) 레드 에일에 속한다. 자연발효를 특징으로 하는 벨기에의 람빅(Lambic)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플랜더스 에일은 람빅과는 또 다르다.

플랜더스 에일은 적갈색의 레드 에일로서 19세기 영국 다크 포터의 인기에 힘입어 시도된 맥주이다. 람빅이 뜨거운 맥아를 식히는 과정에서 창문을 열어 바람을 타고 냉각조로 들어오는 야생 효모와 박테리아로 자연발효 시킨다면, 플랜더스 에일은 연한 색과 짙은 색의 보리 맥아를 혼합한 맥아에다 양조장에서 블렌딩한 효모와 건강한 락토바실루스균이 포함된 박테리아를 인위적으로 주입한다.


뒤셰스 드 부르고뉴는 ‘벨기에의 버건디’라 불릴 만큼 오크통 속에서 최대 18개월 숙성되는데, 농도와 균형감을 위해 8개월 숙성된 에일과 블렌딩 되어 출시된다. 첫맛으로 시큼한 맛이 강한데 거부감 없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신맛이다. 가벼운 목 넘김이지만 마실수록 빠져 드는 깊은 풍미가 느껴지며 드라이 한 맛으로 마무리 된다. 과연 공작부인에게 헌정할 만한 맥주답다.

원료 및 첨가물은 물 맥아 정제설탕 호프 이스트이다. 포도가 원료로 사용되지 않았음에도 포도 향을 비롯해 각종 과일향이 느껴지며 청량감이 좋다. 알코올 함량은 6%. 거품은 한없이 부드럽고 맥아의 떫은맛은 거의 사라져 캐러멜 같은 달콤한 향으로만 남았다. 민감한 사람이라면 오크향, 바닐라향, 구운 빵 향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와인맥주’로도 불리는 이유가 발포성 레드 와인 맛 또는 펀치 맛에 가깝기 때문일 터인데 실제 맛은 그보다 더 복합적이다. 결코 온전하게 다 표현할 수 없는 여러 맛들은 아마도 피노 누아르 와인을 담았을 오크통, 그리고 그 속에서 박테리아가 빚어낸 신비한 숙성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맥주인지 와인인지 정체성이 조금 의심되며 시큼한 맛이 유난히 강조되는, 아직은 비주류인 사우어 에일. 하지만 그 맛이 뒤셰스 드 부르고뉴 정도라면 사우어 에일의 팬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술은 쓴맛이 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당들이라면 뒤셰스 드 부르고뉴가 많이 섭섭할 수도 있다.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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