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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랍떡과 토종벌의 꿈, 양평착한떡마을 최종호 대표
밀랍떡과 토종벌의 꿈, 양평착한떡마을 최종호 대표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6.05.10 0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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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사라져 가는 토종벌, 점점 구하기 힘든 토종꿀로 꿈을 펼치는 사람이 있다. 양평에서 토종벌을 키우며 그 부산물인 밀랍으로 밀랍떡을 생산, 판매하는 양평착한떡마을 최종호 대표가 그다. 서울 동대문과 인사동에 각각 ‘리틀 파머스’ ‘토종벌의 꿈’이란 가게를 내어 가치 있는 먹거리 살리기에 애쓰고 있는 그를 만났다.

취재 백준상 기자  사진 김도형 기자

지난 3월 중순 서울 동대문 부근에 새로 문을 연 한 백화점의 슬로우 카페 ‘리틀 파머스’에서는 ‘밀랍떡’으로 만든 제품들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밀랍떡은 벌들이 꿀을 먹고 나무 등에서 채취한 수지성분을 합쳐 벌집을 만드는 재료인 밀랍을 떡에 발라 기능성을 높인 것이다.
이 카페에서 밀랍떡은 기존 형태가 아니라 와플과 피자 형태로 나왔는데, 밀가루 반죽 대신 고운 색상의 쑥밀랍떡, 현미밀랍떡, 흑미밀랍떡을 와플기로 굽고 야생화꿀과 크림치즈, 딸기를 그 위에 올린 ‘허니 와플’은 기존 와플보다 고급스럽고 독특한 식감과 맛으로 주목을 끌었다.
구수한 맛을 내는 현미밀랍떡을 도우로 사용한 ‘리소 피자’는 100% 임실치즈와, 아카시아꿀을 사용하고 새송이버섯 샐러리 고추로 만든 장아찌를 토핑으로 올려 한국적인 맛으로 자꾸 입맛을 끌어당겼다.
“많이 파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 밀랍떡을 얼마나 널리 알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고, 우리 농민들에게도 우리 농산물을 가공하고 향토음식을 메뉴화, 상업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으니까요. 밀랍떡은 생물다양성재단에서 추진하는 ‘맛의 방주’ 프로젝트에 등재될 정도로 우리가 꼭 지켜내야 할 향토음식입니다.”

토종벌 밀랍을 활용한 떡 가공품, 밀랍떡
 

▲ 밀랍떡과 벌꿀제품, 원액농축제품들

경기도 양평군 산음리의 마을기업인 양평착한떡마을(주) 최종호 대표는, 맛의 표준화와 세계화된 미각의 동질화를 지양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 문화를 추구하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에 동참하는 양평의 소규모 다섯 농가들을 대표하고 있다. ‘리틀 파머스’에서 사용된 밀랍떡은 이 농가에서 만든 것이다.
밀랍떡은 경기도 양평지방의 전통 떡으로 산골마을 할머니가 손자들 간식거리로 찰떡을 만들 때 토종꿀을 내리면서 걸러둔 밀랍을 발라 구워먹던 겨울철 향토음식이다. 친환경찹쌀과 산음리의 야생 쑥에 신안 마하탑 소금으로 간을 하고 토종벌 밀랍과 들기름을 두른 친환경적인 전통 먹거리인 것이다.
떡에 밀랍을 바르면 밀랍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배어 나와 떡의 풍미를 더해주며 소화도 잘 된다. 천연성분인 밀랍이 가지는 항균효과로 보관기간이 길어지며 떡의 식감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우리 떡의 원래 모습이 어땠는가에 관심이 갔어요. 인사동에서 파는 떡들은 일본 사람들 맛에 맞춰놔서 뒷맛이 개운치 않았거든요. 양평 밀랍떡은 우리 떡의 가장 전통적인 모습이고, 상업화를 위해 차선으로 떡의 형태는 바꾸어도 맛은 지키고자 했어요. 젊은이들과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것을 보면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인사동 쌈지길에 운영하는 ‘인사동 꿀가게’에서 이처럼 밀랍떡 응용 제품들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사동 꿀가게와 리틀 파머스에서는 밀랍떡 제품만이 아니라 토종꿀 야생화꿀 아카시아꿀 밤꿀 등 벌꿀과, 대추꿀차 생강꿀차 오디고 도라지고 등 꿀 함유상품, 그리고 칡청 도라지청 고로쇠시럽 등 원액농축상품도 판다. 모두
고로쇠시럽은 고로쇠 수액을 첨가물 없이 감압기를 사용해 진공 농축한 제품으로 관심을 모은다. 토종꿀 상품은, 밀랍떡 제품에 사용되는 밀랍과 더불어 꿀을 제공하는 토종벌을 키우기에 큰 관심을 지닌 최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생산한 것이다.

토종꿀과 가치 있는 먹거리를 위해

밀랍떡 상품들은 엄밀하게 말하면 최종호 대표의 토종벌 키우기 부산물로 탄생했다. 꿀 한 가지로는 다양성이 부족해 자연스레 꿀 가공품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는 2008년부터 양평 산음리에서 토종벌 양봉 농장인 ‘토종벌의 꿈’을 운영해 오고 있다.
최 대표는 원래 서울에서 20년 이상 입시학원을 운영했던 학원장이었다. 그동안의 타성을 깨기 위해 귀농을 결심했고, 유기농으로 유명한 괴산군에서의 1년간 예비귀농 시 토종벌을 접하고는 양평에 자리를 잡아 토종벌을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멸종해가는 우리의 토종벌과 토종꿀을 부활시키려는 그의 꿈은 현재 큰 난관에 봉착해 있다. 토종벌에 치명적인 병이 2010년 전국으로 확산되며 국내 토종벌의 80% 이상이 죽으며 토종벌 사육농가의 95%가 파산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병의 유행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으며 토종꿀 생산이 달려 한 통에 10만 원 정도 하던 토종꿀이 지금은 6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최 대표도 무료로 진행하던 토종벌 체험을 중단해야 했고, 상품 생산을 위해서는 일반 양봉 꿀도 추가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한국 토종벌은 오래 전 유럽에서 들여와 토착화된 일반 양봉 벌과는 달리 동북아시아 재래종 벌로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져 있다.
토종벌은 크기가 작아 작은 꽃들을 선호하고, 밀원을 옮겨 다니지 않으므로 같은 장소에서 한 해 동안 피는 모든 꽃의 꿀이 섞여 있어 맛과 향이 독특하고 약성이 좋다. 서리가 와서 벌의 활동이 멈춘 늦가을에 한 번만 채취해 다른 꿀에 비해 농도가 진하지만 농가의 채산성 면에서는 불리한 면도 있다.
“토종벌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토종벌은 사는 곳이 마음에 안 들면 산으로 도망을 잘 갑니다. 그런 놈들을 사육한다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자칫하면 지구상에서 종 하나가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토종벌은 개인적 사업 영역을 떠나 공익적 가치가 있는 생물입니다. 토종벌이 잘 살아남고 어려움들이 극복되길 바랍니다.”
최 대표는 그런 마음에서 자연의 순리에 맞게 농사짓고, 인간과 자연과 지구의 행복한 공존을 추구하는 슬로푸드 운동에 열심이다. 토종벌의 꿈을 실현하는 일이 쉽진 않지만 그 꿈마저 일은 것은 아니다. 그의 태도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가치 있는 먹거리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가치 있는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대중들이 함께 할 때 우리에겐 토종벌도 돌아오고 밀랍떡도 우리의 먹거리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게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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