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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명문 월넛 힐 아트스쿨, 안토니오 비바 교장 방한 인터뷰
미국의 명문 월넛 힐 아트스쿨, 안토니오 비바 교장 방한 인터뷰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6.05.13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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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창의적인 융합형 인재였던 스티브 잡스에 이어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한 요즈음. 유독 자문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과연 한국에서도 알파고를 능가할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창의적인 능력이 중요해진 현 사회에서 정작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예술 교육이다. 미국의 명문 예술고등학교로 알려진 월넛 힐 아트스쿨의 안토니오 비바 교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월넛 힐 아트스쿨(Walnut Hill School for the Arts)은 1893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설립된 명문 예술 보딩스쿨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피아니스트 박혜선과 멕시코 가수 베이 이바라(Benny Ibarra), 패션디자이너 잭 맥콜로(Jack McCollough), 영화배우 브리가 힐런(Briga Heelan)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졸업한 예술고등학교로 유명하다. 아티스트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발레, 재즈 등 댄스와 피아노, 보컬, 작곡 등 음악, 연극, 뮤지컬, 감독뿐 아니라 그림, 사진과 같은 비주얼 아트를 비롯해 시나리오, 미디어아트 등 예술과 관련된 전반적인 것을 가르치고 있다.
안토니오 비바(Antonio Viva) 교장은 이러한 아트스쿨을 총괄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일종의 디렉터이다. 지난 3월 12일 드림아이에듀가 주관한 행사에, 아트스쿨의 교장답게 밝고 환한 미소로 등장한 그는 첫 방한인 만큼 기본적인 한국어 습득에 꽤 신경 쓴 모습이었다. 월넛 힐 아트스쿨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한국 학생들의 작품 전시회도 함께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인사하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는 인사치레에 공을 들였다.
잠시 <퀸>과의 인터뷰를 위해 바쁜 시간을 할애한 안토니오 비바 교장. 사려 깊게도 기자에게 건넨 그의 명함도 모두 한국어로 기재되어 있었다.
“월넛 힐 아트스쿨에서는 창조성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존중과 존경을 표현하는 것을 매우 중요시합니다.”

예술 교육의 중요성

세상은 갈수록 더욱 격동의 시대를 맞고 있다. 기업들은 창조성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력을 갖춘 지원자를 찾고 있으며, 대학들은 인문학적인 지식과 테크놀로지 능력이 결합된 창의적인 융합형 인재를 키우기 위해 아우성이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채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사고의 폭이 넓고 유연한 사람을 인재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학생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근본이 되는 예술 교육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예술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창조적인 인재를 거듭 요구하는 한국에서는 입시를 위해 국어와 영어, 수학, 사회, 과학 교육에만 투자할 뿐 예술을 교육하는 데 있어 소홀히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안토니오 비바 교장 역시 이러한 한국 교육 풍조에 대해 아쉬움을 내비쳤다.
“종종 학생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예술적인 과정을 탐구할 충분한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미래 사회는 호기심 많고 적극적으로 배우는 인재를 원합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이렇게 키워 내는 교육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때예요.”

창조성을 이끌어 내는 법

그렇다면 예술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창조성은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는가? 그에게 창조적인 교육법에 대해 물었다. 월넛 힐 아트스쿨의 교육 방식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월넛 힐 아트스쿨에서는 학생들이 최대한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뮤지엄 오브 아츠(Museum of Fine Arts)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Boston Symphony Orchestra)가 있는 보스턴에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학교의 특성상 저는 간혹 학생을 데리고 사진 전시회를 보러 가거나 오케스트라 공연을 함께 관람하기도 해요. 다양한 예술을 접하는 것 역시 아이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교육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이지요.”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아트 분야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아티스트를 꿈꾸는 학생들과 협업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도록 하기도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는 학생과 사진을 찍는 학생을 함께 묶어 새로운 아트를 창조해 낼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발레와 재즈 등 댄스를 배우는 학생과 미디어아트 학생을 연결하기도 하지요. 보통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기회를 갖기 힘든데, 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다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창조성이 폭발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요. 그게 또 월넛 힐 아트스쿨만이 가진 장점이기도 합니다.”
월넛 힐 아트스쿨이 기숙사나 클럽 활동, 커뮤니티 운영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서로 영감을 주고받게 하기 위해서다. 예술 교육이라고 해서 기본적인 학업이 등한시되는 것도 아니다. 안토니오 비바 교장은 특히 예술 교육에 있어 아카데믹적인 요소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아티스트들은 예술적인 분야에서뿐 아니라 아카데믹적인 요소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자신의 전공뿐 아니라 수학과 과학, 역사, 문학 공부에도 전념해야 해요.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예술성 외에도 신중한 관찰력·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단 그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과목을 이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소수 과목에만 집중해야 호기심을 세심하게 자극하고 배운 것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교육철학 덕분인지 월넛 힐 아트스쿨을 졸업한 대부분의 학생이 바로 4년제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예술 분야 외에도 법조계나 의학, 정치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졸업생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창조 교육 전문가 안토니오 비바 교장

안토니오 비바 교장 역시 월넛 힐 아트스쿨과 같은 교육을 받은 아티스트 출신이자 교육 전문가이다. 그는 월넛 힐 아트스쿨 교장으로 부임하기 전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마이애미에 위치한 우스터 아카데미(Worcester Academy)에서 최고정보책임자를 지냈으며, 교감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 이전에는 교육발전센터에서 선임연구개발자로 활동하며 미국 교육부의 투자를 받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낮은 공립학교들을 대상으로 한 학교 개혁 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주로 교수·학습법, 리더십 교육, 기술 활용 교육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미국 전역에서 교수진과 학생, 각 지역 교육 담당자들과 함께 교사의 전문성 신장 계획을 연구하기도 한 그는, NAIS(National Association of Independent Schools)에서 21세기 교수·학습법 프로젝트 팀의 일원으로 활약했으며, AISNE와 TABS 위원회를 지냈다.
안토니오 비바 교장은 자립형 학교 혹은 NAIS, CASE, AISNE, ISANNE, ADVIS, TABS와 같은 협회 회원들에게 기술과 교육, 21세기 교수·학습법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는 NAIS의 E.E Ford Foundation Fellow로 선정되기도 한 그다.
“뉴욕의 스키넥터디에 위치한 유니언 컬리지에서 영어와 창작문예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이어 교육 분야에서도 석사 학위를 받았어요. 연극을 공부해 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월넛 힐 아트스쿨을 감독하고 있는데요. 제 전공이 모두 어우러진 일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첫 내한인 만큼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월넛 힐 아트스쿨에는 특히 한국 학생의 비중이 높아요. 그들은 아트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는데요. 그 결과물을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가 성공리에 성사될 수 있어 무척 기쁩니다. 한국 방문은 제게 있어 아주 뜻 깊은 일이며, 이 모든 행사를 주최해 준 드림아이에듀 민은자 대표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월넛 힐 아트스쿨에서 많은 한국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해요.”
한국 일정을 마치고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를 거쳐 다시 본고장으로 돌아갈 안토니오 비바 교장. 그가 앞으로도 남다른 교육철학을 통해 많은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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