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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아이가 불안한 부모를 위한 솔루션
노는 아이가 불안한 부모를 위한 솔루션
  • 권지혜 기자
  • 승인 2016.05.18 0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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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김태형이 전하는 ‘부모의 마음 자세’
 

아이는 마음껏 놀면 행복하지만, 부모들은 왠지 불안해진다. 경쟁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마냥 아이를 놀게만 해도 될까, 하는 불안과 걱정이 샘솟는다. 아이들을 행복한 어른으로 키우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하고 막막하기만 한 부모들, 예비 부모들에게 심리학자 김태형이 전하는 ‘부모의 마음 자세’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재 권지혜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아이를 계속 놀게 해도 되는 걸까요?

한국 어린이들 행복하지 않다. 한국 아동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꼴찌를 달리고 있다. 또 한국 아이들이 받는 학업 스트레스가 세계 최고다. 그리고 아이들의 얼굴을 봐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이 불행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알다시피 사교육이다. 혹은 조기교육이다. 심지어 3~4살 어린 아이까지 사교육을 한다. 한국 아이들은 학습지, 사교육, 조기교육 때문에 어릴 때 거의 놀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한국 아이들의 불행지수를 높이는 가장 큰 원인이다. 아이들은 놀 때 가장 행복하다. 아이들이 언제 행복한지는 가만히 자유를 줘 보면 알 수 있다. “하고 싶은 거 해 봐,” 그러면 아이들은 논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은 놀이다. 놀 때 아이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 아이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아이들이 놀면 부모들 역시 즐거워야 하는데, 한국 부모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이 계속 놀면 불안해진다.
놀이를 아이들에게 허락하는 문제가 행복과도 관계가 있지만, 그 이상의 중요성이 있다. 그 중요성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놀이는 생존 능력의 획득 과정

‘동물의 왕국’과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나온 동물들의 새끼들을 보면 늑대든 개든 고양이든 논다. 노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나중에 커서 사냥하는 모습이라든가 음식을 채집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동물들이 어릴 때 노는 것이 그냥 노는 것이 아니다. 생존 능력을 연습하는 것이다. 동물의 생존 능력을 사냥 능력이라고 친다면 어릴 때부터 사냥 능력을 연습하는 것이다. 이때 늑대 부모가 놀지 말고 공부하라고 하면 늑대는 생존 능력을 연습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사람 역시 어릴 때 놀면서 나중에 쓸 생존 능력을 연습하게 되는데, 사람의 생존 능력은 바로 관계다. 사람은 사회관계를 맺고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을 통해서 생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능력이다. 사회성은 어릴 때 놀지 않으면 가지기 무척 어렵다. 놀지 못하면 사회성이 현저히 저하된다. 사회성이 저하되면 대인 관계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사회성과 공부 둘 중에 어느 것을 포기하는 것이 나을까. 김태형 교수는 “사회성이 있으면 나중에 장사라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사회성이 좋으면 대인 관계도 잘 이끌어 가기 때문에 어떤 것을 해도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놀이의 박탈은 자유의 박탈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면 논다. 어떤 부모는 “나는 아이에게 자유를 주었는데 알아서 공부하더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건 이미 아이를 망쳐 놓은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진짜 자유를 주면 아이는 놀게 되어 있다. 어릴 때는 놀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놀이라는 단계를 거쳐야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있고, 사회성을 체득할 수 있으므로 아이들은 무조건 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못 놀게 하면 아이들에게 자유를 빼앗게 되는 것이다.
어린 시절 놀지 못하게 하면 아이들은 자유를 빼앗긴 채 자라난다. 자유를 박탈당했을 때 나타나는 기본적인 심리는 ‘무력감’이다. 자유를 빼앗긴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거다.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자기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하고 싶은 것도, 하려는 것도 없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자유롭게 논 아이들은 적어도 사회성, 에너지, 자신감이 있다. 세상에 나가서도 어느 정도 내 마음대로 풀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느끼고 세상으로 나간다. 하지만 어떤 것도 자기 마음대로 해 본 적이 없는 아이는 사회생활을 할 때 내가 열심히 노력해도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할 때 뿜어내는 에너지부터가 다른 것이다. 어차피 나이가 들면 점점 자유가 줄어드는데, 어릴 때부터 자유를 빼앗기는 것은 더욱 치명적이다.

놀이의 박탈은 정신건강에 치명적

어릴 때 자유를 박탈하는 것, 그것은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욕구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 건강과도 관련이 있다. 또래와 놀지 못하는 것은 관계에 대한 욕구 역시 박탈당하는 것이다. 즉 놀이라는 것이 단순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고 또래와 어울리고 뛰어노는 것이라고 봤을 때, 놀지 못했다는 것은 놀이 속에서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하고 중요한 욕구들을 충족하지 못하고 사는 거다. 그렇게 되면 정신 건강은 당연히 나빠지게 된다.
사람은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욕구가 있다. 하나는 생물학적 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욕구다. 생물학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몸에 병이 생긴다.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마음에 병이 생긴다. 어릴 때 자기가 충족시켜야 하는 사회적 욕구들을 자유를 박탈당하면서 원만하게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계속 좌절되는 경험을 했다는 말이다. 정신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서 이것을 잘 보여 준다. 한국에서 정신 건강이 가장 나쁜 아동·청소년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 바로 강남이다. 강남 지역의 아동·청소년들의 소아정신병 발병률은 전국 최고로 통계되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다. 어릴 때부터 놀이에 대한 자유를 박탈하고 사교육을 시켰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은 일류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신 건강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릴 때 정신 건강이 나빠진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차라리 어른 돼서 나빠지는 것은 상처가 덜해서 치료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약하기 때문에 어릴 때 정신 건강이 악화하면 치료하기 힘들다. 그런데 한국의 어린아이들이 놀이를 박탈당함으로써 정신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

놀이는 아이 성장의 한 과정

사람은 발달 단계마다 무언가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것을 충족시키지 않고서는 성장을 할 수가 없다. 사람의 발달이나 성장은 탑을 쌓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전 단계의 발달이 다음 단계 발달의 주춧돌인 것이다. 전 단계에서 발달이 잘 안 되었다면, 그 다음 단계의 발달을 잘할 수 있을까? 연속적 과정이기 때문에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
어린 시절 놀이는 발달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자유로움, 주도성, 자신감 등을 놀이를 통해 획득한다. 못 놀게 하면 이런 것들을 획득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다음 발달 단계로 넘어가는데 지장이 생기고, 이것은 평생 간다. 성장에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놀게만 해 주면 이 발달 과제는 거의 자동으로 완수된다. 나중에 학원을 간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릴 때 배우지 못하면 못 배우는 것들이 있다. 어릴 때 사회성을 못 익히면 나중에 익히기가 힘들다.
우리는 또래 친구들과 놀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성을 자연스럽게 획득할 수 있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착각 중의 하나는 ‘나는 그런 거 따로 안 배웠는데’ 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과 부모는 자라는 환경 자체가 다르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 시대와는 다르게 학원을 가고 공부를 해야 하므로 친구들과 뛰어놀며 자라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가 없다. 지금 아이들은 놀 자유를 부모가 허락해야만 가질 수 있다. 놀 자유를 주고, 놀 친구들과 만날 수 있게 해 줄 때, 비로소 아이는 자연스럽게 현 단계의 발달을 획득할 수 있다.

아이는 놀아야 행복하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가 놀면 학업에 뒤처질까 봐 걱정한다. 학업에 뒤처지면 나중에 좋은 대학을 못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을 못 가면 좋은 곳에 취직을 못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돈을 많이 못 번다. 돈을 많이 못 버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 불행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이를 지금 놀게 하면 미래에 불행해질 것이라는 거다. 돈을 많이 번다고 행복해질까. 아니다. 돈으로 얻는 행복은 상대적이다. 절대적 행복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사람의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결과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요즘은 세상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서 미래에 어떤 직업이 잘 나갈지 예측할 수 없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고 원하는 것을 하다 보면 열정이 생긴다. 거기서 창조성과 독창성이 나오는데, 그런 사람은 나중에 어딜 가도 잘 살 수 있다. 세상이 바뀌고 다른 직업이 생겨도 적응하면서 살 수 있다. 하지만 자유를 박탈당하고 공부만 하면서 교사라는 직업만을 보고 살아온 아이들은 나중에 교사라는 직업이 사라지면 적응을 하지 못한다. 적응력은 정신 건강과 행복에서 나온다. 창의성 역시 행복에서 나온다. 아이들이 어려서 놀면 행복할 수 있고, 그러면 적어도 창의적이고 건강하고 적응력이 강한 아이로 자란다. 부모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이의 진정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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