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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딱팔딱 힘이 장사네! 5월의 장어
팔딱팔딱 힘이 장사네! 5월의 장어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6.05.26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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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
 


스태미나의 대명사 장어는 5월에서 7월이 제철로 입맛 없는 나른한 봄, 여름철에 기력을 돋워 주는 대표적인 식재료다. 아빠들 술안주로 좋고 아이들 건강식으로도 제격인 온 가족의 보양 음식 장어를 소개한다.

진행 김이연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촬영협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가락시장

국민 보양식 장어도 멸시받던 때가 있었다?

지금이야 장어 하면 으뜸 보양 음식으로 손꼽지만, 옛날에는 뱀처럼 흉측한 생김새로 기피하던 물고기였던 듯하다. 1893년 일본인이 쓴 <조선통어사정>에는 ‘한국인들은 뱀을 닮은 모습 때문에 잘 먹지 않아 일본인들이 잡는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1908년에 간행된 <한국수산지>에는 ‘붕장어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잡히는데, 특히 남해안에서 많이 나기는 해도 일부러 잡지는 않는다’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장어를 즐겨먹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대 중후반부터였다. 태평양전쟁으로 물자와 식량 사정이 어려워진 일본이 부산과 울산의 일부 해안 지역에서 갯장어를 어획하여 피혁 제품 생산을 목적으로 껍질만 가져갔는데, 이때 부두 노동자들이 살코기를 조리해 허기를 채우는 정도로 먹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1950년 한국전쟁 때 부산 자갈치시장 근처에서 곰장어 양념구이를 팔기 시작하면서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때부터 장어의 부정적인 모습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민 보양식으로 사랑받게 된 것이다.

장어를 먹기 전에 그들에 대하여

우리가 즐겨먹는 장어는 뱀장어목 종류로, 뱀장어(풍천장어, 민물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로 나눌 수 있다. 뱀장어는 보통 '장어'라고 하면 떠올리는 물고기다. 몸이 둥글고 길며, 가느다란 잔 비늘이 피부에 묻어 있고 배지느러미는 없고 등과 꼬리지느러미가 연결되어 뒤끝에서 뾰족해지는 형태로 다른 어류들과 쉽게 구별된다. 대부분의 뱀장어는 몸 색이 어둡고 배 부분만 흰색을 띠고 있다. 생산되는 장어류 중 가장 고가로 거래되며, 장어구이나 초밥, 약용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뱀장어는 산란할 때가 되면 제가 살던 강을 떠나 태어난 바다로 돌아간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적응을 위해 강어귀에 두세 달 정도 머문다. 이때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잡히는 장어가 풍천장어다. 풍천장어의 풍천을 지역 명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밀물 때 바닷바람을 함께 몰고 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란 전 풍천에서 잡히는 장어는 힘이 좋고 육질이 단단해 맛과 영양에서 으뜸이라 귀한 장어로 대접받는다. 하구에서 뭍으로 유입되는 부유 영양분과 담수종과 해수종의 풍부한 플랑크톤, 들물과 날물에 의한 물의 흐름과 큰 수온 차 덕분에 탄력 진 육질과 최고의 영양분을 가지고 있다. 풍천장어로 유명한 곳은 전남 고창이며, 요즘은 자연산 뱀장어는 거의 보기 힘들다고 한다. 민물에서 사는 뱀장어는 자연산보다 양식이 주를 이루므로 딱히 제철을 말할 수 있는 장어 종류는 아니다. 그렇다고 양식이 쉬운 것도 아니다. 장어는 어디서 알을 낳고 어떻게 사는지 2016년 현재까지도 조사 중이기 때문에 양식하기 힘든 것으로도 유명하다. 붕장어는 우리가 횟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바로 그 아나고다. 일본식 이름인 ‘아나고(穴子)’는 바다의 모래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습성 때문에 ‘구멍 혈(穴)’자가 붙은 것에서 유래한다. 밤색 또는 자주색 몸에 흰 점무늬가 있고 문치형 이빨로 타 어종과 구별된다. 생산량이 많아 저렴한 편이며, 맛과 영양도 뱀장어에 뒤지지 않는다. 주로 뼈째 썰어서 회로 먹거나 탕, 구이, 볶음으로 해 먹는다. 갯장어는 붕장어와 체형이 비슷하지만 주둥이 쪽이 약간 길고 입이 큰 점이 다르다. 또 흰점이 없고 더 크게 성장한다. 특히 이빨이 크고 날카로우며 앞쪽에 휘어져 있는 큰 송곳니가 특징이다. 옛 문헌에서는 갯장어를 견아리(개 이빨을 가진 뱀장어)라 했는데, 이빨이 매우 날카롭고 성질이 사나와 뭍에 올려놓으면 사람에게 달려들기도 한다. 갯장어는 귀하기도 하고 손질이 까다로워 제철 밥상에 올리기는 어렵지만, 가시를 발라 낸 갯장어 회는 여름철 별미로 꼽힌다. 특히 붕장어와 갯장어는 뱀장어와 달리 전혀 양식이 되지 않아 시중에 거래되는 붕장어 전량이 자연산이라고 한다. 뱀장어는 치어로 변태하여 강어귀의 바다로 몰려오기 때문에 이를 잡아 양식할 수 있지만, 바다로 흩어져 버리는 붕장어와 갯장어의 치어는 잡을 수 없어 양식이 어렵기 때문이다. 자연산 장어는 외관상 노란빛을 띄는 배와 회색빛이 나는 등을 가지고 있고, 양식이나 일반 장어는 배가 흰색을 띠며 등은 좀 더 검은색을 띠는데, 일반인도 구별이 가능하다.

스태미나의 최고봉 장어, 어디에 좋길래?

장어가 보양식으로 최고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장어가 좋은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장어의 주요 영양 성분은 지방, 단백질, 비타민A라고 할 수 있다. 종종 장어의 껍질에 있는 하얀 점액을 육류에 있는 포화지방산으로 오인해 지방 덩어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물고기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이다. 혈관의 노화와 콜레스테롤의 침착을 막아 주어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이 되며 오메가3 지방산은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비타민A는 일반적으로 어류의 내장에 많이 들어 있으나, 장어는 근육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A는 시력, 피부, 성장과 생식, 면역력 등 인체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필수 영양소다. 장어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A는 달걀 10개보다 많고, 우유 5리터에 맞먹는 양이 들어 있다고 하니, 과연 비타민A의 보고라 할 만하다. 콜라겐이 풍부해 고가 화장품 부럽지 않은 피부 미용 효과도 있다. 주로 기능성 항노화 화장품에 많이 함유되는 콜라겐은 노화를 방지하며 주름 예방과 탄력 유지에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장어는 철 성분이 풍부하여 빈혈과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그 밖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B1, B2도 많이 들어 있다. 정력을 증강시키는 뮤신과 콘드로이친 성분이 풍부하고, 칼슘과 마그네슘, 인, 철, 칼륨, 나트륨 등도 골고루 포함되어 허약 체질을 개선하는 데 많이 쓰인다. 미국과 일부 선진국에서는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당뇨, 비만을 막는 약식으로 장어 통조림을 판매하기도 하며, 독일은 아르수페라는 장어국이 정평이 나 있고, 덴마크는 장어찜 샌드위치, 영국은 장어 젤리가 유명하다. 우리나라도 장어찜을 비롯해 장어구이, 장어튀김, 장어덮밥, 장어탕 등 다양한 요리법으로 장어를 즐기고 있다.

장어는 수분을 날려 먹고 복숭아를 피한다

뱀장어목 어류의 피에는 단백질 독소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회로 먹을 때 주의가 요구된다. 피를 깨끗이 제거하지 않으면 복통과 구도 등 식중독 증세를 보일 수 있다. 붕장어를 회로 먹을 때 물에 깨끗이 씻어 내고 탈수기까지 돌려 수분을 말끔히 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단백질 독성은 60도 이상만 가열해도 바로 파괴되기 때문에 익혀서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장어와 상극 관계인 복숭아 섭취다. 보양식처럼 거한 음식을 먹고 나면 입가심할 후식이 당기기 마련이다. 이때 장어를 먹고 복숭아를 섭취하면 설사병으로 고생할 수 있다. 특히 평소 지방 섭취가 적은 사람이 갑자기 장어를 먹으면 소화가 더디게 되는데, 복숭아에 함유된 유기산이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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