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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물농장 이상린 대표의 도시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
찬우물농장 이상린 대표의 도시에서 행복하게 사는 법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6.05.26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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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텃밭
 

도시에서 땅을 일구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는 건강한 도시농업 문화의 전파자, 이상린 대표를 만나 친환경 도시농업, 그리고 쉬어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진행 김이연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서울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농사가 가능한 주말농장이 즐비하다. 단 5평이면 우리 가족1년 양식을 거뜬히 수확할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찬우물농장은 별빛공원 근처의 1800평 너른 땅에서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느 주말농장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친환경 도시농업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기자의 발걸음을 향하게 했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친환경 주말농장

이 대표는 반도체 관련 일을 하다 10년 전부터 주말농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물려받은 땅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했고, 자치단체와 인연을 맺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농사법을 배웠다. 주말농장을 운영하다보니 농부들이 화학비료와 농약을 남용하는 것 같았고, 친환경 농업까지 뛰어들었다. “도시농업하면 거대한 뜻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시작은 단순했어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하는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도시민들과 공동체 텃밭을 만들어가고 있구요.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우연이었던 것 같아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제가 친환경 도시농업을 하고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전통농업 방식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라는 책 아세요? 사토리 세대(삼포세대)의 이슈에 관한 책인데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요즘 농산물은 믿기 힘들고 비싸다보니 조금 뜻있는 사람들은 생협 같은 친환경 농산물 거래소에서 많이 구매하기도 하는데, 농사를 지으면 1년은 마트에 가지 않아도 되죠. 그만큼 식재료 값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조금 덜 벌고 덜 쓰면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농사를 지으면 대부분의 식재료 값을 충당할 수 있고 나아가 비료, 농약 같은 화학첨가물의 사용을 억제해 비용을 더 줄일 수도 있다고 부연한다. 먹을거리를 얻는데 고비용을 들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옛날 우리 민족이 농사를 짓던 방식, 친환경 전통농법과 맥을 잇는다. “전통농법은 음식물 쓰레기나 분뇨 같은 생활 속 비료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대표적인데, 가정에서는 쓸모없지만 땅에는 훌륭한 거름이 되죠. 밭에 주면 썩어서 거름이 되고 잘 자란 작물은 또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죠. 농장 곳곳에는 생태화장실이 있어요.
다시 말해 순환의 지혜를 적용해 순환농업을 하는 것입니다.” 자연의 순환 고리를 농업에 적용하는 것이 전통농업, 곧 순환농업이다. 한 쪽에 마련한 퇴비장에 잡초더미와 생태화장실의 분뇨를 부어서 한 계절 썩히고 다음 해 땅에 쫙 펴면 자연거름이 된다. 벌레를 쫓을 때는 고춧가루나 독초를 희석해 액비로 사용한다. 땅 건강을 해치는 비닐 피복 대신 풀집을 사용 비닐 피복을 하면 수분이 보호되고 습도가 유지되어 농작물이 더 커지고 잘 자란다. 겉보기에는 잘 자란 작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속 빈 강정이다. 건강한 작물은 작지만 단단하고 과육이 진하며 튼실하다. 사람도 건강해 보이는 것과 실제 건강이 다르기 마련이다. “비닐을 사용한 피복과 멀칭 등 화학물을 이용한 농사를 지양하는 것이 친환경 도시농업의 테마 중 하나입니다. 비닐을 덮으면 땅이 숨을 쉬지 못해서 자연적으로 건강하지 못해요. 작은 비닐 쪼가리라도 땅에 묻히면 몇백 년 동안 썩지 않아서 해가 되고요.” 땅이 건강해야 작물도 건강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 대표는 비닐을 사용하는 대신 풀들을 덮어서 피복한다. 겨울에는 보온용으로 피복하고, 봄에는 고랑 사이사이에 놓아준다. 그런데 풀집이라면 오히려 벌레들이 많아져서 작물에 해가 되지는 않을까? 이에 이 대표는 말한다. “벌레는 자연과 공존하며 사는 생물이에요. 친환경 농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벌레 먹은 작물이 더 건강한 것임을 알아요. 그리고 벌레도 건강한 땅에서 자란 작물은 덜 먹어요. 오히려 각종 화학물로 병든 땅에서 자란 약한 작물들을 공격해요. 퇴비에 들어가는 질소질을 과다 투입하면 잎이 달아져서 벌레들이 더 많이 먹게 되거든요.”

자연의 리듬에 따라 순환하는 공동체 농업을 꿈꾸다

찬우물농장의 회원 수는 150여명 정도다. 이 농장의 중심이 되는 사람들은 주로 공동체 농업을 하는 이들로 생협, 협동조합, 가드너 공동체가 있다. 이 대표는 회원들과 같이 배우고 활동하면서 공동체 농업을 꾸려가고 있다. 찬우물농장은 3월~11월까지 운영한다. 봄에는 봄농사 초보를 위한 초보 봄농사학교가 있다. 4회에 걸쳐서 어떻게 밭을 만들고 씨를 뿌리는지 설명한다. 가을에는 김장 배추 농사법을 진행한다. 그리고 중간 중간 다양한 축제도 한다. 시작하는 농사 축제, 모내는 축제, 하지 감자 캐기 축제, 가을에는 수확제로 마무리한다. “올해는 회원들과 자연의 리듬, 절기 농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자연과 소통하면서 공동체 농업을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입니다.” 이 대표가 말한 대로 자연에서 얻는 만큼 자연을 배려하면서, 농업을 통해 우리 삶도 더 건강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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