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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포도농업의 대가, 참포도농원 백이남 대표
유기농 포도농업의 대가, 참포도농원 백이남 대표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6.06.22 0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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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재배의 어려움과 한계에 부딪혀 모두가 일반재배로 돌아설 때, 30년을 포도 유기농업에 매진한 이가 있다. 참포도농원 백이남 대표가 그다. 국내 1호 유기농 포도 인증을 받은 그의 포도 유기농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취재 김이연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경기도 안성은 포도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환경을 갖추고 있어 고품질의 포도 생산지로 유명하다. 특히 서운면은 안성 포도를 대표하는 고장으로, 참포도농원은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는 곳이다. 농장주 백이남 대표는 국내 최초 포도 유기농 인증을 획득하고 EU 및 독일 유기농 인증까지 받았다.

농약중독으로 생사를 넘나든 후 시작한 유기농업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게 된 것은 생사의 고비를 넘긴 이후다. 당시 벼농사를 하던 백 대표는 밭에 농약을 뿌리고 돌아오면서 발을 헛디뎌 쓰러졌고 의식을 잃었다. 사인은 농약 중독이었다. '농사 짓다가 죽겠구나' 생각했던 백 대표는 그 이후 유기농 농사를 시작했다. 10년간은 호르몬 처리를 하지 않거나 노지 재배를 시도하다 실패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저항성 품종, 병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농촌진흥청에 자문을 구했지만 마땅한 포도 품종을 찾지 못해 직접 뛰어들었다.
"저항성 품종이 없다는 말을 듣고 포도 100여 종을 직접 심었어요. 병에 강한 포도가 살아남으면 그 품종을 개발하면 되니까요."
주변 사람들은 잡포도를 심어서 나중에 어떻게 팔 거냐며 걱정했다. 시장에 출하되는 포도는 거봉 아니면 캠밸인데 100여 종이나 되는 포도를 심어 놓았으니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는 말이었다. 당시만 해도 유기농 붐이 일기 전이었고 더군다나 유기농 포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때였다. 이에 백 대표는 <황금사과의 법칙>을 참고해 다양한 품종의 포도 사진을 찍어 2킬로미터 밖에 내걸어 홍보하고 가까운 지역에 직접 판매를 하러 다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생전 처음 본 포도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든 것이다. 그렇게 백 대표의 유기농 포도 성공 신화의 서막이 열렸다.

땅을 숨 쉬게 하는 '고려청자 기법'

고려청자 기법은 독일의 저명한 교육농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의 생명역동농업에서 기인한 것이다. 백 대표에 의하면 독일이나 유럽의 유기농 농가에서 현재까지 실천하는 방법이다. 생명역동법에서는 증폭제를 만들어 농장에 뿌리는데, 증폭제란 암소의 뿔에 소똥을 채워서 겨우내 땅 속에 묻어 두었다가 봄에 꺼내어 물에 풀어서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소나 말 등 동물의 신체 조직 안에 있는 정기와 달, 수성, 금성, 목성의 별 기운이 땅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동물의 신체 조직의 정기가 산소를 공급하고, 별 기운은 질소를 공급해 땅의 기운을 원활하게 만들어 수확은 갑절이 된다고 한다.
암소의 뿔 역할을 하는 것이 고려청자다. 고려청자 안에 우유나 계란을 넣어 놓으면 1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자연 건조된다고 한다. 고려청자는 독성에 대한 뛰어난 해독력을 가지고 있어 땅 속에서 올라오는 수맥의 유해파를 중화 또는 방어하며 자연과 동조하는 힘이 강해 자연의 힘을 복원하는 능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능력은 고려청자의 구성 요소인 흙, 물, 불, 땔감(나무) 등에 의한 기운의 융합으로 본다.
백 대표는 고려청자를 조각내어 전체 땅에 뿌려준다. 그러면 포도밭에 문제가 되는 해충을 방어하고 물의 원기를 회복해준다. 고려청자 기법은 자연의 힘을 원 상태로 회복시키는 고려청자의 능력을 활용한 것이다.

벌레를 죽이지 않고 공생하는 법

세상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생명은 없다. 벌레도 마찬가지다. 백 대표는 벌레를 죽이지 않고 쫓아내는 방법을 고심했다. 이 때문에 유기농 농사를 접을 생각까지 했다. 깨달음은 어느 날 왔다.
"아는 분에게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그것을 자네가 더 잘 알 텐데 왜 나에게 묻느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포도나무 아래서 포도에게 물었어요. 아무 말이 없는 것을 붙잡고 1년을 물었어요. 그랬더니 옻 진액을 주라는 거예요. 그 때 알았어요. 답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요."
백 대표는 옻에 저항성이 없을 뿐더러 담배나방 유충, 거세미 등이 맹독성 농약으로도 없어지지 않고 활개를 친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마음이 더욱 착잡했다. 포도에게 물어도 답은 늘 같았다. 결국 삼계탕용 옻 진액을 뿌렸더니 벌레가 사라졌다. 죽은 벌레를 찾아보고 땅 속에 숨었는지 뒤져봐도 없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저항성을 기르기 위해 아주 심하게 해를 가하는 벌레는 일부러 채집해서 발효시킨다. 그것을 퇴비에 넣어서 다시 발효시킨 후 밭에 뿌려주면 자연적으로 벌레가 사라진다. 백 대표의 포도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지혜의 소리가 된 것이다.

자연에서 찾은 B-7 특허 비료의 원리

당시는 애호박 농사를 지을 때였다. 애호박 꽃을 인위적으로 수정시키면 수정도 잘 안 될뿐더러 열매의 맛과 향 등 질도 떨어져서 고민이었다. 그래서 꿀벌들이 꽃가루를 옮기는 과정을 유심히 관찰했다.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정확했으며 꿀벌의 다리에 있는 키틴 성분이 미량으로 녹는 것을 확인했다.
“키틴 성분이 녹을 때 꽃들은 그것을 하나의 적으로 판단해요. 그래서 더 많은 효소를 만들어내죠. 효소가 강해질수록 벌레나 병에 대한 저항력이 길러지기 때문에 꽃에 뿌려주기만 하면 꽃의 향기라든가 열매 본연의 향과 맛이 더욱 진해져요.”

유기농의 첫 번째는 면역력, 저항성이다

일반 재배의 경우 나무의 수명은 10년~15년이다. 과일이 잘 달리지 않고 상품 가치가 떨어져 뽑아내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포도주의 최대산지인 프랑스의 경우 60년~120년생 나무에서 포도를 수확한다.
"프랑스에서 농업 연수를 할 때 유기농 포도농장을 방문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생 포도가 가장 맛있냐고 물어서 '첫 해, 두 해에 수확한 포도가 당도가 가장 높고 상품성이 좋다'고 말했죠. 저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대답을 안 해주더라고요. 나중에 다시 찾아가서 대답을 요구했더니, 포도 유기농업을 700년 가까이 이어왔고 200년마다 포도나무를 교체한다더라고요. 나무의 수명이 짧은 이유는 GMO(유전자변형식물)곡물의 축분에 있다고도 조언했어요. 유기 재배를 하려면 GMO곡물의 축분을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고요.“
GMO곡물은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이 약하기 때문에 그 곡물을 먹인 동물의 축분을 비료로 쓰면 고스란히 나무에게 전염이 되어 15년 이상을 기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백 대표는 그때부터 GMO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300년을 목표로 포도나무를 기르고 있다.
유기농의 첫 번째는 병에 대한 저항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에 백 대표는 30여 종 이상의 포도나무를 생산해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면역력을 길러주고 자체적으로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자연의 회복처럼 사람의 건강도 회복되었으면

백 대표는 언젠가 사람의 건강도 치유할 수 있는 자연치료 타운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지구의 정화 능력이 계속 상실되어 가고 있어요. 고려청자 기법과 우주의 기를 연구해 타운 내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원 상태로 회복될 수 있는 자연치료 타운을 만들고 싶어요. 영화 <아바타>에서 아바타가 땅을 밟을 때마다 그 땅이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것처럼요.“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많은 것을 성취해 온 백 대표의 끊임없는 연구와 열정에 성공 신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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