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3:30 (목)
 실시간뉴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 논란 일파만파
가습기 살균제 피해 논란 일파만파
  • 송혜란
  • 승인 2016.06.29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년 동안 침묵했던 옥시의 사과 방식에 피해자들 ‘공분’
 

지난 2011년, 산모와 영유아들이 원인 미상의 폐 손상으로 잇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하나같이 기도 손상과 호흡 곤란, 기침, 급속한 폐 손상을 겪었던 피해자들의 사망 원인은 곧 가습기 살균제임이 드러났는데…. 그로부터 5년간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악몽 같은 삶이 이어졌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5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옥시 기자회견 현장을 찾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너는 자식 없어?”
“죽은 우리 아이 살려내….(흐느낌)”
“사과는 기자한테 하지 말고, 우리한테 해야지!”
아타 사프달 RB코리아 대표가 마련한 옥시 기자회견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기자회견 도중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 연대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한동안 울분이 터져 나왔고, 곳곳에서 기자들의 비난 섞인 질문들도 연이어졌다. 대표가 직접 나와 언론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의 일이라 공분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자 유가족 연대는 ‘보여주기식 사과’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에게는 연락 한 번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옥시 측은 참석자 모두에게 직접 전화하겠다며 달래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옥시 측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포괄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말만 반복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어 유가족 연대가 단상에 올라 피해자 측의 입장을 공고히 했다. 최승운 유가족 연대 대표는 “이는 수사 면피용 사과”라며 “지난 5년간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해 온 피해자들을 외면하다 기자회견 형식으로 이제야 사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적으로 옥시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정치권에서도 특별법 논의가 있는가 하면, 또 검찰에서 옥시 임직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로 엄벌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옥시의 기자회견은 애초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에 대해 옥시 측은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5년 동안 때를 기다려온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후 유가족 연대가 옥시 측을 애타게 찾는 소동이 벌어졌다가, 곧 옥시 관계자가 이들을 찾아와 이날 기자회견은 일단락되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타임라인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잇단 사망 사건은 2011년 4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원인 미상의 급성호흡부전으로 중증폐렴 임산부 환자의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고와 조사 요청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접수되면서 역학조사가 이루어졌다. 이후 같은 해 8월 질병관리본부는 폐 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확실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아 한동안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다가, 3개월 후 동물 흡입 실험 결과로 위해성이 확인되어 옥시를 비롯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시중에 판매되는 6가지 제품(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세퓨 가습기 살균제 등)에 대해 대대적인 수거 작업이 실시되었다. 2012년 2월에는 가습기 살균제에 독성이 들어간 사실까지 밝혀졌다. 그럼에도 해당 제품을 제조, 판매한 기업에 대해서는 수천만 원의 과징금만 부과되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가습기 살균제를 안전하다고 허위로 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피해자에 대한 구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힘을 모아 직접 해당 제품을 판매한 업체를 형사 고발하는가 하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2013년 2월 검찰은 피해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피해자 조사는 2013년 7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이루어졌다. 정부가 발표한 공식 피해자는 221명, 이중 95명이 사망자다. 추가 조사에 들어간 정부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피해자까지 합치면 약 1천여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검찰 수사는 사건 발생 5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전담 수사팀이 구성돼 본격적인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사 대상은 옥시를 비롯한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이다. 이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옥시의 책임은 수면 위로 오른 상태다. 특히 5년 뒤에 이루어진 수사에 증거인멸 우려까지 있어 파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옥시, 검찰 수사 쟁점은?

그동안 옥시에 대한 검찰 수사의 초점은 문제가 된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는 데 있었다. 그 결과 옥시가 제품 개발 단계부터 유해성을 어느 정도 인식했다고 결론 내린 검찰은 구체적인 피해 범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품이 출시된 2000년부터 10년간 판매된 제품 약 450만 개의 흐름을 살피며 피해 사례를 구체화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제품의 부작용을 파악하고도 판매 중단과 같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처벌 강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제품 개발 당시 최고 책임자였던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 이어 미국과 인도 국적의 경영 후임자들을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본사에 제품의 부작용 등이 보고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질 경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영국 본사 임원 8명까지 검찰에 고발한 만큼 본사 임직원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